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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 황금가지
전형적인 느와르 소설을 만나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생소한 듯, 들어본 듯 애매하게 기억에 남아있었던 것 같은데, 출간작들을 살펴보니 『셔터 아일랜드』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살인자들의 섬』과 표지가 익숙한『리브 바이 나이트』가 눈에 띕니다. 아마도 추리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웃님들의 블로그에서 가끔 보았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습니다. 원래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라는 단편소설이었는데, 개작해서 나온 작품입니다. 아마도 영화화를 목적으로 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미 다 제작이 되었고, 이번 (2014)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더군요.
이야기는 전형적인 느와르입니다. 주인공인 '밥'은 사촌과 함께 술집을 대리 운영하고 있는데, 그 술집 - 드롭 바라고 일컫는 - 은 지역 갱단에게 돈을 전달하는 경로로 사용되는 범죄의 공간이지요. 그러다가 뜬금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를 발견합니다. 학대를 당한 듯 온몸이 피투성이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밥'의 앞에 우연히 본 나디아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개를 치료하고, 개와 함께 살게 되면서 소설 속 '밥'의 다정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언뜻 불안한 낌새는 없는 것 같지만, 갑자기 자신이 개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자신이 때렸지만, 자신이 키웠고, 나디아라는 여자의 이름도 들먹거리면서 개를 돌려달라고 하는 거죠. 그 이후에 에릭의 정체와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알아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밥'의 드롭바에 강도사건이 일어나 그는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됩니다.
범죄가 난무하는 암흑가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절망적인 마음은 독백과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죠. 범죄 조직과 관련된 삶을 어쩔 수 없이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갑자기 찾아온 개에게 애정을 붙이는 모습이 묘하게 겹쳐져서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이상하게, 어렵게 쓰인 작품이 아닌데도 굉장히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건조하고, 대화 자체도 남성적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쎄, 뭔가 소설도 앞이 캄캄한 어둠을 걷는 느낌이랄까요. 아예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어서 그런지, 장면 전환이 굉장히 빠르고, 어떠한 행동이나 이유 등이 생략되어 있는 듯, 그런 것들을 집어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조금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예전에 읽었던 코맥 매카시의 시나리오 소설 『카운슬러』의 막막함이 떠올랐습니다.
- 그래도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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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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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걸어서 기도처들을 돌았다. 비아 크루시스(Via Crusis), 십자가의 길. 그는 네 번째에 멈췄다. 예수가 어머니를 만났다. 머리에 가시면류관을 쓴 채 언덕 위로 십자가를 끌고 가던 중, 백부장 둘이 채찍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언제든 채찍을 휘둘러 예수와 성모를 떼어 놓을 심산이다. 이제 예수를 언덕 위로 몰고 가 못 박을 것이다. 그것도 예수 자신이 지고 온 바로 그 십자가에. 저 백부장들은 죽기 전에 참회했을까? 참회가 가능하기는 했을까? 아니면 어떤 죄는 너무 커서 참회조차 불가능할까?
교회는 아니라고 했다. 참회가 진실하다면 하느님께서 용서하신단다. 하지만 교회는 말씀을 전하는 매개에 불과하다. 교회도 종종 오역을 한다. 이 경우, 교회가 틀렸다면, 어떤 자들은 죄악의 무저갱에서 꺼내지 않아야 한다면? 천국이 가치 있는 목표라면, 지옥은 그 두 배의 영혼을 가두어야 한다. (86p)
"누구나 상대한테 얘기하고 싶어 해요. 뭐든 자기 얘기를 하고 또 하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를 보여 줄 때가 되면, 찔끔 움츠리고 말아요. 나디아.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더 많이 떠들어 위장하는 겁니다. 해명이 불가능한 일을 해명하려는 거예요. 그다음엔 다른 사람에 대해 심하게 떠들어 대죠. 도대체 말이 됩니까?" 나디아의 미소가 작아졌다. 호기심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내면으로 숨어든 것이다. "잘 모르겠어요." 밥은 자신도 모르게 윗입술을 핥았다. 초조할 때의 습관. 나디아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이해하게 만들어야 했다. 지금껏 뭔가를 이렇게 바랐던 적이 없었건만. (140p)
암울했던 시절, 신념과 희망을 잃고, 밤이면 침대에서 절망과 춤을 추고 씨름을 했다. 그때는 소행성을 스치고 지날 때의 우주선 열차단막처럼 마음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영혼의 조각들이 공중제비를 돌며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왔다. 정신도 대부분 옛날로 돌아왔다. 그는 로코와 함께 계단을 오르며 마지막으로 기름 탱크를 돌아보았다. 나를 축복하소서....... 불을 끄자 어둠 속에서 개의 숨소리가 들렸다...... 죄를 지었나이다. (202p)
로코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킁킁거렸다. 좋을 때군, 마브도 없으니...... 하고많은 날 중 하필 오늘, 온 세상이 모래 늪 같았다. 단단한 땅이 하나도 없는, 두 발을 디딜 만큼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자업자득이야 바비. 누군가가 속삭였는데 목소리가 끔찍할 만큼이나 어머니를 닮았다. 네놈이 죄 많은 세상을 끌어들인거야. 저 껍데기 아래는 온통 어둠 뿐이란다. 하지만 어머니? 그래, 말해라. 인생이 그렇게 생겨먹은걸요. 그저 다른 세상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지금이야 여기 사는 수밖에요. 타락한 자들이 다 그렇게 말하지. 세상이 생긴 이후로 내내 그렇게 말했어. (2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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