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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4 이문열 - 이문열 편 - 시대와 불화하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5월
평점 :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4. 이문열 / 스리체어스
시대와 불화하다, 한국 문단의 고집스러운 작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획기적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이번 호 인물은 '이문열' 작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라는 존재를 파악하는 이번 호를 무척이나 기대하면서도, 정작 '이문열' 작가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없기에 낯섦이 함께 했다. 수많은 작품을 만나오면서 요즘엔 눈여겨보지 못한 한국 작가들, 그리고 한국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 작가와는 이상하게 인연이 되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들을 읊을 수는 있지만, 그 무게감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틀어줬던, 오래된 화면 속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장면들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원고지와 글자들의 향연이 왠지 모를 황홀함을 선사한다. 『젊은 날의 초상』 초판이란다. 80년대 초반이었으니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것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면, 조금 일찍 문학에 빠져들었다면 그의 문학도 이미 느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다양한 문화계 인물들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조명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발간된 '호' 마다 비슷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엮으면서도, 각기 다른 형식으로 항상 놀라게 한다. 이전 '심재명' 편에서 영화의 구성 요소들에 맞게 인물의 생애를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글자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 신경 써 엮어낸 것이 보인다. (게다가 사진 마저 문자로 그려냈다! )
다소 딱딱한 듯 보일지 몰라도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재미와 무게 면에서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이문열'의 문학 세계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자전적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다뤄냈다. 그의 작품, 자전적 대하소설인 『변경』, 『젊은 날의 초상』 등은 그의 삶과 맞물려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부친의 부재, 가정파탄, 연좌제, 등단, 이문열 신드롬부터 '시대와의 불화'까지 쉼없이 써내려간다. '시대와의 불화', 이번 호의 주제로도 쓰인 이 말은 작가 '이문열'을 이야기함에 앞서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동 문학이 주류를 이뤘던 80년대 한국 문단에서 발표한 『영웅시대』는 '시대와의 불화'의 시작이었다. 그 후 한국 문단의 대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수 논객으로 주장을 확고히 했던 이문열 작가는 거친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것도, 한일 합방에 관련한 거침없는 발언도 문제가 되었다.
많은 시민이 그를 손가락질했고, 일부 시민들은 '책 장례식'까지 벌였다. 그리고 박완서 작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을 저지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 장례식이라, 상당히 놀랐다. 일단 그 시기에는 책과 작가에 관해서도 관심 자체가 없었으니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겠지만, 영정에 책 표지를 넣고 작품들을 불태우는 것은 온당치 못한 행동이었다. 개인적으로 문화계 인물에 대해서는 작가와 작품을 따로 보는 입장을 견지하는 편이라, 이문열 작가에 대한 외부적인 잡음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까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등장하는 Comparison에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한 외국 문학으로 『파리대왕』과 『동물농장』을 비교했고, 뒤쪽에는 현재 출간된 작품 『필론의 돼지』를 그래픽 노블로 각색해놓았다. 적나라한 그림체와 이야기의 강렬함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서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인터뷰와 평전식의 글로 깊게 만나본 '이문열'의 인상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다. 그의 고집스러운 입장들과 여태껏 문제시됐던 발언들을 접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황당함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뜻과 작가의 인생, 작가가 가진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점 등을 읽고 나니 어쩐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단지 시선과 견해가 다를 뿐, 그 시선을 고집하는 굳건함이 매우 강할 뿐이다. 서로 다른, 각자의 진영 안에서 뜻을 고수하고 강하게 주장할 수는 있지만, 속된 말로 비난하며 싸움터로 만드는 것은 온전치 못한 세상일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지금껏 내가 왜 쓰는가에 대한 물음에 공적인 답변을 하는 데 의지했던 입장은 분화사회였습니다. 문학이 정치를 부인하지 않고 정치가 문학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 문학이 경제를 단죄하지 않고 경제가 문학을 경멸하지 않는 사회, 문학이 학문을 비웃지 않고 학문이 문학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 그러면서도 조화롭고 풍요롭게 발전하는 사회 - 실현 가능성만 있다면 별로 나무랄 데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저편보다 이편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편보다는 이편이 덜 싫었기 때문에 택한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가치가 다른 가치에 종속하거나 수단화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쓴다는 것을 평생의 일로 선택한 이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는 자존심입니다. 이따금 맹목으로 느껴질 만큼, 극단적인 양상을 띠는 획일주의, 독선과 우둔도 싫었습니다. (93쪽)
"독자들이 책을 선택할 때 일정한 양의 교양적 욕구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요구를 항상 기억하려고 애쓴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속에도 곳곳에 (그의 성격처럼 굳건히) 자리하고 있던 문학적 고민들을 만난다. 나는 이제 문학으로 그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평전/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