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내게 북유럽은 아직도 좀 멀다. 지구촌이라지만 지역적으로 멀면 심정적으로도 거리를 내기 때문인 듯하다. 요새는 스칸디나비아 삼국 외에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까지도 북유럽에 포함시킨단다. 그 중 가장 멀리 느껴지는 곳을 들라면 내게는 노르웨이가 그렇다. 덴마크는 어릴 때부터 튜울립과 풍차의 나라로 친근했고, 스웨덴은 아바와 볼보 덕에 거리를 넘어뛸 수 있었으며, 핀란드는 구한 말 이준 열사가 머물렀던 땅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까울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일방적으로 친분을 텄다. 


이제 남아있는 나라는 노르웨이. 딱히 연결점이 없다. 굳이 찾자면 2011년 극우파 청년이 참사를 일으켰던 나라라는 정도! 아, 참 요네스 뵈가 있었지? 요네스 뵈의 『스노우맨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과 더불어 덜덜 떨면서 읽었던 책이다. 그가 노르웨이 작가라는 걸 잊고 있었다. 오늘부터 가깝게 여기기 1일!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 같다.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태양이 작렬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낙천적이고 쾌활하며 개방적이다. 반면 날이 춥거나 습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북유럽처럼 사회적으로 안정된 곳은 삶이 단조로워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소설은 삶과 반비례하여 환상과 스릴러가 넘치는 듯하다. 그 노르웨이의 판타지 소설이라니 구미가 얼마나 땡기든지...

 

환생을 거듭하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열네 살 생일이 되면 죽어 다시 태어나게 되는 아이들은 수천 년에 걸친 환생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이들은 삶에 대해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며, 어느 때는  광기와 혼란스러움마저 느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날 지구상에 있는 421명의 선택된 아이들 중 한 아이 아르투르가 열네 살이 지났는데도 어제와 동일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 아침 자신은 갓난아기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또 다른 아이 파울로가 있다. 파울로의 머리 속에는 끝모를 외로움과 고통스런 기억밖에 없다. 파울로는 이런 상황을 다시 맞지 않으려 지구라는 공간을 아예 없애버리려 한다. 그래야 다시 태어나지 않고 영원히 죽을 수 있으니까. 파울로의 바람은 강렬하다. 파울로는 이미 행동에 나섰고 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너새니얼은 위성 사용권 때문에 고민이다. 시간적 공간 속에 존재하는 특별한 방해전파를 특정 형태로 배치하려는 그의 프로젝트가 과도한 전력 소비로 인해 중단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새니얼은 지구 상에 반짝이는 421개의 하얀 점들을 계속 추적하고 싶고, 그 점들이 인간임을 알고 있다. 위성 사용권이 있어야 연구를 계속할 수 있기에 너새니얼은 지인인 소렌슨 박사의 조언을 받아 어떤 한 기업과 자신의 프로젝트를 연계한다.

 

너새니얼이 계약한 곳은 아르투르와 같은 아이들이 만든 단체다. 이 단체는 파울로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너새니얼을 아르투르와 만나게 하고,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조율한다. 이제 파울로의 움직임은 속도를 더하고 있고, 파울로 곁에는 특별한 힘을 가진 메르세르와 그녀가 고용한 지질학자들이 있다. 지키려는 자들과 파괴하려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어 있고, 그들 곁에는 삶과 죽음이 상존한다. 

 

책에는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있고, 로마 숫자로 된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세 이야기들은 맞물려 있으며, 각기 다른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느린듯 빠르게 좁혀오는 이야기 뒤에는 소리없는 절규와 무거운 침묵이 자리하고 있다. 삶이란 작은 행복과 긴 슬픔이 교차하는 것이며, 작은 행복을 위해 긴 슬픔은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일테다. 판타지임에도 말미 너새니얼의 편지를 읽으며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무릇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듯했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