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드 노아이유 시선 : 사랑 사랑 뱅뱅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2
안나 드 노아이유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 사랑 뱅뱅』 안나 드 노아이유 / 아티초크

한낮에 작렬하는 태양 같은 '사랑의 시'​

 

 

 

 

  책을 읽고 나서

 

 '안나 드 노아이유'라는 이름을 책에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것 같은데 (아니면 아이유라는 이름의 착각일 수도), 현재 인터넷 서점을 기준으로 출간된 책은 '아티초크'의 시선 『사랑 사랑 뱅뱅』이 전부다. 그러나 내가 만약 이 빈티지 시선을 번호별로 모으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왠지 모를 여성적인 향기를 폴폴 풍기고 있는 표지와 '사랑의 시'라는 카피, 그리고 첫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리즈를 모으고 있던 덕분에 '다행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했던 큰 착각을 바꿔놓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사랑의 시'가 단순히 여성적이거나 꽃처럼 아름답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신파적인 느낌일 거로 생각했던 나의 착각은, 아마도 작가인 '노아이유' 백작 부인에 대한 편견이었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이런 시를 썼겠더라는 은연중의 암시, 더군다나 나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편견은 작가인 '노아이유'가 가장 싫어했던 것이겠지. 그는 수많은 사랑의 시를 남기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무수한 가슴>으로 수상자로 지명이 되었으나, 전원 남성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으로 인해 수상 탈락을 하게 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는 '페미나 상'을 창설했다. 12인의 여성작가로 구성된 프랑스의 문학상, 이름은 Femina 여성적인 이름을 달았으나 남성에게도 수상 되는 문학상이다. 진지한 문학을 주류로 했던 당시 문단에서, 여성의 본질에 주목한 노아이유의 시는 하찮은 것으로 취급받았지만, 꿋꿋이 자신만의 사랑 노래를 만들어나간 그의 배짱이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허무다, 우주는 허무다 / 마음과 감각으로 그 허무를 감지한 사람에게 / 그것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 파란 많은 위험한 인생 / 음산하고 게걸스러운 땅속의 영원한 잠// 허무다, 어디를 보아도 허무하고 우스꽝스럽다 / 사방에 가슴을 모독하는 것들뿐이다 / 운명의 신은 인간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 방패가 없는 인간의 고결함에 창을 던진다 // 그 모든 끔찍한 고통 속 / 도취적 사랑의 원천은 너밖에 없다 / 벨벳 가면을 쓴 작은 신 / 닳고 닳았으면서 순수한 너, 달고도 쓴 너 / 잔인하면서 온화한 위로자 / 그 이름 사랑이여. (64쪽, CLXXV) 

 

 사랑은 어쩌면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도, 대단히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 정열적이며 격렬한 광란의 그 감정을, 노아이유는 끈질기게 자신의 시에서 형상화해내고 있다. 그의 사랑에의 도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허무감을 반복하는 그의 입을 통해 그 강렬함은 더욱더 커 보이게 만든다. 노아이유의 '사랑의 시'는 속삭임이 아니라 울부짖는 절규의 느낌이다. 그의 감정에 공감하며 읽어나가다가 터져 오르는 그의 감정에 북받친다. 사랑, 나와 너, 존재에의 자각, 허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는 상상했던 『사랑 사랑 뱅뱅』의 이미지와 달라서 뜻밖의 큰 충격을 준다. 한낮에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과도 같은 '안나 드 노아이유'의 시선 『사랑 사랑 뱅뱅』에서처럼, '세상이 우리 없이는 안 돌아갈'것 같은 크나큰 도취의 사랑은 언젠가 만날 수는 있을까?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을 이제 두 권째 보고 있는데, 또다시 비슷한 느낌의 리뷰를 남기고 있다. 첫 이미지와 너무나 달라서, 착각을 뒤집어 놓았다는 반성의 리뷰랄까. 이게 시든, 소설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학이라는 점은 나에게 더없이 반가운 일이고.

 

  

 

 

 

Written by. 리니

프랑스 시/사랑의 시/ 국내 초역/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2

소장하고 있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새들은 훨훨 완벽한 자태로 날아오르고 / 푸르른 하늘에 만물이 / 빨려 들어가는 듯하던 그 시절 / 우리는 상상의 날개를 펴 떨리는 손으로 / 향기를, 공기를, 수평선을, 파도를 잡아보았지 // 우리는 그때 고독한 승리자였는데 / 가슴속 깊은 곳에 흐르는 강물을 느끼고 / 정상에서 새벽을 마시고 숭고한 기분을 주는 / 말할 수 없이 성스러운 느낌을 맛보았는데 / 욕망은 담대한 독수리처럼 / 은빛 둥근 선을 그리며 태양을 향했지! / 우리는 사색에 잠겼지 / 세상이 우리 없이는 안 돌아갈 줄 알았는데 (19쪽, 눈부심)

행복과 권태는 / 밤을 여행하는 두 줄기 강물처럼 / 꿈꾸며 무모하게 흘러가 / 쓰라린 인생의 바다에서 길을 잃는다 //

마음이 아플 때나 / 사랑을 할 때는 왜 / 언제나 그 어느 쪽도 / 일시적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59쪽, CXIX)


신중하고 견고하게 지어진 벽이 /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우리를 / 갈라 놓는다. 인간의 행과 불행은 / 우리의 은신처에 이르지 못한다. / 아! 죽음이 빨리 왔으면, / 너의 무릎에 머리를 비비대면서 / 나는 극단적이고 신속한 운명을 애타게 기다린다. / 나의 사랑은 네가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큰데! / 나의 도취는 무덤처럼 / 우리 둘을 한데 넣고 밀봉한다. / 그 무시무시한 순간은 / 너무나 정염에 불타고 아름다워 / 창문이 새벽빛으로 서서히 물들며 잠을 깨는 순간 / 나는 존재하기를 멈추는 듯하다. (69쪽, 나는 깨어 있을 때 너를 금한다.)


그것은 있었지만 영원 속으로 사라졌고 /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 그것을 알기에 / 상실과 갈망의 우주인 나는 / 나에게 지친다 //

너의 부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 나는 헛되이 / 망각, 희망, 무의식을 추구한다. (79쪽,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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