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 허밍버드 클래식 6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허수경 옮김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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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그림 | 야코프 그림 (지은이) | 허수경 (옮긴이) | 아서 래컴 | 월터 크레인 | 카이 닐센 | 허밍버드 | 2015-11-20

 

 

 

 남겨진 생각들  

 

 동심과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는 이제 더는 어린이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어요. 어른 동화도 많이 출간되고요. 세상이 각박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부담스럽지 않은 글밥과 따뜻한 이야기의 동화는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클래식 동화의 경우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요. 어릴 땐 신기한 마음으로 동화들을 읽었다면, 이제는 언뜻언뜻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줄거리와 장면들을 떠올리며 웃으면서 읽게 되죠. 어릴 적 고사리손으로 넘기며 읽던 이야기를, 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 꼼꼼히 읽어보는 느낌은 정말, 뭔가 달라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오랜만에 만나보았어요.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백설공주, 라푼젤…… 이 유명한 동화들을 포함하여 16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제목이 살짝 낯선 게 있는 듯하다가도 읽어보면 "아, 이 이야기!"라고 반가움이 밀려와요. 사실 이 모든 이야기가 그림 형제의 순수 창작물은 아니랍니다. 그들의 고향 '헤센 주'에서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형제가 편집하고 엮은 동화들이지요. 그래서 원래는 마냥 순수하고 귀여운 이야기들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최소화한 이야기 버전으로 담아냈어요.

 

 어렸을 적 많이 좋아했던 '라푼젤', 왠지 모르게 노랫말 같았던 '룸펠슈틸츠헨', 모든 것을 버리고서야 행복을 만끽하는 역설적인 동화 '운 좋은 한스' 이야기들은, 제가 무심코 기억 속에서 잊어버렸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독일판 신데렐라 (?) '아셴푸텔'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와도 비슷비슷해서, 다른 듯 색다른 매력이 있죠.

 

 

 이 책의 시리즈인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돋보이는 점은 현대 문학가들의 번역이에요. 클래식 동화의 경우, 줄거리나 이야기 흐름을 많이들 꿰고 있으니, 작가들의 감수성을 빌려 신선하게 읽히게 하는 시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원문이나 다른 번역가의 동화를 옆에 두고 비교해보지 않는 이상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 번역에 둔감한 편이기도 하고, 짧은 동화라서 그런지 크게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독일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동화 원문을 반복해서 읽으며 행복감을 느꼈던 허수경 시인의 감수성은 이 이야기에 분명 녹아들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예쁜 삽화와 빈티지한 속지, 동화의 따뜻한 분위기가 만나 읽는 내내 좋은 기분으로, 여행하듯 읽었답니다. 독일에, 그림 형제와 그림동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화 가도(Maerchen Strasse)'라는 여행 코스가 있다는 애길 들었는데, 이 동화를 읽으니 갑자기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는 『허밍버드 클래식』 출간된 5종 중 하나를 구입하면, '동화 속 문장'이 쓰여 있는 미니북 성냥을 선물로 증정하고 있어요. 성냥이 가득 찬 성냥갑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여러모로 감성을 예쁘게 자극하는 책이라,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Written by. 리니

 

"빨간 모자야, 부엌에 물통이 있을 거야. 어제 소시지를 끓는 물에 데웠거든. 그 물을 가져오너라."

빨간 모자는 함지에 가득 찰 만큼 물을 실어 날라 채웠다. 그러자 소시지를 데운 물에서 나는 고기 냄새가 늑대의 콧속으로 밀려왔다. 늑대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침내 늑대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할 만큼 길게 목을 빼었고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42쪽, 빨간 모자)

우물 속 깊이 빠진 돌을 제 눈으로 보고서 한스는 기쁨으로 소스라치며 뛰어올랐다. 그는 무릎을 꿇고 눈물 어린 눈으로 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이런 자비를 내려주시다니, 자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방법으로 짐이 되었던 무거운 돌에서 해방시켜 주시다니.

"나처럼 운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든 짐에서 풀려 나와 그는 뛰어갔다. 집으로, 어머니에게로 도착할 때까지. (148쪽, 운 좋은 한스)

"형, 이제 당나귀랑 말 좀 해 봐."

방아꾼이 "브리클레브리트!" 하고 말하자 마치 그 자리에 폭우가 내린 것처럼 순식간에 황금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나귀는 모두 짊어질 수 없을 만큼 많은 황금을 쏟아 내고서야 멈추었다. (그래, 당신 표정을 보니 꼭 그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하는 눈치군.) 그 다음 셋째는 작은 식탁을 가지고 와서는 말했다.

"형, 이제 식탁이랑 말 좀 해봐."

가구공이 "식탁아 차려 주렴" 하는 주문을 끝내기도 전에 식탁이 차려지며 가장 좋은 그릇들이 식탁을 뒤덮었다. 착하고 늙은 재단사의 집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만찬이었고, 모든 친척들이 밤이 될 때까지 같이 즐겼다. (212쪽, 요술 식탁과 황금 당나귀와 자루 속이 몽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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