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7집 - Issue
서태지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서태지. 이제 겨우 절반에 도달했을 뿐이다.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사에 끼친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4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그가 보여준 음악성이 너무도 탁월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의 음악이 서태지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된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제 서태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음악의 한 셋트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기의 음악은 냉정하게 말해서 에피타이저에 지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한 시기는 겨우 만 4년을 조금 넘길 뿐이다. 이제 우리나이로 서른 셋에 이른 서태지. 15년 넘는 그의 음악행보 속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차지하는 시기는 고작 4년 뿐이다. 물론 이 당시의 음악이 대한민국 음악사를 다시 쓰게 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태지 본인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부분'일 뿐이다.

양현석과 이주노는 악기 연주자가 아닌 댄서였던 까닭에, 서태지는 그들과 함께 락음악을 지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로 그룹의 해산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리고 서태지 본인의 음악적 행보를 위해서도 그것은 '반드시 거쳐야만 할' 과정이었던 것이다.

은퇴라는 과정을 통해 서태지는 100%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이후 나온 앨범들은 그 전의 것들과는 달리 앨범 전체가 하나의 색깔을 띠는 일관성을 갖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앨범이 여러장르가 짬뽕된 백과사전식 구성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당시 그가 100% 자기만의 의향대로 음악을 만든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본작. 감성코어라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의 말로 포장되어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도처에서 헤비리프들의 끓어오르는, 굉장히 터프한 앨범이다. 그리고 이 점이 본작이 솔로 1집과 2집의 연장선에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책성 강한 어조로 변한 가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본작에는 분명히 어떤 마무리의 조짐이 보인다. 은퇴 후 서태지는 얼마간의 자유를 맛본게 확실하고, 그것을 은둔, 폭발, 수습 이 세가지 단계로 컨셉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결국 결론은 본작을 통해서도 서태지는 자신만의 음악을 할 뿐...으로 내릴 수 밖에 없겠다. 이미 거대한 락 뮤지션이 되어버린 그에게는 솔직히 이제 자신만의 순수예술이 존재할 뿐이지 대중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누구도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