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3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서문 / 아티초크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그 여운이 한동안 잊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언어들의 나열, 그 속에 품은 고되지만 아름다운 감정들.

 

 '아틸라 요제프' 시선은 이전에 아티초크에서 출간되었던 '안나 드 노아이유' 시선과 마찬가지로 국내 최초로 우리 곁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의 이력에서도 그가 내놓은 글에서도 참 고맙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틸라 요제프'는 한마디로 말해, 비운의 헝가리 시인이다. 32년이라는 짧은 생애, 가난한 노동자의 집안에서 비참한 현실과 싸우며 지낸 그는 9살 때 처음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아버지가 떠나가고, 어머니는 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시는 신성모독이나 정치 선동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교사와 일용직 노동자까지, 수많은 직업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가 있었다. 그에게 '시'는 살아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수단이었을까.

 

 

찢어졌나보다 / 이 내 그물이 / 고치려 펼쳐 놓고 / 자세히 살펴보니

언 그물은 / 빛나는 하늘 (34쪽, 그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 은도끼가 물푸레나무의 / 잎들을 농락하더라도 / 객관적이고 낙천적으로

나의 심장이 허무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 그 작은 것이 소리 없이 떨고 있는데 / 별들이 서서히 주변으로 몰려들어 / 가만히 구경한다 (69쪽, 희망이 없이)

 

 노동, 땀 흘림, 외로움과 괴로움, '일어나라'는 외침, 자본과 국가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 찬 시들. 그 속의 황폐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시 속에는 그를 이겨내려는 안간힘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물은 찢어졌지만 빛나는 하늘 같다며 위안하는 시선, 반짝이는 것들을 보고 "나는 행복하다 (46쪽, 여름의 오후)"라고 말하는 그에게 '시'는 그 속의 것들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유토피아였을 것이다. "죽여! 짓밟아! 갈겨!" 뒤에 오는 "요즘 세상 참 -" (48쪽, 서리)이라는 문장의 배치 또한 이상하게 마음을 간지럽힌다. 열차에 몸을 던져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끊어버렸던 그에게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지만, 또 다른 세상 (시) 속에서는 "요즘 세상 참-"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음울하고도 서글픈 장면들의 반복, 그러나 그 뒤에 오는 문장들이 있어 전해져오는 고통은 환기된다. 그리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올라온다.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 당신은 일곱 사람으로 묻히리니 - / 젖가슴에 기대어 젖을 물린 사람, /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사람, / 가난한 사람들이 이기도록 도와주는 사람, /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사람, / 밤새도록 달을 바라보는 사람, 그러면 / 세상이 당신의 비석이 될 거예요 - / 당신 자신이 일곱 번째라면. (21쪽, 일곱 번째 사람)

 

그 계층 사람들은 / 친절하지 않았다 / 나는 하루걸러 한 끼 먹는데 / 위궤양은 매일 나를 좀먹는다. / 세상이 돌아가듯 / 나의 위는 휘돌고 / 내 안의 사랑은 연소한다. / 세상은 역겹고 / 전쟁은 토사물. /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 음식이 아닌 비겁한 침묵. / 변화를 주기 위해 스스로를 걷어찬 나는 / 분노하기에 충분한 / 혼란으로 가득한 시대의 시인. (102쪽, 마지막 전투)

 

 어려운 시대다.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 못한, 답답한 시대다. '아틸라 요제프'의 시대와 지금 우리의 시대가 완벽히 일치될 리는 만무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중간중간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시어들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을 보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지금이다. 그러나 그 강렬한 시어들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애가 빛난다는 것, 이 시집을 소중히 남길 수 있는 이유이다. 고통이 넘치지만,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어느새 잔잔히 흐르는 노동가처럼 마음이 울리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그대로 이루어질까"하는 의문을, 혹은 다짐을, 시인은 우리에게 돌린다. '일곱 번째 사람', 당신에게.

 

 

 

 

 

Written by. 리니

동유럽 문학/ 헝가리 시/ 노동, 민중 시/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3 

소장하고 있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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