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잠이 깼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몇번을 뒤척이다 아무래도 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거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만 불을 켜고 책을 집어 들었지만 창 밖의 칠흑같은 어둠이 의식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때마침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일순간 소설의 배경인 세령호의 새벽녘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 올렸다.이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부분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다. 그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건 속에 실존하는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그 인물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건과는 상관없지만 동일시점에서 관찰하는 관찰자가 된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치밀한 묘사와 더불어 냉철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사실 정보에 관한 설명은 또 어떠한가. 예로 승환과 서원이 잠수를 하는 장면은 마치 전문가가 쓴 것처럼 자세하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뒷받침 되었다는 뜻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이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같은 사실과 증거는 독자로 하여금 의문이나 의심없이 글에 몰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7년동안 계속된 오영제의 집착은 사이코패스의 광기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런 그가 사회적 강자라는 것이다. 그의 올가미에 갇혀 버린 현수, 승환, 서원은 과연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52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 중에서 오른손에 남은 페이지수가 불과 십 여 장 뿐인데도 결말을 예측할 수 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 시점에서는 패색이 짙어 보인다. 결국 돈과 명예를 움켜진 자들에게 이 사회의 시스템은 비겁한 손을 들어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