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서

 

 자연과학이라면 평생 담을 쌓고 살아온 저에게 '과학자'란 너무나 멀리 있는, 동경의 마음보다도 위압감이 먼저 드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중 유일하게도 친밀감 있게 다가오는 인물이 바로 최재천 교수님입니다. 몇 년 전 대외활동으로 기자단에 참여했을 때, 그를 대상으로 한 첫 기사를 썼죠. 당연히 매개체는 '과학'이 아닌 '책'이었습니다. 신간 출간으로 강의하시던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긴 하지만, 당시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과학이란, 저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그 강의를 듣고 난 이후로, 그의 여러 책을 접하고 나서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은, 그가 남긴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되새기곤 하죠.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에 항상 등장하는 TALKS AND TALES - 대중들의 의견 - 을 보면, 역시 흥미롭습니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문과와 이과를 모두 아우르는 '통섭'과 자연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면에서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학의 대중화에는 이바지했으나, 대중적인 글쓰기가 많고, 생물학에 국한한 지식을 보편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최재천 교수의 저서를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진득하게 과학을 탐구하는 책 (ex, 개미 제국의 발견, 다윈지능 등)은 읽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비판하는 말들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과학에 관련해선 크나큰 관심이 없는 제가 그의 책을 읽게 되었던 건 그가 그렇게 외치던 '통섭'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최재천 교수의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자연에서 맘껏 뛰놀 수 있었던 어린 시절 고향 강릉에서 많은 동물을 눈으로 보고 만지기는 했지만, 과학자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백일장에서 장원한 경력으로 시인이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에게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문예반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미술반에 들어갔고,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해 의예과에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2지망이었던 동물학과, 담임이 쓴 것이었던 서울대학교의 한 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입학해서도 방황을 했지만, 미국 유학을 통해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남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죠.

 

 

 

 그에게 붙는 수식어들은 참 많습니다. 석좌 교수, 국립 생태원장,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 생태학자, 진화학자, 통섭학자……. 이 여러 수식어를 한 번에 통칭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사회생물학자'입니다.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그의 발자취와도 가장 잘 어울리는데,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좀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 생물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의 행동과 생태를 진화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데, 그동안 제가 해 온 모든 일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사회거든요." 그는 넓은 범위의 '생물학자'가 아닌,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에 관해 관심이 각별하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굵직한 역할을 맡기 전, 그에게는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돈 잘 버는 학과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안 좋은 시선을 받기도 했고, 동물들을 관찰하는 학과의 특성상, 연구 기간이 꽤 길 수밖에 없고 논문도 많이 나오지 못해 난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재천 교수는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냈고, 계속해서 다양한 연구를 하며 자신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의 인생처럼 최재천 교수의 삶도 '우연과 필연'의 반복으로 이어져 왔지만,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겠죠.

 

 동생의 고등학교 지원이 가까워져 오다 보니, 학교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마련인데 요즘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말들이 '융합'과 '통합'입니다. 그리고 최재천 교수가 줄곧 외치는 '통섭'까지, 다양한 말들이지만 서로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것만 같죠. 하지만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에서 최재천 교수는 이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줍니다.

 

 

통합은 외부 압력에 의해 강제로 섞이는 형식이에요. 통합을 해도 실제론 잘 섞이지 않죠. (...) 수소 분자 둘과 산소 분자 하나가 융합하면 물이 되는데, 융합이 되면 수소 분자를 알아채기 힘들어요. 물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는 게 융합이에요. 통섭은 융합하곤 또 달라요. 통섭을 해도 원래 것이 없어지진 않죠. (...) 정리하자면 통합은 물리적 합침이고 융합은 화학적 합침이고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이에요. (119쪽)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닌 초기의 인간 -는 1년의 마지막 날, 심지어 아침도 아니고 오후도 아닌 매우 늦은 밤에야 등장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이 우주와 행성에서 가장 어린 막내라는 사실입니다. (142쪽)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으로 최재천 교수의 삶을 짚어 보고, 그리고 그가 쓴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되돌려 보게 됩니다. 무한한 우주 속의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모른 척 해왔던 존재의 미미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 그리고 수많은 '살아 있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수식어,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라는 말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것들이라도, 또한 누군가의 작은 생각이라도 변화시키는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평전/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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