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내재된 본능에 속한다'고 일찌기 프로이트는 말했다고 한다. 그 욕망이 말 그대로 이유도 목적도 없는 단순한 본능에 의해 발현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느끼는 고독감이 너무나 강렬해서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인간 내부에 자라기 시작한 고독은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파괴의 욕망을 표출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종결점에는 죽음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은 삶에 대한 절망과 고독을 떨쳐 버리기 위해 사탕을 빨기도 하고 예술 행위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내부의 빈공간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이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죽음뿐이다. 죽음은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것이다. 그들이 고독해지기 전, 그들이 존재하기 전의 상태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망적인 고독감에 헤매고 있다 한들 한번뿐인 죽음의 순간마저 철저하게 고독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그들은 조력자를 찾아간다. 죽음의 방식을 의논하고 자기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소멸된 인생에 무슨 미련이 남았단 말인가. 결국 인간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마저 부정할 수 있을만큼 절대적인 고독은 감내하지 못하는 연약한 몸뚱아리인가보다.

'나는 아무 예고 없이 다가가 물어볼 것이다. 멀리 왔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느냐고. 또는, 휴식을 원하지 않느냐고. 그때 내 손을 잡고 따라오라. 그럴 자신이 없는 자들은 절대 뒤돌아보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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