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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 놀 (다산북스)
재미 백퍼센트를 보장하는 영화 원작 소설
예전에 책 위시리스트를 작성할 때, 이 책도 살포시 넣었던 기억이 나요.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 제목에 끌려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번에 영화로 개봉하게 되어서 또다시 문득 생각이 났네요. 알고 보니 '주목할 만한 책'으로 전미와 세계에서 인정받은 책이었어요. 다산북스의 '놀'은 청소년 문학을 대개 다루고 있는데, 이 책도 청소년 도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읽기 쉽고, 동심 어린 아이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는 데다가, 역시나 교훈도 얻을 수 있어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제목만으로도 독자 각각의 재밌는 상상력을 불러낼 수 있네요. '개를 왜 훔칠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한 어린 소녀의 깜찍한 발상이었어요. 아빠의 가출로 생계가 어려워지고 집에서도 쫓겨난 주인공 '조지나'와 엄마, 동생은 차를 집으로 삼아 길거리에 노숙하는 생활을 합니다. 방안에 차곡차곡 늘어놓았던 자신의 물품들은 이제 작은 차 안의 공간에서 마구 뒤엉켜 있고, 제대로 씻을 곳이 없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대충 급한 것만 해결하곤 하죠. 열한 살 어린 소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요. '조지나'는 고민합니다. "어떻게 집을 마련할 돈을 얻을 순 없을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그런 '조지나'가 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은 바로, 강아지 한 마리를 찾으면 사례금을 준다는 전단지입니다. '바로 이거다!' 하며 조지나는 개를 훔친 다음 다시 돌려줘서 사례금을 받는 '완벽한 방법' 9단계를 구상합니다.
완벽한 방법이라....... 앞뒤 안 가리고 아무 강아지나 훔쳐와 돈을 마련할 것 같은 생각과는 달리, '조지나'는 무척이나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반드시 사랑받는 개여야 할 것', '조용히 할 수 있는 개여야 할 것'등 아주 심사숙고한 흔적이 가득하지요. 아마도 '조지나'의 절망적이기까지 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발버둥 쳐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너무나 커서겠죠. 그래서인지 '조지나'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참 귀엽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죠. '훔치는 것은 잘못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나는 얼마만큼의 잘못을 한 걸까?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쯤은 괜찮지 않을까?'하고요.
재미 백 퍼센트를 보장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이번 연말에 영화로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책을 읽게 되어서, 캐스팅을 쭈욱- 보고 읽게 되었는데요.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잘 맞춰지더라고요. 특히나 배우 최민수 씨의 역할이 이 소설의 '백미'이기도 한데, 똘끼 넘치는 그의 모습도 참 기대가 되고요. (개의 연기력도 !!) 여러모로, 유쾌하게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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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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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 안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비치타월을 걸었다. 궁색하게나마 나만의 잠잘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며 엄마가 걸어둔 빨랫줄이었다.
루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벽면에 조르륵 늘어선, 분홍색과 하얀색의 헝겊 동물인형들...... 루앤은 그 속에 푹 파묻혀서 쿨쿨 단잠을 자고 있겠지. 침대 머리맡에는 분홍색 리본이 놓여 있고 말이야. 정말이지 나는, 나 자신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때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생각을 곱씹는 대신 뒷좌석에 몸을 말고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고 온갖 방향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차 문을 받치고 등을 기댄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20p)
나는 차 뒷자석, 토비의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공처럼 둘둘 말린 녀석의 담요와 베개, 스쿠비두 그림이 그려진 잠옷. 그 다음은 내 자리. 예전엔 서랍장 속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던, 내가 아끼는 모든 물건들이 이제는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져 있었다.
말 조각상, 수영대회 메달, 스모키 산맥에 갔을 때 샀던 조그만 헝겊 곰 인형.
이 차가 싫었다. 구석구석 다 지겨웠다. 나는 핸들에 두 손을 얹고는 운전하는 척해보였다. 부릉, 부릉, 부릉. 운전 시늉을 하는 내내, 아빠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해졌다고 우릴 차에서 살게 만든 나쁜 사람. 우리는 차를 타고 떠난다. 다비를 벗어나, 노스캐롤라이나를 벗어나, 쉬지 않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까지. 그런 상상을 하고 나자 그제야 내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 귀여운 강아지, 윌리를 훔쳐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53p)
나도 어서 빨리 잠이 들고 싶었다. 그러면 이 모든 상황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의아해 하면서 그저 누워 있을 뿐이었다. 문득 담임 선생님께서 들려주셨던 이솝우화 하나가 떠올랐다. 토끼와 개구리 이야기였다. 이야기 마지막에 선생님이 덧붙인 교훈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자신보다 더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흥!` 나는 코웃음을 쳤다. 이솝 아저씨는 바보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나보다 더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73p)
"이 녀석, 정말 귀엽다. 그치?" "어, 정말로." 나는 윌리의 앞발을 톡톡 두드렸다.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아렸다. 내가 한 짓은 정말로 큰 잘못일까? 아니면 아주 약간만 잘못일까? 나는 윌리의 앞발을 땅에 가만히 내려놓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머릿속에서 커져가는 생각들을 모두 억누른 채 딱 한 가지 생각만을 남겨두어야 했다.내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생각은 단 한 가지 분이었다. 그것은 엄마와 토비, 나를 위해 집 다운 집을 구하는 데 일조하는 것. 자동차에서 자는 건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니깐. 그래, 어쩔 수 없지,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잖아? (137p)
"저, 이만 가볼게요." 중얼대듯 말하고, 나는 서둘러 윌리의 머리를 톡톡 만져주면서 "잘 있어."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집 모퉁이를 향해 걸어가는 내내, 내 뒤통수에 꽂힌 무키 아저씨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모퉁이를 막 돌아가려는 찰나, 아저씨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이, 조지나......." 발걸음이 딱 멈췄다. "아저씨한테 신조가 하나 더 있는데 듣고 싶냐?" 그러고는 내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나는 귓가를 울리는 아저씨들의 말을 애써 흘려들으며 몸을 돌려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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