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모스』 애덤 고프닉, 조지 도스 그린, 캐서린 번스 편저 / 북폴리오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공감하는 '스토리텔링 콘서트'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202/pimg_7085371081146308.jpg)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우리 집 거실에 TV가 켜진다. 아빠가 좋아해서 챙겨보는 「강연 100℃」의 방영 날이다. 삶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사람들이 한주에 몇 명씩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중들은 감동이 이는 부분에서 손뼉을 쳐 응원한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그리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아니, 조금 삐딱하게 바라본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예상하던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박수, 너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때로는 매끄럽지 않고 어리숙해 보이는 강연들. 아마도 내게 '강연'이라는 말의 무게가 몹시 커 보였던 것이 분명하다. 무언가 대단한 목적을 이룬 사람만이 다수에게 인생의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서 웅장하고 큰 무대에 서는 것이 오직 '강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단한 목적'의 정도가 과연 무엇일까? 어느 하나 분명하지 않은 잣대에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언뜻 본 「강연 100℃」에는 유명한 사람도,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등장한다. 나는 제목의 뒷부분, '100℃'에 집중했어야 했다. 프로그램의 목적도 바로 그것일 테니까.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의 감정 공유, 그리고 공감. 「강연 100℃」는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 나눔터였다.
『모스』또한, 비슷한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원래는 한가한 시골 마을에서 펼쳐졌던 스토리텔링 이벤트였지만, 지역을 넘어 뉴욕의 큰 도시로 장소를 옮겨서 실행되었고 팟캐스트를 통해서 세계인과 만나게 되었다. "THE MOTH", 빛나는 전구 주변으로 모여드는 나방들을 연상해서 이 이벤트는 '모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렬하고, 특별한 자신의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털어놓고, 관중들은 이야기의 끝에 웃음과 함께 강연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강연자가 이야기하는 내내 조용히 듣고, 어떤 표현이나 감탄을 보내지도 않는다. (이 부분은 「강연 100℃」와 조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솔직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공감'이라는 능력을 서로 발견한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로 있었던 강연의 내용을 글로 펴낸 것이다.
수록된 50편의 이야기는 모두가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깊게 와 닿는다. 허무맹랑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현실이란 허구보다 더욱 잔인하고 때로는 더욱더 거대한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유명인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예상치 못하게 겪은 이야기들이 더욱 많아 '공감'이라는 취지에 더욱 부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짧디짧은 이야기 속에 담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더욱더 특별한 공간을 만든다. 강연자는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말들을 솔직하고 진중하게 풀어내고, 청중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자신의 삶과 연결하며 관계를 맺는 스토리텔링 콘서트, '모스 (MOTH)'. 이런 자리가 곳곳에 존재한다면, 세상의 아픔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을는지.
Copyright ⓒ 2015. by 리니의 컬쳐톡 All Rights Reserved.
서포터즈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덧글과 공감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나의 도시와 가족을 파괴하고 있는 전쟁을 더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곧장 안쪽으로 걸어가 피아노를 부수고 있는 군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제발 그만하라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매우 비싼 악기들이에요. 이건 앞으로 여러분의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쓰일 악기라고요. 들어보시겠어요? 이 악기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요. 원하시면 지금 연주해드릴 수도 있어요." 군인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월광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몇 사람은 바닥에 앉았습니다. 나머지는 가까이 다가와 건반 위에서 움직이는 제 손을 구경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군인 한 명이 타지키스탄 민요를 연주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처음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전부 러시아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군인은 타지키스탄 말로 부탁했습니다. 제가 연주를 시작하자 군인들은 연주에 맞춰 다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치 합창단 같았습니다. (96p)
넌 입양아란다, 넌 입양아란다, 넌 입양아란다! 그 순간 끼-익 하고 세상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침대에 누워 인생의 모든 것을 따졌던 3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공허함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 잃어버린 고리가 저를 미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제가 모르는 유일한 한 가지였습니다. 공허함은 이제 채워졌습니다. (...)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좋아, 다시 죽도록 우울해지기 전까지 진짜 미친 짓이나 하나 해보자. `난 버림 받았어, 난 쓸모가 없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사랑하는 엄마도, 아빠도 없어.`라고 생각하는 어린 고아들과 입양아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어야 해." (168p)
모든 것은 이렇게 작디작은 희망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희망은 쌓입니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그러다가 희망은 마침내 벗어나기 힘든 어떤 것으로 변합니다. 바로 부정입니다. 우리 가족의 반응은 극단적이었지만 최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고, 어떻게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훌륭한 존재가 되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했습니다. (...) 삶은 그래도 흘러간다고 애기하지만 저의 삶은 그대로 서서히 멈췄습니다. 제 미래, 제 욕망, 제 슬픔은 무시했습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날마다 귓가에 나타나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포기하지마, 도망치지 마, 거의 다 왔어. 변하지도 성장하지도 마. 다른 마음은 절대로 먹지 마. 그러면 그들을 영영 되찾을 수 없을 거야!` (31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