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3 심재명 - 심재명 편 -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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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3. 심재명 / 스리체어스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획기적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이번 호 인물은 '심재명'이다. 지금도 항상, 영화보다는 책이 우선인 터라 '심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명필름'이라고 말하니 "아-" 소리가 절로 나왔더랬다. 명필름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영화 제작사이며, 심재명과 이은 부부가 공동 대표로 있다.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 아는 유명한 영화들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그리고 최근에는 <카트>가 있다. 흔히들 말하는 '역대 최다 관객'이나 한국 영화 TOP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고, 제목만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 속 '화장'이란 작품을 토대로 만든 영화 <화장>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사실 '명필름'이라고 해도, 대단하다는 느낌까지는 안 왔던 게 사실이었다. 제작된 영화를 쭉 살펴봤을 때 이어지는 비슷한 느낌은 있으나, 왜 충무로의 영화 제작사 중 돋보이는 곳인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본문 구성 중 첫 번째로 나오는 (아주 심플하게 표현된) 업적들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최초'라는 말이 매우 많았다.

 

 한국 영화 최초 PPL을 넣었던 <결혼 이야기>

 국내 최초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외국 노래를 사용한 영화 <접속>

 최초로 영화 홈페이지를 만들어 마케팅한 <조용한 가족>

 국내 영화사 최초로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인터넷 펀드로 모집한 <해피엔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관객 220만 명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

 

 '최초'의 가치가 어디까지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영화의 제작과 마케팅에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명필름'의 행보는 굉장히 주목할 만하다.

 

 

 

 

 문화의 한 예술 장르로서, 확고한 자리를 만들어온 이번 호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더욱 독특한 구성과 디자인으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심재명'의 인생을 영화적 기법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시놉시스 - 숏 - 앵글 - 미장센 - 조명과 색채 - 렌즈와 필터 - 움직임 - 음향과 음악 - 편집 - 시나리오 - 이데올로기 순으로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된다.

 

 

"언니가 '사랑의 집' 빌려 달래요."

 같은 반 친구에게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빌려 읽던 재명은 매번 손을 벌리기 민망해 네 살 아래 여동생을 앞세웠다. 카메라는 어린 재명의 떨리는 눈과 주름 잡힌 콧등, 마른침을 삼키는 목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이어지는 필로우 숏 Pillow shot. 노란 풍선을 들고 뛰는 아이와 그 뒤를 따르는 부부를 극단적인 롱 숏으로 보여 준다. 붉게 저무는 하늘과 하늘을 사선으로 가르는 비행운. 영화 내용과 무관한 정경을 담은 필로우 숏은 영화에 여백을 주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적인 숏이다. (45p) 

 

 단지 이번 호의 인물이 '영화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인생을 이렇듯 절묘하게 표현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가난했던 '심재명'의 어린 시절과 남자로 가득했던 충무로에서 강단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서울 극장 기획실의 '미스 심',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기획자로서 성장과 고난을 좌지우지한 대표 '심재명'의 인생까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영화적 기법을 간간이 설명해나가면서 삶의 흔적을 꼼꼼하게 찍어나갔다. 이후 이어지는 구성에는 우리나라의 '명필름'과 비교될만한 영국의 <워킹 타이틀> 제작사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이용하여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심재명'의 인터뷰와, 공동대표이자 배우자인 '이은'의 인터뷰에서는 제작자란 어떤 사람인지,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상업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명필름의 영화적 화두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 요구가 많다는 항간의 소리에 대하여, '제작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으로 어느 정도 자신의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강단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영화적 과잉'을 줄여내도록 노력하는 탓에 '명필름'의 영화가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수긍이 갈 만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니 (게다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 서울대 공원을 탈출한 곰 이야기라고 하니 영화적 성향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무척이나 기대된다.

 

 

 

 충무로에서 소신과 강단이 있는 여성 기획자로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심재명'이라는 인물에 새삼 존경심이 어리며, 20주년을 맞이하는 '명필름'의 다음 행보도 호감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

 

내화면의 공간 바깥에는 언제나 외화면이 있다. 우리의 능력이 태부족하여 외화면의 영역을 직접 비추지는 못하더라도 그곳에 사람과 풍경이 있음을 함께 긍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화면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만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장이 열리리라 믿는다. 내화면과 외화면은 상호작용하며 프레임을 해체하고 영화적 서사를 완성한다.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15p, 편집자의 서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소개하면서 꼭 한번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남다른 문장이 늘 독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구성이지만, 매번 놀라곤 하는 이유는 멋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하는 글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꼼꼼하고 멋들어진 매거진이자, 한 권의 책이다.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평전/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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