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녘에 잠이 깼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몇번을 뒤척이다 아무래도 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거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만 불을 켜고 책을 집어 들었지만 창 밖의 칠흑같은 어둠이 의식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때마침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일순간 소설의 배경인 세령호의 새벽녘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 올렸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부분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다. 그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건 속에 실존하는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그 인물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건과는 상관없지만 동일시점에서 관찰하는 관찰자가 된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치밀한 묘사와 더불어 냉철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사실 정보에 관한 설명은 또 어떠한가. 예로 승환과 서원이 잠수를 하는 장면은 마치 전문가가 쓴 것처럼 자세하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뒷받침 되었다는 뜻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이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같은 사실과 증거는 독자로 하여금 의문이나 의심없이 글에 몰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7년동안 계속된 오영제의 집착은 사이코패스의 광기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런 그가 사회적 강자라는 것이다. 그의 올가미에 갇혀 버린 현수, 승환, 서원은 과연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52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 중에서 오른손에 남은 페이지수가 불과 십 여 장 뿐인데도 결말을 예측할 수 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 시점에서는 패색이 짙어 보인다. 결국 돈과 명예를 움켜진 자들에게 이 사회의 시스템은 비겁한 손을 들어주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