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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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쳐]을 읽게 되었을때 나는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인지도 몰랐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어른이 되고나서는 소설책을 읽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은 한권 한권이 결코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어찌나 숨가쁘고 드라마틱한지 한번 시작하고나면 좀처럼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빅 픽쳐] 다음으로 읽은 책은 아마도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템테이션]과 [파이브 데이즈]였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성공가도를 달리다 갑작스럽게 추락한다. 그러나 그대로 포기하거나 멈추는 법이 없이 밑바닥에서부터 자기 인생의 본질을 다시금 깨달아 가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 안에는 언제나 부부의 갈등이 등장하며 그것은 주인공의 추락과 재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물론 내가 읽어 본 소설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자전적 에세이라 불리는 이 책, [빅 퀘스쳔]을 보면 그가 그토록 부부의 갈등을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고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그릴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불안하고 엄격했던 성장기와 그다지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첫번째 결혼 생활,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아들의 장애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소설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대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그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을까.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것은 삶의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것이다. 어느새 나는 인생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이르렀다. 굳이 남들처럼 비유하자면 산 정상에 올라서 이제 막 하산을 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는 때라고나 할까. 올라 올때는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에 대해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같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산꼭대기까지 가야한다는 목표가 분명했고 산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줄 재미난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산꼭대기에 오르고 보니 중간에 그만 둔 이들도 있고 될때로 되라며 굴러가는 속도에 몸을 맡긴 이들도 있다. 내려가는 방법이 참으로 천차만별이어서 이제서야 비로소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왕이면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라올때야 넘어져도 무릎만 깨지고 말겠지만 내려갈때 넘어지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수가 생긴다. 그리고 이왕이면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내려 가고 싶다. 높은 곳에 있으면 산넘어까지 아울러 그 생김새를 두루두루 볼 수 있겠지만 낮은 곳으로 가면 갈수록 시야가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려가는동안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내 아이들이 마음껏 산행을 즐기며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런 바램에서 저자가 던진 일곱가지 질문 중 마지막 장에 씌여진 중년의 균형에 관한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는데 그가 중년의 나이에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배우면서 스케이트 선생인 뤽이 해준 말은 산을 내려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내게도 좋은 지침이 되어줄 만한 것이다 싶다.

사는 동안 우리는 돌고 또 돌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머지않아 다시 어둠이 찾아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퀘벡에서 내게 스케이트를 가르쳐주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얼음 위에 서 있게 해준 뤽의 말을 떠올릴 것이다. (중략) 그것은 바로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 볼 것.'이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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