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아우름 1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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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 샘터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 알면 사랑한다

 

 

  최재천 박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강연회를 통해서였다. 과학자, 생태학자, 이화여대의 석좌교수 등의 다양한 타이틀 중, 과학이라면 너무도 지겨운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관심을 끌 소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때는 동물에 대해 각별한 마음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큰 관심이 생겼던 것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에서였다.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졌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었다던 최재천 박사. 그래서 그런지 그의 강의는 왠지 모르게 새로웠고, 따뜻하게 들렸고, 과학이라는 주제 안에서도 낯설고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통섭의 식탁』이라는 저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통섭'으로 연결된다. 뼛속까지 문과생인 내가 그의 저서를 읽게 된 것도 '통섭'의 역할이었고, "알면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그의 주장도 '통섭'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또한, 이 세상의 통섭을 꿈꾸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는 묻는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또 묻는다. "인간은 동물일까요?"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에 부정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인간은,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조금 더 특별하지만 역시 동물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자연계에서 두뇌가 제일 뛰어난 동물인 것은 맞지만, 현명하지 못한 동물"이다. '공생'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생명은 자연스럽게 종마다 손을 잡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은 모두 짝을 짓고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지 못한 채 탯줄과도 같은 자연을 하루하루 파괴하고 있다. 공생할 수 없는 삶의 끝은 무엇일까, 최재천 박사를 포함한 많은 생물학자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책 속에는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방법과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나와 있다. 그리고 뒤쪽에는 시인의 꿈을 가지던 시골의 한 아이가 어떻게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어있는지를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뜻밖의 길이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어 행복해 보이는 최재천 박사. 그리고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공부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어느 학문보다 '기다림'을 요구하는 학문이라는 '동물 행동학'.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공생에 관한 마음을 세상의 많은 사람이 모두 깨우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면 사랑한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그 마음이 언젠가는 정말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아우름> 시리즈의 첫번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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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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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시대가 오면 아무도 탈락하지 않고,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지금까지 금메달이 아니면, 1등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을까요? 이 모든 것은 `적자` 생존이 아니라 `최적자` 생존이라고 우리가 다윈을 곡해한 데서 벌어진 일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다윈이 자연을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자연의 생존 경쟁은 치열합니다. 자원은 유한한데 그것을 원하는 존재들은 많으니까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우리 모두 경쟁하며 삽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의 정원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들어가려면 경쟁해서 이겨야 합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그저 남을 짓밟고 제거하는 것일까요?

생태학자들도 자연은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쟁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미움, 질시, 권모술수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새롭게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자연도 사랑, 희생, 화해, 평화 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팽팽하게 경쟁만 하면서 손해 보지 않으려 하는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한 생물이 뜻밖에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58p)

이 지구 생태계에서 무게와 수로 가장 막강한 두 생물 집단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진화의 역사에서 어느 순간에 곤충과 현화식물은 꽃가루받이라는 공생 관계를 만들면서 양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자연계의 가장 기가 막힌 성공 사례 하나만 보아도,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무조건 서로 물고 뜯고 상대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계의 모든 동식물을 다 뒤져 보면 손을 잡지 않고 살아남은 동식물은 없습니다. 꽃과 벌, 개미와 진딧물, 과일과 먼 곳에 가서 그 씨를 배설해 주는 동물처럼 살아남은 모든 생물들은 짝이 있습니다. 손을 잡고 있습니다. (59p)

세상이 변했습니다. 세상 문제가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여러 분야가 함께 풀지 않으면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선생님이 첼리스트 장한나에게 덕담으로 들려준 우리 옛말이 있습니다. "우물을 깊이 파려거든 넓게 파라." 나는 21세기의 학문 중 어느 것도 다른 학문의 도움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리의 심연에 이르려면 깊게 파야 하고, 그러자면 넓게 파기 시작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평생 동안 파도 표면조차 제대로 긁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예전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는 될 수 없어도, 적어도 자기 전공 분야 우물 옆 동네는 넘나들 정도의 소양은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넘나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통섭`입니다. (73p)

한참 원숭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원숭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웬 `털 없는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자기들의 담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는 늘 인간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가늠합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순간이었습니다.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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