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 지식과 감성

참 술술 읽히는 자전적 로맨스 소설

 

 

 생소한 작가의 이름이기에 작가 소개란을 유심히 봅니다. 작가로서의 경력보다는 학력으로 가득 차 있는데, 깊게 눈길을 주게 하는 부분이 나고야 대학 수석 졸업, 우주공학 박사, MIT, 한일 공동 국비 장학생 등입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놀랍도록 탄탄한 학력인데 학력만으로 책을 평가할 순 없지요. 이것을 언급한 이유는 이 책이 작가의 인생경로를 확장해놓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삶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의 이력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전적 이야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설처럼, 극적인 사건들을 만났을지 모르고, 남다른 이력과 함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소설『이상보다 높은 향기』를 지탱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은 사랑과 이상(꿈)입니다. 사실상 모든 이들의 삶에서 가장 큰 획을 긋는 것도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시련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요. 축구에 천재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브든이라는 소년에게 계속해서 시련이 오고, 또 다른 꿈을 꾸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인생이라는 시험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까지 다양한 곳을 오가면서도 정말 우연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참 기적 같은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렇게, 소년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가 참 엄청난 분량인데도, 막힘없이 술술 읽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지요. (베스트 셀러로 만들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유려한 문장은 없지만 편안하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힙니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작가의 인생과 묘하게 싱크로율이 맞춰지는 이 소설이 특별한 점은, 꿈과 사랑을 이루는 데에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너무나 열렬하게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너무 극적인 설정이나 빤한 반전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그런데, 자꾸 걸리는 한가지는.... 제목이 너무 진부하다는 거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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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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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서 내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현재 내 삶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눈물과 고통은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사랑은 시작한 순간 내 자신조차도 그 번뇌를 이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랑, 그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130p, 18세 브든의 일기 中에서)

`삼 나누기 일은 삼.` 삼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로 나누어도 삼이라는, 그 일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깊은 그 속뜻을..., 그 속에 숨어져 있던 실수의 비밀 그리고 유클리드 기하의 개념과도 다리를 놓는, 그 무언가를.

이렇게 하니 모든 것이 너무나도 느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했다. 그가 원한 것은 컵에 담긴 물 한 잔이 아니라 바다와 같은 자원이었다. 혼란에 쉽게 바래지지 않는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고 더 높였다. 시간이 많지가 않았지만 절대로 스스로 내건 원칙을 준수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민수와 새벽 훈련을 한 것과 평행이론을 이루듯이... 인간이 어찌 감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으랴. 에너지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여행 가이드북을 꺼내 가보지 못한 땅에 대한 호기심을 즐기곤 했다. (집중력과 스트레스를 엮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안 되면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들으며 긴 단잠에 빠져들었다. (132p)

부두의 한 켠에는 주변지역을 소개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어린 아이 키만 한 이정표 기둥에 손을 올려놓으려는 찰나, 원목으로 된 바닥에 누군가가 하얀 페인트로 쓴 큼직한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청춘의 바다가 추억이라면 어른의 바다는 치유다."

브든은 장난기가 심한 어떤 늙은 시인이 붓글씨를 써놓은 듯한 필체를 내려다 보았다.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이 없는 한 문장.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강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보시오 어르신, 당신은 몇 번 눈물을 흘리고 이 문장을 떠올렸소? (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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