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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래프 Monograph No.3 손열음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2월
평점 :
현재 스리체어스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인물 평전의 두 가지 버전 중, 비교적 젊은 멘토를 선정하는 『모노그래프』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표지에 적힌 '해시태그'부터 선정되는 인물까지 핫트렌드와 젊은 감각을 내세운 것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막 가볍지만은 않다. 누군가의 삶을 다뤄내는 손짓은 조심스럽고,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을 선정하기에 독자들에게 기본 지식 또한 전해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모노그래프』 3호의 인물 특성상, 기본 지식은 그 인물을 이해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피아니스트를 알기 위하여 그들이 연주하는 곡의 작곡자들을 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는 초반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리스트 등 작곡자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에 이런 내용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지만 한 페이지에 (그들의 인생에 비하면) 짤막하게 요약된 글들 속에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재미있는 코너는 '클래식 에티켓'이다. 클래식 콘서트에서의 아주 기본적인 매너들과 사소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기 민망한 궁금증까지 다룬다. 책 속의 당연한 절차일지도 모를 클래식 에티켓을 모두 읽고 나면, 이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음악 속으로 깊이 들어갈 차례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다 보니 '손열음'이라는 이름도 어깨너머로 들어봤을 뿐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나의 무심함이 살짝 미워졌다. 검색 한번, 유투브의 동영상 한번 클릭하면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그의 영상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영상 하나를 눌러보았다. 지휘자가 손열음의 힘 있는 연주에 맞춰 따라가는 듯한 모습이 신기했다. 덧글 창에는 칭찬 일색이었다. 감동에 감동이라고.
『모노그래프』가 끌어내고 있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음악 천재로 주목받았던 그의 어린 시절부터, 준우승을 차지한 차이콥스키 콩쿠르까지의 오랜 과정이 담겨 있다. 절대음감, 초등학교 때 나갔던 국제 콩쿠르, 그리고 수상, 결코 잊을 수 없는 스승들의 이름까지. 전혀 다른 세상이라 여겼던 클래식 연주자의 삶에 신기한 감동을 할 무렵, 어떤 구절이 마음을 끈다.
"손열음은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직업을 물으면 '콘서트 피아니스트'라고 답한다.
'음악가'라고 하면 추가 질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클래식 연주자를 딴 세상 사람처럼 생각하지만 똑같이 땀 흘리며 살아가는 직업인이다. (61p)"
인터뷰에서는 그 사람의 성격과 인성이 짧은 한마디에도 전해져오는데, 손열음의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의외의 성격이 눈길을 잡는다. "야심도 없고, 고집도 없고, 경쟁심도 없는데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 에디터님의 말처럼 의아했지만, 솔직하면서도 무던한 말투가 읽기에도 받아들이기에도 편안하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 연주할 때의 감각 등 음악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도 함께하지만, 좋아하는 술이나 요리, 휴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있다. 클래식 연주자를 향한 원인 모를 경외심도 느껴지고 친근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 자체가 재미있고 좋다, 라는 생각이 든 건 이 부분. "제2의 손열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더 큰 사람을 보고 꿈을 꾸세요. 하하" 왠지 호탕한 (또 다른 천재) 김연아 선수가 생각난다.
'음악'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책에서 만나기에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음악을 들을 수 없을 바에야, 읽고 난 뒤 '음악'으로 인도할 수 있다면 역할은 다 한 것 같기도 하다. 손열음의 음반, 손열음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유투브 스타의 영상 등 다양한 '들을 거리'들도 가득 채우고 나면, 그것들을 직접 듣고 싶어질 것이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도 음악을 틀었다. 손열음의 연주 중 건반과 혼연일체가 된 장면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