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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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양인자 / 샘터

올바른 자아와 긍지를 갖게 하는 어린이 동화집

 

 

 간혹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담백한 생각이, 어른들의 계산적인 생각보다 정답과 가까이할 때가 있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고, 어떤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정답을 내놓으니 어른들은 가끔 뒤통수를 딱- 맞은 듯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지요. 어린이 동화들도 참 비슷한 느낌입니다. 깊은 생각과 교훈을 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거든요.

 

  어린이 동화집 『껌 좀 떼지 뭐』는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제목과는 다르게 의외로 깊은 상징이 깃들어 있는 책입니다.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동화집은 네 개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네 개의 동화는 개인적으로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껌 좀 떼지 뭐』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규칙과 억압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어른들에 대한 지혜의 한 방을, 『북 치는 아이』와 『천왕봉』은 흔히 말하는 '힐링'을 아이들에게 선사해줍니다. 특히나 『껌 좀 떼지 뭐』라는 동화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교실, 학교, 그리고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귀엽고 개성적인 소녀 주인공과 함께 맛깔스럽게 풍자해주거든요. 

 

  책에 수록된 동화들은 아이에게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자아와 긍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주인공들은 아이들 다운 고민을 하고, 밉지 않은 잔머리를 굴리고, 가끔은 속마음과 다르게 투덜대기도 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에 그저 따라가기만 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 참 보기 좋습니다. 이 짧은 동화집은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있어 그저 가벼운 것으로 보일지라도 의외로 무거운 생각들을 불러낼 수 있네요. 스스로 이런 생각들을 끄집어 내고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초등학생 저학년 이상의 아이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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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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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를 잡아가도 당장 봉사 활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 명 더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저 병아리 같은 2학년 아이는 나를 원망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잡아야 한다. 한 명이 두 명을 잡으면 두 명이 네 명을 잡아야 하고, 다시 여덟 명을....... 이러다가는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 봉사 활동을 하며 서로 잡고 잡아야 할지 모른다. 이런 걸, 계속해야 하는 걸까.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껌, 껌만 있으면 막혔던 수학문제가 풀릴 때처럼 고민이 사라질 때까지 질겅질겅 씹을 텐데. (28p, 껌 좀 떼지 뭐)

"북......주세요."

준호도 북을 쳤다며 자랑했다. 꽹과리보다 북이 더 좋다고 했다. 승학이도 다시 북을 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승현이의 청을 거절할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몰랐다. 승학이는 북과 북채를 받고 징 옆에 앉았다. 승현이도 북을 가지고 와 승학이 앞에 앉았다.

덩. 덩. 먼저 승현이가 오른손으로 북을 쳤다. 승학이는 그 소리를 받아서 왼손으로 북을 쳤다.

덩. 덩. 승현이가, 다시 승학이가 소리를 받고 북을 쳤다. 이어서 양손으로 둥. 둥. 짧게 툭툭 끊어지는 북소리가 승학이의 마음에 노크를 하는 것 같았다. 대답을 하듯 북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겨드랑이에서 팔을 떼고, 가장 큰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해." 승현이는 양손으로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했다.

승학이는 오른손과 왼손의 시간 차를 이용해서 덩과덕 소리가 나도록 했다. 그리고 힘을 줄 때와 힘을 뺴 부드럽게 칠 때를 구분했다. 승현이 말대로 큰 원을 그리듯이 북을 치니, 그 반동으로 전체적인 손동작도 커졌다. 승학이는 팔을 들어 올리면서 손목을 살짝 비틀었다. 첫날 보았던 승현이의 힘 있고 사뿐한 춤사위를 떠올리자, 승학이 팔에도 힘이 실렸다. 탄력을 받은 북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빨라졌다. 멀리 멀리 울려나갔다. (63p, 북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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