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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평점 :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박하익 / 황금가지
통통 튀는 캐릭터와 유쾌함
『선암여고 탐정단』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캐스팅과 예고편을 보니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는데요. 저도 이번에 드라마 방영을 기회로 이 책을 처음 만나보았답니다. 시리즈 첫 번째,『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가 탐정단의 결성과 학교 안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면, 이번 편에서는 학교 안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더욱 독특한 상황에서 미스터리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니 각 에피소드의 분량이 조금 더 많아진 듯 해요.)
이 시리즈의 장점은 단연, 통통 튀는 캐릭터와 유쾌함입니다. 온갖 부정적인 현실들을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죠. 학교 안에 팽배하고 있는 왕따와 권력 문제도, 우리나라 입시의 현실도, 10대 아이돌의 남다른 고민도, 처음으로 만나게 된 엄청난 실종사건도 나오면서 비판 어린 시선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고 남는 것은 역시 찝찝함보다는 유쾌함입니다. 학원 미스터리 소설이어서 공포스럽거나 잔인한 사건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개성을 살린 '선암여고 탐정단'의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냈던 것 같아요. (책보고 푸하하- 웃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오랜만에 폭소를 한 부분도 있었답니다.)
탐정단 멤버들 다섯은 외모도, 성격도, 성적도 정말 가지각색이지만, 탐정단에만 모이면 어찌나 호흡이 찰떡궁합인지 참 재미있습니다. 이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학생다운 유쾌함과 똘끼를 잊지 않고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갑니다. 시니컬한 모범생 '채율'이도, 행동대장 '성윤'이도, 괴짜 '하재'도, 연예인을 꿈꾸는 일명 날라리 '예희'도, 탐정단의 대장 '미도'도 고등학교 2학년, 한국 학생들에게 참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데, 탐정단 일을 통해 활력도 얻고 꿈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탐정 흉내만 내며 놀이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꽤 진지하게 자료를 수집하며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선암여고 탐정단』. 고등학교 때 공부, 물론 중요하지만요. 결국에 기억나는 건 이런 똘끼 넘치는 사건들, 일종의 방황이라 할 수 있고 그때만 해볼 수 있는 일들이지 않을까요? 사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공부에 목맬 수밖에 없는 사회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대리만족이랄까, 왠지 모르게 더욱 짜릿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나게 만들어주는 책인 것 같아요.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의 통쾌함과 함께, 오랜만에 기분 좋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 드라마! 기대되네요 :) 2편의 에피소드도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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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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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그래 맞아. 두려움이었어." 불현듯 가슴속이 청량해지면서 깨달음이 찾아왔다.
"니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마찬가지야. 그래 봤자 성골들은 성골들끼리만 놀고 진골은 진골들끼리 어울려, 뿐이야? 주위를 돌아봐. 잘 되는 놈하고 안 되는 놈은 나뉘어 있어. 사회에 나가도, 계급은 존재하고, 끼리끼리 놀아. 진짜 귀신은 그런 거야. 네까짓 게 진자 귀신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아? 국사 세계사 시간에 안 배웠어? 초등학생만 되도 알 수 있는 내용이야. 유사 이래 잘난 인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지배하며 살아 왔다고.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양반 중인 상민 천인. 너희는 당연히......."
한참 동안 악담을 퍼부었는데도 상대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나나는 점점 목소리에 힘이 없어졌다. 하재는 평화로운 시선으로 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너 사실은 걱정 되었던 거지? 채율이한테 전교 1등 타이틀을 빼앗길까 봐. 그럼 진골 아이들이 널 우습게 볼 테고, 성골 아이들이 실망할 테니까. (...)"
나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하얀 라텍스 장갑이 지금껏 즐기고 살았던 여왕의 약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 아이도 나랑 똑같구나.`
얼마 전까지 하재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여왕도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게 어디 둘만의 두려움일까. (140p)
"어느 쪽으로 할 거야, 코미디? 연기? 가요 쪽에는 욕심 내지 마. 리스크도 크고 재능도 많이 필요해." 뭐라도 대답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던데, 그 첫 번째 기회가 목전에 펼쳐졌다. (...) 현장에서 오디션을 보고,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을 만나본 민재는 연예인을 꿈꾸는 십 대들이 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네들 중에는 현실을 너무 잘 알아서 삶을 둘러싼 장벽을 깨보려 일찍부터 절박하게 발버둥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들 연봉이 곧 자녀들 성적인 시대. 현실을 모르는 어른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제대로 된 입시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자녀들의 학력 수준에 무지했으며 공부 말고 다른 재능을 살려 줄 만큼 시야가 트이지도 않았다. (277p)
"그러니까 난 너랑 연애를 하자는 게 아냐. 그냥 조약이나 맺자는 거지.
일명 상호 연애 금지 조약. 어차피 지금 우리 둘은 안 될 사이야. 넌 곧 고3 수험생이 될 테고, 난 군인이니까." "그런 조약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 조약의 핵심은 연애를 하지 않는 기간 동안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최우선 연인 후보자로서 존중한다는 거야. 편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전화를 하고, 휴가 나오면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거나, 편지를 봉투째로 뜯지 않고 버려 두는 건 안 돼. 전화도 가끔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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