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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1
찰스 디킨스 지음, 홍정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4년 12월
평점 :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인디고
스크루지 영감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축복
나이가 어릴 때도, 이제 어느 정도 알 것 다 아는 (?) 나이에도 12월 25일이 다가오면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온종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캐럴 음악에 마음이 설레지고, 반짝반짝한 불빛과 트리, 맛있는 음식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하루의 시간은 참 행복한걸요.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하는 가사도 수긍이 가는 게, 25일에 붙여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행복해야 한다'는 주문을 걸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우울하게 있던 지난날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크리스마스의 마법 말이죠.
그런데 이 마법이 절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지요. 바로 이름도 유명한 '스크루지' 영감입니다. 25일에 사람들이 신나서 모이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기부를 권하는 사람을 내쫓고, 유일하게 자신을 챙겨주며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조카에게 핀잔을 주죠. 크리스마스에 온 마을에 즐거운 노래가 흐르고, 맛있는 음식이 놓인 식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즐기는 크리스마스도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에게는 한낱 사치일 뿐입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유령이 찾아와 느닷없이 과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령이 찾아옵니다.
유령이 나타나 시간을 여행하는 풍경이 조금은 으스스하지만, 이 특별한 시간 여행은 영감에게 즐겁다기보다 조금은 가혹한 장면들을 비춰줍니다. 그 장면들이 가혹한 이유는 그의 삶이 각박하고 과거와는 다르게 변해왔기 때문이죠. 아무 이유 없이 심술만 부리는 것 같았던 '스크루지' 영감은 과거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보내기도 했다는 사실을 시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고, 지긋지긋한 크리스마스에도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되고, 지금처럼 살게 된다면 미래에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도 미리 알게 됩니다.
'스크루지' 영감 자신도 잊고 있었던 즐거운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자신의 행동이 어떻든 믿고 기다려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행복한 시간을 짚어가는 여행. 그에게 이 시간 여행은 또 다른 의미의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축복을 보고, 과거를 함께 했던 수많은 크리스마스의 풍경과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지금의 혹은 앞으로 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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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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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랑한 여행자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스크루지는 그들의 이름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 기뻤을까? 아이들이 스쳐 지나갈 때 차가운 스크루지의 눈에서는 왜 눈물이 났으며, 또 심장은 왜 그렇게 요동을 쳤을까? 아이들이 갈림길에서 헤어지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작별 인사 소리에 스크루지의 가슴은 왜 기쁨이 차고 넘쳤을까? 스크루지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기에! 빌어먹을 크리스마스! 그동안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에 무슨 덕을 봤다고! (71p)
우아! 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부인은 구리 냄비에서 푸딩을 꺼냈다. 꼭 빨래하는 날 나는 냄새랑 비슷했다. 그렇다. 빨래 냄새였다. 옆집 빵가게에서 새어 나오는 것과 부엌과 맞붙어 있는 세탁소에서 나는 것이 섞인 듯한 그런 냄새! 그게 바로 푸딩의 냄새였다. 30초도 안 되어 크래치트 부인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붉게 상기된 얼굴로 푸딩을 들고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대포알처럼 탱탱한 푸딩에 브랜디를 조금 부어 불을 붙였고, 꼭대기에는 호랑가시나무로 장식했다. "와! 근사한데!" 밥 크래치트는 우리가 결혼한 이후로 당신이 만든 푸딩 요리 중 단연 최고라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부인은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면서, 사실 방금까지도 밀가루 양을 잘못 맞춘 것 같아 무척 걱정이 되었다고 말했다. 모두들 푸딩에 대해 한 마디씩 칭찬을 했지만, 누구 하나 푸딩이 다 같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크래치트 가족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런 얘기를 넌지시 비추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126p)
"유령님, 제가 유령님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환영들이 미래에 반드시 일어나는 일들입니까, 아니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입니까?" 유령은 아무 대답 없이 어느 한 무덤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었다. 스크루지는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그 인생의 끝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계획한 길로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그 길의 끝에 도달하기 마련이고요. 하지만 그 길을 벗어나면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환영들도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유령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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