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지음 / 얘기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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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 얘기꾼

 솔바람 물결소리를 이은 후속작

 

 

  35년 전의 작품 『솔바람 물결소리』는 그때 당시 43쇄나 찍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그 인기에 힘입어 몇 년 뒤 나온 후속작이 『연꽃을 피운 돌』이다. 이 작품 또한 39쇄를 찍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듯하다. 불교적 색채가 짙은데도 아무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그때 당시에도, 지금 재출간된 작품을 읽는 나에게도.

 

 

  이 작품은 전편 『솔바람 물결소리』에서 교사였던 주인공, 딸의 이야기다. 아니, 사실상 전편에서 실제 현실은 딸과 혜강스님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녀가 남긴 원고를 읽는 식으로 전개됐으니, 원래부터 딸인 '자운'이 주인공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분신이다. 어머니의 나이쯤 된 자운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표현된 그녀의 이미지와 행동이 쏙 닮아서 마치 정말 같은 주인공처럼 여겨진달까. 단, 사랑에 관해서는 어머니 보다 약간은 더 적극적이게 보인다. 그래서 『연꽃을 피운 돌』에서는 사랑에 대한 것들이 조금 더 부각되고, 사랑에 관한 그녀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인공 '자운'은 다양한 사람들을 살피면서, 불교와 관련된 삶의 진리를 파악해나간다. 사람들의 속물근성과 속과 다른 겉치레의 말에 혐오감을 나타내고, 완벽하게 치유한 나환자의 자식에겐 평생 호적에 꼬리표가 달림에 슬퍼하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을 거란 운명에 통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 속 수많은 갈등들을 이겨내고 견뎌내며, 이제껏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해탈의 과정을 지켜본 것처럼" 여운이 남게 된다.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은 그 분위기도, 주인공의 모습도 비슷하여 전편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후속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싶다. 중간 중간 인생의 이치를 전달하는 글들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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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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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스님은 스님이셨는가요?" 나는 나름대로 많은 의문을 이 말 속에 담으면서 물었다."

`스님은 지금도 스님이고자 하십니까?`

`독일에서 스님은 구도자로서의 삶에 회의는 느끼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곳에서 여자와의 관계로 파계는 하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내가 묻고 싶었던 가장 강한 질문은 마지막 물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혜강스님이 독일에 가 계신 4년 동안 이 세 가지 의문에서 풀려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의문에서, 그 의문 안에는 혜강스님을 스님으로 지키고 싶은 나의 염원과, 그로해서 내 자신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13p)

나는 천방 위를 걸으며 먼 들판을 바라보았다. 푸른 논에는 여전히 하얀 황새가 날고, 찔레넝쿨도 긴 줄기를 휘감은 채 자라고 있었다. 옛날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들도 산도 강도 나무도 풀도 모두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길을 오갔던 다솔스님과 어머니는 다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그들의 진실 또한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남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윤회를 설명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생은 일회적인 것이다. 같은 형태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157p)

나는 조금 전에 여기로 오면서 혜강스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생가갰다. 그래, 생명은 모두 같은 이치 속에서 살고 있다. 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으로 자연과 부단히 투쟁도 하고, 보호도 받고 정복도 당하면서, 아니 어쩌면 생명 그 자체가 자연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니까. 생성과 소멸의 원리가 바로 자연이다. 이 질서 속에서 굳이 머물러야 할 절대의 명제를 띤 생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머물러야 하듯이 개미도 머물러야 하고, 영웅이 머물러야 하듯이 나환자도 머물러야 한다.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므로. (170p)

부인은 냅킨으로 입술 언저리를 가볍게 누르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제신들의 만찬, 이 만찬을 위해 인간들은 북대서양이나 남태평양에서 고기를 잡아오기도 하고, 첩첩산중에서 버섯이나 산채를 캐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노력에 대해 지극히 인색한 제신들은 좀처럼 그들을 안중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신들은 포만감으로 반들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페라, 발레, 연극 이야기나 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입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었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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