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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boys From Hell
판테라(Pantera) 노래 / 워너뮤직(WEA)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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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미국의 헤비메틀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렸다. 하루에만 수백개가 넘는 밴드가 결성, 해체되었으며 팬들의 호응으로 그 양적 팽창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보름달은 곧 일그러지는 법이고, 정상또한 반드시 내리막길을 남겨두는 법이다.

90년대가 되어도 똑같은 음악을 변함없이 양산해내는 메틀씬에 팬들은 하나씩 둘씩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고, 보다 '다양한 맛'을 갈구하던 이들앞에 등장한 너바나와 얼터너티브는 90년대판 '수어지교'에 비유될 수 있었다.

주류 락씬이 이와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면, 이른바 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몇몇 메틀씬은 자체적인 생존방식을 모색하며 환골탈태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판테라라는 밴드를 통해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무게감과 연주력, 그리고 작곡에 있어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어프로치, 안티 크라이스트로 대변되던 기존 메틀밴드들과는 확연히 다른 밴드의 아이덴티티...너바나가 그러했듯 판테라 또한 어떤 면으로 보나 성공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2기타로 운영되던 기존 메틀밴드들의 일반적인 시스템과 달리 판테라는 1기타로 그것이 가질수 있는 메리트(=면도날같은 깔끔함)를 훌륭하게 살려내었다. 그와 동시에 다운피킹에 의한 중량감있는 리프메이킹 면에서도 다른 2기타 메틀밴드들에 비해서 전혀 움츠러듦이 없을 정도로 두둑한 베짱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경탄할만한 부분은 역시 필립 안젤모라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일 것이다. 스래쉬메틀 싱어로서의 기교와 파워는 말할것도 없고 청중을 쉴틈없게 만드는 과격한 스테이지 액션, 마초이즘에 중독된 듯한 태도와 스터프. 판테라를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이 느끼는 것은 바로 '에너지', 그것이다.

판테라 그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과 봐도 무방한 첫곡 'Cowboys From Hell'은 말 그대로 그들의 모든 재능이 총집결 되어있는 넘버다. 시퀀싱을 이용한 현대적인 사운드의 시도, 이전의 메틀에 뒤지지 않는 부루털리티, 곡 후반부에 나타나는 그들만의 색깔 확연한 전개방식... 이후 연결되는 트랙들 역시 각자의 차별성이 분명히 나타나 앨범은 좀처럼 지루함(그것을 상상조차 할 수 있겠는가)을 느낄 수가 없다. 'Cemetery Gates'에서 잠시 템포조절을 한 후 이들은 앨범이 끝날때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90년대 초중반, 미디어가 주도했던 '메틀 왕따시키기' 분위기 속에서 끝까지 매니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이 옳은것임을 시각적으로 분명히 확인시켜준 밴드 판테라. 판테라가 있기에 메탈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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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And Words
드림 씨어터 (Dream Theater) 노래 / 워너뮤직(WEA)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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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매니아의 한사람으로서 드림 씨어터라는 밴드를 지켜보면, 대부분의 락팬들과 마찬가지로 현란한 연주력과 그에 우선하는 작/편곡 센스 그리고 심도깊은 컨셉설정에 매료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밴드가 가져다주는 또다른 부러움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음악적 토양이다.

드림 씨어터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본작조차도 전 세계 판매량이 60만장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이 '프로그레시브 메틀'이라는 장르는 여전히 마이너 음악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밴드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그 배경이 바로 미국의 두터운 음악적 토양인 것이다.

천문학적인 미국 음반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발표하는 음반마다 십만장도 제대로 팔지못하는 그룹이 어떻게 15년 넘게 존속할 수 있는지,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이전의 레드플러스같은 국내그룹이 15년 동안 국내 음반시장(돈에 죽고 돈에사는 그 살벌한)에서 생존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중음악의 기반이 취약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런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 락 뮤지션들의 주머니 사정이 우리의 그것보다 홀딱 좋아빠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락 뮤지션은 배고프다. 이렇게 별반 차이없는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판이한 결과가 나타나는데는 다름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풍토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대가 조성되어 있기에 드림 씨어터는 맘껏 자신들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었다.

본작은 이들의 전(全) 디스코그래피를 통해 연주력 면에서나 곡의 서정성, 변별력, 작품성과 전체적인 일관성 등등 거의 모든 기준에서 최고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현재는 팀을 등진 키보디스트 케빈 무어가 재적하고 있었는데, 본작에서 두드러지는 서정적인 어프로치는 거의가 이 멤버의 영향이라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케빈이 참여했던 마지막 작품인 'Awake'이후 드림 씨어터는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게 된다.

스래쉬메틀을 연상케하는 폭발적인 헤비리프가 압권인 'Pull Me Under'를 필두로 본작은 그 포문을 연다. 기본적으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쥐고 있는것은 묵직한 기타리프인데, 베이스 연주와 키보드 연주 역시 '양념'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 듣는 이의 귀를 조금도 쉬지못하게 만든다. 폭풍같은 성량의 보컬리스트와 중후한 톤으로 곡에 무게를 더하는 드러머까지. 이후 다른 곡들을 추가로 들을수록 실감하겠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국내에는 그저 평범한 락발라드의 하나로 소개되어있는 두번째 트랙 'Another Day'는 락팬들 사이에서는 보컬과 키보드의 하모니보다는 드러머의 다이내믹한 하이햇 연주로 더 잘 알려져있다.

이후 추가되는 곡들은 주로 노래보다는 연주력에 포인트를 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네번째 트랙 'Surrounded' 역시 보컬 멜로디가 강조되긴 하지만 특유의 서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키보드와 기타연주이다.

그외 'Take The Time', 'Metropolis', 'Learning To Live' 등도 멤버들이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으로 보여줄수 있는 하모니를 마치 연주력의 한계에 도전하듯이 숨가쁘게 엮어내는, 베스트 넘버들이다.

지난해 한국의 지상파 가요대상을 모조리 휩쓸었던 '이효리쇼크'에 많은 비평가, 그리고 많은 대중들이 공허해했다.

유명한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이 사회의 지체현상을 타파하는 것은 엘리트가 아니라 기층민중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저급한 대중문화 환경 역시, '파괴'를 실행할 주체는 우리 대중 스스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전쟁을 하듯 힘들게 총칼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그리고 저급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에겐 쓴소릴 조금 적극적으로 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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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7집 - Issue
서태지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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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이제 겨우 절반에 도달했을 뿐이다.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사에 끼친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4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그가 보여준 음악성이 너무도 탁월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의 음악이 서태지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된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제 서태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음악의 한 셋트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기의 음악은 냉정하게 말해서 에피타이저에 지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한 시기는 겨우 만 4년을 조금 넘길 뿐이다. 이제 우리나이로 서른 셋에 이른 서태지. 15년 넘는 그의 음악행보 속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차지하는 시기는 고작 4년 뿐이다. 물론 이 당시의 음악이 대한민국 음악사를 다시 쓰게 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태지 본인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부분'일 뿐이다.

양현석과 이주노는 악기 연주자가 아닌 댄서였던 까닭에, 서태지는 그들과 함께 락음악을 지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로 그룹의 해산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리고 서태지 본인의 음악적 행보를 위해서도 그것은 '반드시 거쳐야만 할' 과정이었던 것이다.

은퇴라는 과정을 통해 서태지는 100%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이후 나온 앨범들은 그 전의 것들과는 달리 앨범 전체가 하나의 색깔을 띠는 일관성을 갖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앨범이 여러장르가 짬뽕된 백과사전식 구성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당시 그가 100% 자기만의 의향대로 음악을 만든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본작. 감성코어라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의 말로 포장되어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도처에서 헤비리프들의 끓어오르는, 굉장히 터프한 앨범이다. 그리고 이 점이 본작이 솔로 1집과 2집의 연장선에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책성 강한 어조로 변한 가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본작에는 분명히 어떤 마무리의 조짐이 보인다. 은퇴 후 서태지는 얼마간의 자유를 맛본게 확실하고, 그것을 은둔, 폭발, 수습 이 세가지 단계로 컨셉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결국 결론은 본작을 통해서도 서태지는 자신만의 음악을 할 뿐...으로 내릴 수 밖에 없겠다. 이미 거대한 락 뮤지션이 되어버린 그에게는 솔직히 이제 자신만의 순수예술이 존재할 뿐이지 대중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누구도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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