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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나의 선택이 세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ㅣ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7
이형주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6년 1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605/pimg_7085371081665075.jpg)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위안하기엔 인간은 너무 먼 길을 와버린 것 같다. 지구라는 행성을 입맛대로 바꿔온 인간은 다른 동물들의 삶에 너무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식생활은 물론, 과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특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간의 쾌락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목적은 다양하다. 대량 생산, 놀이, 체험, 전통문화, 패션, 건강, 실험... 다양한 이유들에 따라 희생되는 동물의 종과 수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일부 판매자나 기업은 소비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더 편리하게 동물들을 '다루기 위해' 온갖 방법을 고안한다. 그 과정에서 번번이 학대가 일어난다. 그러나 단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만의 문제일까? 가장 먼저는 '소비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외면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이런 소비자들의 작은 선택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쇼 동물이나 모피 동물, 케이지 사육의 문제들은 미디어를 통하여 여러 번 접한 적이 있으나,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는 동물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한 맹수를 특정 공간에 가둬서 사냥하는 '통조림 사냥',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소를 보고 열광하는 스포츠 '투우', 야생에서 포획되는 순간 폐사 가능성이 6배 높아진다는 '수족관 돌고래', 죽을 때까지 배에 연결된 호스로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사육 곰', 지느러미가 잘려 바다에 그냥 버려지는 '상어'등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동물들이 허다했다.
저자는 이렇듯 큰 범위로 퍼져있는 동물학대산업을 막기 위하여 한 명 한 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한다. 지나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아이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진실'을 들려주며, 여행을 할 땐 동물학대산업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당장 모든 것을 끊을 수 없지만 소비를 할 때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들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덧붙여 저자는 동물 복지에 힘쓰고 있는 '파리 동물원'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동물의 습성에 따라 다양하게 꾸려진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관람객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동물을 보려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 쇠창살 없는 동물원의 모습은 인간에 의해 서식지를 파괴당한 동물들을 위한 진정한 '보호소' 혹은 '동물원'이 아닐까.
사실, 이 책에 대해 읽고 글을 쓰기 전 많이 망설였다. 겨울옷을 마련할 때마다 모피동물의 털 (앙고라, 라쿤, 오리털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는 나는 과연 떳떳한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한 블로그 (링크) 에서 이런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생각이 오히려 동물 보호와 관련된 발전을 막는 매개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따지면 ㅇㅇ가 더 불쌍해", "그럼 넌 채소만 먹어"와 같은 말들은 실천의지를 없애버리는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완벽한 실천은 무의미하다는 사고방식은 더 많은 무분별한 동물 소비와 동물 학대를 부르고 발전 가능성을 멈춰버리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오늘 단 한 가지의 실천만이라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고 쓰고 구매할 것인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내 선택으로 지구 저편에 있는 동물에게 고통이 주는 산업이 유지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선택할 때 더 싼 가격이나 지금 당장의 편의가 아니라 다른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하는 건 어떨까. 잠깐의 시간을 들이거나 조그만 불편을 감수한 내 선택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니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181쪽)
56쪽, 매일 물웅덩이를 찾아 물을 먹는 코뿔소의 습성 때문에 코뿔소를 찾아내 죽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험 있는 밀렵꾼이라면 물웅덩이에서 기다렸다가 물을 먹는 코뿔소에 다가가 쓰러뜨리고 뿔을 제거하는 데 7분이면 충분하다. 일단 코뿔소의 무릎을 총으로 쏴 쓰러뜨린 후 아킬레스건과 척추를 칼로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러고는 도끼로 코의 뿌리부터 도려낸다. 코뿔소는 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그러다 보니 종종 죽은 엄마나 아빠 코뿔소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울부짖는 아기 코뿔소가 함께 발견되기도 한다.
86쪽,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는 사육장도 많다. 심지어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사방을 투명한 유리로 만든 사육장도 있다. 그나마 관람객에게 전시되는 외부 방사장과 내실이 분리되어 있는 동물원도 동물이 숨을 수 있는 공간으로 통하는 문을 잠가 동물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도록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06쪽, 잔인하게 포획된 어린 코끼리를 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길들이는 작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이다. 코끼리가 사람을 두려워하도록 길들이기 위해 훈련사들은 새끼 코끼리를 자신의 몸보다도 작은 나무 상자에 구겨 넣어서 꼬박 일주일을 쇠꼬챙이로 찌르고, 매질을 하며 굶기고, 잠도 재우지 않는다. 이를 파잔phajaan 이라고 부른다.
129쪽, 어두침침한 창고의 문을 열면 곰의 크기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케이지가 몇 줄로 늘어서 있다. 몸을 굴리기도 힘들 정도로 협소한 케이지 안에는 가슴에 흰 초승달 문양이 새겨진 곰이 갇혀 있다. 산딸기, 머루 등 과일과 도토리를 좋아해 하루 종일 산을 누비며 먹이를 찾아 먹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는 습성이 있지만, 정작 이곳의 곰들은 케이지 안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쇠창살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 배에 뚫린 구멍에서는 사시사철 고름이 흘러나오지만 사람이 다가가면 자연스럽게 배를 철창에 갖다 댄다.
150쪽, 진정한 교육은 진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벨루가의 귀여운 미소 뒤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숨기고 겉모습만 보여 주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거짓일 뿐이다. 남은 벨라와 벨라가 담긴 푸른 수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한때 그곳에 살았지만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뜰 수밖에 없었던 벨로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하고 값진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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