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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박성혁 / 다산 3.0
마음을 다져야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 책을 읽고 나서.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이런 뻔하디뻔한 말을 뼛속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평생 '공부가 재미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딱 두 번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입 준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 운명인 줄만 알았다. 첫째 딸이었던 언니에게 과도하게 닦달을 했었던 우리 엄마는 둘째인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어느 정도 놓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공부하라고 크게 혼내지도 않았고,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뭘 하든 즐거워 보여서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고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참 즐겁게 살았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보통을 유지하다가 싫어하는 과목은 슬슬 내려가기 시작했고, 시험 하루 전에 후다닥 공부하는 날도 흔했다.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과 야자를 째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는 점심시간 때까지 내리 졸다가, 시험기간에 후다닥 밀린 공부를 했다. 그나마 벼락치기를 한 탓인지 성적은 바닥을 치진 않고 보통에 머물렀지만, 대학을 가기에는 턱없이 안정권에 모자란 성적이었다. 부모님께 호되게 혼나도 별 감흥이 없었다. 부모님은 아마도 내가 전문대학에 갈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 의미 없이 지나버리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내 인생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도 2살 터울의 언니가 대학입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터닝포인트를 잡았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다녔다. 이미 뒤떨어진 영어 실력을 보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미친 듯이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내가 일궈낼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정말 처음으로 부푼 각오로 독서실을 잡아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고, 내 손으로 문제집을 이것저것 골라 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 꾸미던 다이어리는 스터디 플래너로 변신했고 시간을 조각조각 나누어 해야 할 일들을 적어나갔다. 하루에 목표한 것들을 실행한 뒤 스스로 점수를 적고, 집중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잰 것을 밑에 적었다. 5시간, 7시간, 9시간, 10시간…… 점점 시간을 늘려나갔다. 그리고나선 점점 뿌듯한 결과들을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7등급을 찍었던 과목은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찍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맨날 잔다며 구박하던 선생님의 눈은 조금씩 부드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궈낸 나만의 목표는 남들이 보기에 대단할 정도도 아니었고 훌륭한 성적도 아니었지만, 스스로에게 뿌듯할 만큼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 내 스스로 '마음'을 결단한 탓이었다. 어떤 책에선가 '내가 스스로 잡은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다'라는 비슷한 말을 읽었다. 어떤 의미로는 '공부'라 말할 수 있는 '책에 미친 지금'도 내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즐겼기에 가능한 시간이 틀림없다.
공부……. 하라고는 하는데 저에게는 그저 뜬그룸 잡는 소리 같고, 멀게만 느껴지더라고요.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렇다고 멋진 곳에서 짜릿한 경험을 하며 노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라도 홀가분한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놀든 빚지도 도망 다니는 사람마냥 왠지 모를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어요. 내 할 일로부터 도망쳐 숨어 다니는 사람만의 주눅이라고 할까요.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니 어깨 활짝 펴지 못하고 움츠러들어 있었던 거죠. (29p)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원래는 잉여짓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가던 청소년이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자신의 인생이 '엎질러진 물'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을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했는지, 어떤 감흥도 없던 나날들이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탁- 하고 '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심하고 비참한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결심이 말라버리기 전에, 문제집을 사서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독하게 결심했다. 그리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잉여짓 하는 인간에서, 공부하는 인간으로.
어떤 좋은 학원에 다녀도,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도,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공부를 시작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생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방황 어린 눈들이 갑자기 확- 뜨일지는 모르겠지만, 공부 (혹은 공부라 생각되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고민해볼 기회만큼은 제공해준다. - 책 속에는 춤, 그림, 운동, 요리 공부를 위해 반쯤 미쳐본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공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성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이끌어갈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어떤 일에도 이 공식이 적용되는 것임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 책 속에는 잘라서 책상 등에 붙여놓고 각오를 다질 수 있는 '힐링 포스트잇' 페이지가 있다.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힐링 에세이/ 공부, 자기계발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한번 앉으면 몇 시간이고 꼼짝 않겠다는 독한 각오, 내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놓은 긴장감, 모르는 내용은 알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 나쁜 습관은 모조리 끊어내겠다는 단호함. 1분 1초를 치열하게 채워나가는 절박함을 갖추기만 한다면 지금 내 성적표 따위는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세상에 보여준 적 없는, 그래서 아직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내 안의 가능성을 잘라버리지 마세요. 내 안에 들어 있는 `진짜 나`에게는 이기지 못할 절망 따윈 없습니다. 내 잠재력을 이대로 묻어버린다면 두고두고 내가 나한테 아주 `나쁜 놈`이 될 겁니다. (27p)
저는 내 인생을 하찮게 여겼고, 나를 그다지 사랑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거는 기대도 별로 없었어요. `내가 돌보아주지 않으면 내 인생은 녹슬고 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저는 어리석고 멍청했습니다. 결코 끝이 나지 않을 바퀴를 굴리는 햄스터처럼, 저는 옴짝달싹 못하고 `하던 짓`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한 번뿐인 내 인생은 무척 귀해요. 나에게 이 기회는 절대로 두 번 주어지지 않거든요. 껐다가 다시 켤 수도, 되감을 수도, 멈출 수도 없이 오직 딱 한번. 우리는 인생을 딱 한 번 살아볼 수 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멋지게 한 번 힘껏 내달려볼 필요가 있어요. 나를 놓아버리고 내팽개쳐두면 안 되는 겁니다. 내 인생에게 미안하잖아요. 몇 년 후, 혹은 삶의 끄트머리에 가서 뉘우친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요. (58p)
우선, 라이벌은 나와 고만고만한 친구일 확률이 높습니다. 승부욕이 제대로 발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나보다 훨씬 뛰어난 친구`를 라이벌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죠. 대부분 나보다 `쬐끔` 잘하는 친구를 라이벌로 정해요.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이 라이벌 친구는 점점 나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라이벌이 나보다 잘하고 있을 땐 자극이 되기보다는 기분이 잡치고, 라이벌이 별로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땐 안심이 돼서 공부가 안 되는 겁니다. 결국 라이벌은 내 공부할 마음을 빨아먹는 `뱀파이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처음 라이벌을 정한 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버리죠. 나에게 경쟁자는 눈앞의 그 친구뿐만이 아니잖아요. 내 눈앞에 안 보이는 경쟁자가 몇 만 배는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정한 라이벌만을 기준으로 삼고 나면 어쩐지 그 친구보다 조금만 더 잘해도 될 것 같은 `비교의 함정`에 빠져버리는 겁니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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