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 샘터

 거침없이 로우킥, 거침없이 스마일!

 

 

 사실 '힐링'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무작정 이것저것 '힐링'을 붙이는 것에 혀를 끌끌 차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대개 사람들은 어두운 이야기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다. 어둡고 질척한 이야기에 유독 몰입해서 그 기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감성적인 사람들은,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 힘들고 괴롭다. 반대로 따뜻한 이야기들은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허구로 만들어진 희망과 기쁨을 어떤 비아냥거리는 태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비뚤어지지 않은 사람들. 때로는 그들이 참 부럽게 느껴진다. 

 

 나는 힐링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위에 말했던 비뚤어진 마음으로 "너무 식상한데-"하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가끔 이런 책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두운 소설들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잠시 힐링을 주는 메시지로 유쾌함을 얻어야 한다는 걸, 몇 권의 힐링 소설을 접하면서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그의 책을 찾는 것은 말 그대로 행복을 찾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으려는 희망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책을 통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접한 작가의 스타일은 '힐링'과 '따스함' 그대로였고, 『스마일, 스미레!』도 비슷한 느낌이다. 끈적끈적하고 흐릿한 도쿄의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주인공 '스미레'. 그녀는 자그마한 좌절도 겪었지만, 1인 음악기획사 사장으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며 살아가는 당찬 여성이다. 말 그대로 '캔디' 스타일이다. 아무리 지독한 문제가 찾아와도 슬픈 감정에 잠식해버리지 않고, 매일매일 운세를 확인하며 다가올 일상이 즐겁기를 바라고, 맘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거침없이 로우킥을 날려버리는 쿨한 '스미레'.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인생에는 굴곡이 있는 법. 그에게도 절망적인 사건이 찾아온다.

  그러나 한가지 잊은 것이 있나니. 그녀의 이름은 'Smile'을 일본식으로 읽은 발음 '스미레'인 것이다. 다가오는 슬픔 앞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는,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서 웃을 운명을 타고난 이름의 소유자인 것이다. 인생의 모토이자 그녀의 이름의 의미 'Smile'과 함께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서 절망과 아픔을 느꼈다면, 또다시 사람을 통해서 그녀는 슬픔을 걷어버리고 일어난다. 

  소설 속에서 반복되는 '과잉'과 '공허', 일본의 도쿄를 지배하고 있는 단어인 이 둘은 행복의 길을 방해하면서 출렁거리며 유혹하는 걸림돌이다. 주인공 '스미레'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행복을 찾아가면서, '과잉'과 '공허' 사이 중간쯤에서 알맞게 머무르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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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을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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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료."

차가운 유리에 이마를 딱 붙인 채 바로 옆에 있는 얼굴을 본다.

"응?"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면 뇌에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순간적으로 머리가 멈춰버려. 감동은 조금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아?"

"아아, 그럴지도 모르겠어. 어른이 되면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반응하니까."

"마음보다, 머리가......."

"응, 어른들이 머리보다 가슴으로 판단하게 되면 세상이 훨씬 더 즐거워질 텐데."

"그러게, 정말." (33p)

문득 발밑에서 유리구슬 하나가 푸른빛으로 신비롭게 빛났다. 아이가 주웠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종종 이 무수한 표류물 속에서 `보물`을 찾으며 놀곤 했던가?

잔물결의 바다 거품이 터지는 쏴아 하는 소리에, 즐겨 마시던 크림소다를 떠올렸다.

어깨를 짓누르는 여행 가방을 흰 모래 위에 털썩 내려놓고, 양손을 하늘을 향해 뻗고 기지개를 켰다. 겨울 오후 햇살이 수면에서 하늘하늘 흔들리고, 얕은 여울에서 숭어가 퐁당 튀어 올랐다. 원래는 이 바다 너머로 후지산이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숨어있다. 하늘은 맑아도 대기에 수분이 많아 옅은 안개가 낀 모양이었다.

나는 맑은 공기를 폐로 힘껏 세 번 빨아들였다가 다시 토해냈다. 2년만에 맞는 바닷바람이 세포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도시에서 쌓인 침전물을 씻어내줄 것만 같았다. (111p)

지금 생각하면 나는 도쿄라는 도시의 온갖 `과잉`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간을 밀어젖히며 살아왔던 것 같다.

도쿄는 밀도가 높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농밀하다. 흥겹고 늘 자유롭지만, 이따금 나 자신의 호흡과 리듬에 위화감을 느낄 때도 있다.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즐거울 텐데도 문득 마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어두컴컴한 곳에 외톨이가 된 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밤을 밝혔던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지고 신선한 새벽빛에 감도는 허무함을 느껴을 때, 도쿄는 참 신비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과잉`과 `공허`는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도쿄타워에서 본 야경을 떠올렸다. 그날 밤 내가 받아들이기 힘겨웠던 것은 `과잉` 뒤로 보였다가 사라지는 `공허`였다. (116p)

늦잠의 행복을 음미하며 지난밤의 라이브를 생각했다. 하루토, 밋치, 도시짱, 링코와 미사키, 서포트 멤버들, 관객, 점장과 유키씨, 음향과 조명 담당. 그리고 나.

많은 눈물과, 그보다 더 많았던 웃음. 그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공통으로 느꼈던 그 신비로운 기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영혼의 어떤 근원 같은 부분이 다정한 온기에 스르르 녹아 어느새 모두 하나로 연결된 듯한, 그런 달콤하고 신선한 쾌감이었다.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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