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7 엄홍길 - 엄홍길 편 -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은이) | 스리체어스 | 2015-12-22

 

 

 남겨진 생각들

 

 당연한 얘기지만, 세상엔 제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속된 말로 '무언가에 미쳐 사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다. 그 무언가를 개인적인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음'과 '이해할 수 없음'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면, 산악인의 경우 '등산'은 전자에 '고산 등정(登頂)'은 후자에 해당한다. 산, 그 자체에 매료되어 취미로 산행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정상을 오르는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경험하기도 싫은 '고산 등정(登頂)'은 내 기준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들보다 몇 배는 더 높은, 세계의 고산들을 온갖 고통과 재해에 맞서 오르는 것은 분명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산을 맨 걸음으로 올라본 적도 없고, 그저 케이블카에 타서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 사진만 찍을 줄 아는 나이니 뭘 알겠는가. '산'이라는 것은 내 일상에서 동떨어진, 가까이할 수 없고 그저 경치로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니 산악인들에 대해서도 평소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었고, 어떤 프로그램에 누군가가 등장하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금세 사그라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7호, 엄홍길 편을 읽고 나선 꽤 길게 여운이 남아 있다.

 

 

 

 그동안 정치, 문화, 과학 등 다방면의 인물들을 조명했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이번 호에서는 산악인 '엄홍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영화 『히말라야』의 개봉으로 산악인들의 관심이 살짝 힘을 얻고 있는 찰나였다.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8번째로 등정한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을 대표하여, 산악인들의 인생과 다양한 것들을 담았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히말라야 14좌, 그리고 위성봉이라 불리는 2좌를 설명하기도 하고, 고산 등반의 상세한 방법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일인만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산을 오르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 등정주의와 등로주의로 나뉜다는 것,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는 것,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것. 그저 개인적인 도전이라고만 여겼던 등정이 이렇듯 많은 요건을 끼고 있을 줄은 상상을 못 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고난이 가득했던 그의 완등 기록을 살펴보며 상상 속에서 오들오들 떨리는 발을 부여잡고 쉽지 않은 독서를 계속해야 했다. 죽음과 고독, 공포, 그리고 환희, 글로 보는 것보다 더 혹독하고 광포한 산에 '미쳐 사는'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더욱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역시 특유의 서술과 구성으로, '엄홍길'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독자에게 넘기고 있다.

 내가 느낀 그는, 정신력이 무척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실제로는 순하디순한 사람이지만, 산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는 동료의 인터뷰를 보고는 그의 성격이 또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산에 올라가면, 오로지 신성한 산만 보고 거침없이 오르는 저돌적이고 냉정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목표에 대한 의지가 무척이나 강한 사람 같기도 하다. 그와 함께한 동료와 셰르파들의 죽음이 여럿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사람들은 그의 저돌적인 스타일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고산의 상황이란 개인의 안위를 살피기에도 어려운 것이니 절대 다른 이들의 죽음에 그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영화 <히말라야>의 소재로도 쓰였던 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 수습 과정도 상세하게 나와 있다. 개인의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든, 눈 덮인 고산에서 누군가의 시신을 수습해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데, 그는 해냈다. 대단한 사람이다. 산에서의 그의 모습이 어떠했든, 진심이 담긴 이 숭고한 등반에 고개가 숙여진다.

 

 

​ 이 책을 읽다 보니 뜬금없이 '셰르파'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마음이 갔다. 기록은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고,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무거운 짐을 인 채, 길잡이 역할을 하는 그들. 이름을 남길 수 없는 그들의 족적이 궁금해진다. 셰르파를 소재로 한 책이 어디 없을까, 찾아봐야겠다.

​ 끝으로, 등반을 인생에 비유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서문을 발췌한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이 책의 서문은 언제나 가슴을 울린다.

​입학과 졸업, 취업과 승진, 결혼과 출산, 인생의 고비마다 우리는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운다. 대체로 일의 형편이나 과정보다는 출발점을 겨냥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출발하는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애면글면한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만사를 작파한다. 언젠가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여기에 비극이 있다. 정상은 오래 머물 곳이 못 된다. 폭양이 내리쬐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몇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만큼 비좁다. 대저 정상은 머물기 위한 곳이 아니라 거쳐 가는 곳이며,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입생과 신입사원과 배우자와 부모가 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정작 어려운 건 성실한 학생과 뛰어난 사원과 훌륭한 배우자와 인자한 부모가 되는 일이다. 다시 산에 빗대자면 정상에서 자격을 득하고 하산길에서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다. 정상 정복이 아니라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이 인생길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 Word by Lee Yeondae, Publisher.

 

 

Written By. 리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