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복잡하게 얼켜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화 차이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전 남편의 의붓딸을 사랑하는 사이다와 밀회를 하는 주인공 미즈사와,

잔혹한 성범죄 피해자인 아사미를 치료하다 본가정을 버리고 그녀와 재혼하는 미즈사와의 전남편 유이치로,

의붓 어머니가 된 아사미를 사랑하는 미즈사와와 유이치로의 아들인 후미히코,

의붓 오빠를 사랑하게 된 후유코,

후미히코를 좋아해 후유코를 시기하다 사이다의 사고사와 후유코의 자살에 관여하게 된 미치코.


이밖에도 등장인물은 몇몇이 더 있지만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들은 아니니 빼기로 한다.

그들의 관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비정상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행여 이들의 복잡한 관계에 남득할만한 개연성이라도 있었다면 그런대로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불쾌함이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이 소설의 발단이 되는 후미히코의 실종사건에서 중심인물이 되는 아사미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로 잔혹한 성범죄의 희생자다.

작가는 미즈사와의 생각을 빌어 아사미가 잔인한 성범죄의 희생자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녀의 몸에 흐르는 소토오리히메라는 것이 남자들의 이상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작가는 처참한 범죄의 희생자가 그런 운명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

가해를 하도록 만든 그 무엇인가가 이미 피해자에게 존재한다는 식의 망상으로

가해자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비정상적인 논리.

이 논리대로라면 피해자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사람이 되고 만다.

이런 논리는 조금 억지스럽다.


그리고 또 하나, 4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분량의 실종사건의 전말이

책의 말미에서 갑작스럽게 일단락되는 것은 무척 당황스러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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