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읽는 밤
장샤오헝 지음, 이성희 옮김 / 리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장샤오헝 (지은이) | 이성희 (옮긴이) | 리오북스 | 2015-12-24

 

 

 남겨진 생각들  

 

 

 제목이 예쁘다. '밤'과 '철학'이라는 단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속지를 들춰보게 할 멋진 조합이 아닌가. 하루 24시간을 조각조각 내어 빠르게 스쳐 가는 지금의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자유시간에 오로지 자신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철학'할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밤에 철학을 한다'는 부푼 기대감과 함께, 어렵겠지만 깊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을 안고 책을 열었다. 그러나 부담감은 금세 사그라졌다. 철학적 개념을 속속들이 설명하며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깊이 있는 철학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학'에 가까웠다.

 

 

 '인생학', 흔히들 자기계발서라고 부르는 이런 책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나는 책에서 좋은 것은 뽑아들이려 노력하는 편이다.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성향 자체가 현실에 안주하고 그다지 큰 도전은 하려 들지 않으며, 목표지향적이거나 큰 의지가 없는 편이어서, 정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부류의 책들을 집어 드는 습관이 있다. 단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뜬구름잡기식의 교훈이거나,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계속 전한다거나 하는 식의 자기계발서인데, 『철학 읽는 밤』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인생학'이지만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어 나름의 분위기가 있달까.

 

 

 저자 '장샤오헝'은 중국인들의 정신적 스승인 원로학자 '지셴린', 대문호 '루쉰' 등 '북경대학교'를 스쳐 간 인사들의 발언이나 명언들을 중심으로, 구전된 이야기들까지 이 책에서 다양하게 전한다. "당연한 것 아냐?"라고 되물을 수 있는 교훈도 있지만,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강인한 인생학을 담은 교훈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주는 것들이 많다. 소박함과 초연함, 평정한 마음, 포부를 향한 꾸준함, 인생의 진리를 설명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기억에 박혔다. 특히,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다"라는 9장의 소제목은 교훈의 의미는 어디서 많이 듣던 것이지만, 표현이 다르니 역시나 오래 담고 싶은 인생의 교훈이 된다.

 반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뜬금없이 서양의 작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거나, "어디에 살던 아무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었다. 그 또한 가르침을 주는 교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북경대와 중국을 대표한 '지혜의 보고'를 담고 있는 만큼, 분량이 줄어들더라도 이 중심적인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12개의 테마로 나뉜, 400장의 꽤 많은 분량을 자랑하고 있는 『철학 읽는 밤』을 매일 몇 장씩 잠이 들기 전에 읽었다. 명사들의 가르침을 전하고, 명언을 설명하는 식의 책으로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하루를 정리하는 '밤'에 읽으면 무척 좋을 것이다. 특히, 매일이 바빠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인 글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해보면,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세태가 새삼 놀라운 것도 아니다.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세상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과 교제하기를 원한다. 만약 내가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내 집 앞은 내게 조금이라도 연줄을 대보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룰테지만, 반대로 내가 곤궁하고 초라해지면 사람들은 자연히 나를 멀리하려 할테다. 내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부담이요, 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원리를 이해한다면 이 세상의 세태를 담담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잘못된 모습 때문에 내 인생의 아름다운 색채를 잃어버릴 필요 없다. 야박한 세상사와 인간의 본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길. 인생은 훨씬 더 간단하고 홀가분한 것이니 말이다. (52쪽)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생활이란 물질적으로 빈궁한 생활, 즉 근근이 끼니나 때우고 잘 먹지도, 잘 입지 못하는 생활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소박한 삶과 빈궁한 삶은 완전히 다른 뜻이다. 빈궁한 생활이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물질적으로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을 뜻한다면, 소박한 삶은 양호한 생존 환경에서 삶의 본질을 부단히 지켜나가는 삶을 뜻한다. `박朴`이란 꾸밈없음을 말하고, `소素`는 간단하다는 뜻이다. 꾸밈이 없고 간단한 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76쪽)

초연함이란 영예와 모욕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태연함과 대변함이며, 온갖 고난을 겪은 후 얻게 되는 성숙함과 침착함이고, 또한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평정한 마음이다. 담담하다는 것은 명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명리를 여유롭고 유연한 태도로 관망하며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이를 얻고, 또 필요할 경우 집착하지 않고 이를 내려놓을 수 있는 모습이다. 오직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만 명리에 끌려다니는 법 없이, 자유로이 세상을 유영할 수 있다. (117쪽)

포부는 낯선 지역을 항해하는 항선을 비추는 밝은 등이고, 칠흙같은 깊은 밤을 밝히는 별빛이며, 아름다운 인생을 그려내는 섬세한 붓이다. 이상과 목표와 진취적인 기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분투해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신념을 얻으려면 먼저 인생의 목표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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