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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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 샘터

 겨울이라는 계절은 조금 더 자유로워야 합니다

  

 

 

 저자는 인생을 사계절로 나눕니다. 인생을 시간으로 환산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어떤 책이 떠오르는데요. 사계절은 더욱더 인생의 참맛을 담아낸 것 같아 마음에 쏙 듭니다.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청년기, 삶을 뜨겁게 살아가는 적응의 시기, 차분하게 익어가는 장년에서 노년의 시기, 사계절이 끝나가는 평온한 노년기……. 꽤 그럴듯하지 않나요? 그중 가장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겨울입니다. 70대의 작가가 보내고 있는 지금의 인생은 '겨울'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다가 퇴임 후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나서 이제는 약간의 휴식을 할 시간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추위에 꽁꽁 움츠리고 따뜻한 곳에서만 머무르려는 겨울의 특성과는 다르게, 작가는 이 시기에 '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거울 속의 노인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게 나라고?' 내 딴엔 거울 속 저 노인보다 젊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털웃음을 짓자 거울 속 노인도 따라 웃는다. 거울 속의 당신은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젊어 보인다. 그래, 지금의 나를 외면하지 않으면,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저자는 나이가 들었다고, 이제는 모든 게 변해간다고 체념하는 모습을 버리고, 그저 기쁘게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매해 네팔로 의료 봉사를 가는 것을 멈추지 않고, 사이버 대학을 최고령으로 졸업했습니다. 한 해를 보낼 때마다 왠지 싱숭생숭하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버린 몇 년을 아쉬워하던 그동안의 마음가짐을 조금 반성하게 됩니다. ​

 

 

 

- 책 속에는 캘리그라피 문구가 챕터마다 등장합니다 :)

 

 

 

  살아온 인생이 길고 풍성한 만큼, 얘깃거리가 참 많습니다. 그 다양한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눈 인생을 토대로 하여, 편지 형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어른 사이에 불안하게 걸쳐있고 꿈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역할을 감내하면서 오늘을 사는 (이제는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려놓음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는 장년층을 위한 편지, 행복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노년층에게 보내는 편지. 특히나 마지막 챕터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을 연상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어떻게든 찾아오게 될 삶의 끝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자투리 삶이라고 하기엔 노년이 너무 길지 않느냐"며 되묻는 저자의 마음가짐을 인생의 끝까지 담아두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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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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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가는 이상 자유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자유를 얻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자유 역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속박은 언제나 함께 존재하며 역학관계를 이루기에 예단만으로는 자유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자유는 경험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가치를 모르고는 용기를 낼 수 없습니다. 용기가 없는 새는 새장 밖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자유를 얻고자 한다면 용기를 내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새장 밖으로 나가 날아본 새가 새장 속의 모이를 그리워할까요? 그것 역시 새장 밖에서 겪을 경험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새장에만 있는 새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102p)

사실 따져보면 우리가 산 물건 중 꼭 필요했던 것은 일부입니다. 대부분은 설득에 의해 소장하게 된 것입니다. 가격이 싸서, 덤으로 준다기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고 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멋져 보여셔, 탐이 나서 등등 이 모든 것이 사실 나를 향한 설득이지 않겠습니까?

꼭 필요한 물건만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꼭 필요한 것을 구별하기도 힘듭니다. 좋아 보이고 탐이 나서 살 수도 있습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다른 이가 가졌다고 나도 꼭 가질 필요 또한 없습니다. 소유의 기준은 필요와 효용입니다. 비교는 결코 소유의 진짜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단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을 소유할 수 있을 뿐입니다. 비교우위에서 밀린다면 어차피 교체될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123p)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라는 자산은 인생의 이모작을 꾸며보고 준비하는 또 다른 흥분을 주는 소재가 됩니다. 나이 듦을 받아들였다 해서 절대 끝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뿐입니다. 오히려 나이에 집착하는 만큼 젊지 않아 못할 일이 늘어날 뿐입니다.

젊어지고 싶다는 마음은 사실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과는 다릅니다. 늙고 싶지 않다는 뜻일 뿐이죠. 마찬가지로 젊게 사는 것과 젊은 것 또한 다릅니다. 그러니 나이 듦을 받아들인다면 순리대로 나이에 맞는 일들이 눈에 더 잘 보일 테고, 마음이 편한만큼 활력도 생길 것입니다. (194p)

내려놓는 것은 포기와 다릅니다. 내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그리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일단 내려놓으면 잊게 됩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번뇌가 없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려 하면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짐이 됩니다. 마음의 문제는 포기가 안 됩니다. 내려놓아야 해결됩니다.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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