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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래프 Monograph No.1 최현석 - 창간호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9월
평점 :
▒ 책을 읽고 나서
여러 번 리뷰를 남겼던 인물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과 연계로 새롭게 창간된 『모노그래프』 매거진 입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정계나 예술, 학문 등의 인사를 중심으로 진지하고 빼곡하게 다뤘다면, 『모노그래프』는 현재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멘토를 선정합니다. 무게감은 이전보다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도, 꼭 '가볍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스리체어스'만의 디자인과 구성으로 빼곡하게 한 권을 채우고 있습니다.
창간호에서 다룬 인물은 '최현석'입니다. '쿡방', '요섹남'등의 용어도 만들어질 만큼, 셰프 전성시대인 요즘입니다. 그중 최현석 셰프는 방송에서 '허세 컨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리사로서의 실력 또한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분이죠. 『모노그래프』는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최현석 셰프의 인생과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보이고 있습니다.
셰프가 주인공인 만큼, 목차는 메뉴판으로 대신합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이전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에서의 'TALKS AND TALES'이 댓글 창으로 바뀌었습니다. 살펴보았더니 아이디와 이모티콘이 있는 댓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가독성은 그리 좋지는 않아 뭔가 낯선 기분도 듭니다.
최현석 셰프의 이야기에 앞서, 셰프의 의미나 그와 관계된 셰프들을 비교한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최현석의 인생 요리'나 '크레이지 레시피' 등 그를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것 같은 이야기도 있군요. 전체적인 구성의 흐름이 참 좋아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최현석 셰프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특별한 이력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리를 배우려면 유학을 가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 그리고 해외파 셰프가 넘치는 요리계에서 실력으로 한 계단씩 정상으로 올라섰기 때문이지요. 아버지도, 엄마도, 형도 요리사였던 집안에서 자라긴 했지만,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적도 없고 해외에서 요리를 배워온 적도 없습니다. 순전히 실전에서 한층 한층 올라섰습니다. 'Poisson', 최현석 셰프의 인생 전환점을 요리로 표현한 부분에서 그의 인생 스토리를 엿보게 됩니다. 밥벌이를 위해 자연스럽게 요리사를 생업으로 택했지만, 처음 취직한 레스토랑에서 20킬로가 넘는 홍합을 갔던 기억, 요리사 어머니의 잊을 수 없는 계란말이의 맛,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는 요리 철학을 갖게 된 에피소드, 자신의 요리를 알아주고 발전하게 해준 미식가 손님 'cosmos7'의 이야기. 그에게도 역시나 그 자리까지 올라오게 한, 시련과 우여곡절이 많았더군요.
* 분자요리 - 음식을 분자 단위로 쪼개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요리법
요리에 대한 기본 철학을 완성하고, 자신만의 직관으로 레시피를 만들다 보니 '분자 요리'*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최현석 셰프. 끝없는 연구와 국경 없는 레시피는 그에게 '크레이지 셰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죠. 그와 관계된 '크레이지 레시피'도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두부김치 모양의 엔다이브 샐러드'. 생긴 것은 우리나라의 포기김치 같은데, 이탈리안 정통 대표 음식이라 합니다. 가짜 두부, 가짜 김칫소를 만들어 넣은 이 맛이 무척 궁금합니다. 점점 군침이 돌고 입맛을 다시는 글이 잔뜩인데, 엎친 데 덮친 격 '오감에 대한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함민복의 시집 이름에서 빌려왔다는 <우울 氏의 一日>이라는 짧은 단편이 오감을 자극합니다. 역시, 광고가 잔뜩 실려있는 잡지와는 다른 색다른 매거진이라는 느낌이 이런 곳에서 나오지요.
이어서 나온 장에는 최현석 셰프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요리계의 조직문화, 셰프의 취미, 논란이 되었던 '강레오' 셰프의 발언, 연예계로 진출하는 셰프들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하고 솔직한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인상 깊은 이야기는 이런 거네요. 재벌 집으로 들어가 요리해준 이야기를 하다가 이어지는, 그의 말.
"살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건 자기가 대단하다고 사람 무시하는 것. 그게 제일 병신 같은 거예요. 다 똑같거든. 그 사람들은 하루에 몇천끼씩 먹는 거 아니잖아요? 삼시 세끼 먹는 거 똑같은데.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고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어요."
위의 사진은 그에게 필름 카메라를 주고, 생활 속 장면들을 찍으라고 해서 나온 사진입니다. 주방에 꽂혀 있는 칼, 그리고 유러피안 음식을 만드는 그가 제일 좋아한다는 라면. 까만 배경의 사진 한 장이 때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러 명의 후배 셰프들과 함께 찍힌 그의 사진을 보니 더없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요리계의 '크레이지 셰프', 그리고 방송계의 '허셰프'. 언제까지나 그 균형을 잘 맞추어 우리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셰프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멘토를 조명한 『모노그래프』.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든, 『모노그래프』이든, 누구나 있을 삶의 진솔한 부분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이 매거진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모노그래프』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잡지/ 트렌드, 젊은 멘토/ 크레이지셰프, 허셰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