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 아르테

식상할 것 같지만 식상하지 않은 감동과 반전의 이야기

 

 

  생각해보면, 삶보다 신기한 것이 죽음인 것 같습니다. '신기하다'라고 말하기엔 약간 괘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정말 수십 번도 '죽음'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 본질을 알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코 경험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살면서 절대로 경험해보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것. 그것은 '끝'의 한 상황입니다. 어떤 종교에서는 삶과 죽음이 반복되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던져주긴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하나의 삶을 끝낸다는 점에선 '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끝'이기에 죽음에 대한 현상을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죽는 느낌이 어떤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은 어느 시점에서 멈춰버리는지 지금 '살아있는' 우리는 절대로 알 수가 없죠. 그런데 만약, 이렇듯 궁금한 죽음 후의 세상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단지 목소리만으로. 그것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 목소리로 말이죠.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은 참 행복할 것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행복감을 넘어서 눈물과 감동이 함께 할 수 있겠지요. 아직 제 곁에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거쳐가지 않아서 (다행스럽게도), 이런 슬픔을 절대로 완전히 이해하고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에서 사랑하는 가족, 지금은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될 때의 감정이 어느 정도 전달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전화'라는 물건에는 행복과 즐거움과 편리함이 있고, 그 이면에 슬픔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화로 들을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그 상실의 슬픔을 더욱 극대화시킨다는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함께 침묵하게 된 목소리를 그리워하면서.

  ​책의 느낌이, 그리고 책의 제목부터가 코를 찡하게 만드는 감동 스토리일 거라고 예측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는 살짝 새로운 방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천국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라는 설정에, 생각지 못 했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제는 적이 되버린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전화는 특별한 장소 '콜드워터(허구의 장소)'에 국한되어 울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 절대 생각치못한-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나죠. 작은 마을이 세상의 온 관심을 받게 되고, 전화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그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내게는 언제 천국에서 전화가 올까."하고 말이죠. 게다가 어떤 아이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갖고 몇 날 며칠을 기다립니다. 상황은 생각과는 다른 쪽으로 이어집니다.

 

  ​작가 '미치 앨봄'은 식상할 것 같지만 식상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교훈을 던져줍니다. 상실의 아픔과 절망감에 슬퍼하는 와중에 걸려오는 전화, "잘 지내니?"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울까요.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로 걸려오는 전화는, 그 대상의 대한 그리움을 더욱더 증폭시킬 것입니다. (사실, "그래도 전화가 오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책을 끝까지 읽게 되면 또다른 쪽으로 '전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그래서, 작가는 이 미래의 상상에 대한 조언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어 말합니다. "기계가 인간미를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더 빠르고 더 쉬운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특별한 것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봅니다. 지금, 빠르고 편리한 것을 빌려, 진심과 애정을 축소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은 각박해지고, 변하지 말아야하는 우리의 마음도 각박해진 것은 아닌지.

 

 

Copyright ⓒ 2014. by Rinny. All Rights Reserved.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덧글과 공감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전화와 함께 도래한 모든 마법적인 순간에도 불구하고 전화는 새로운 슬픔도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전화로 듣지 못하는 목소리들을 그리워합니다. 우리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소통에 굶주려 합니다. 우리는 "안녕, 나야."라는 문장을 갈망합니다. (6p)

전화기는 잠잠했다. 테스는 사람 뼈라도 되는 것처럼 전화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는 다른 누구의 목소리와도 다르다. 우리는 어머니의 억양과 속삭임 하나하나, 재잘거림과 비명 하나하나까지 알아챌 수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엄마였다.

테스는 무릎을 끌어안았다. 처음 전화가 오고 난 뒤 그녀는 크래커와 시리얼과 삶은 달걀을 먹으며 집 안에만 있었다. 그녀는 일도 하지 않았고, 쇼핑도 안 했으며, 심지어 우편물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감지 않은 기다란 금발을 한 손으로 빗어 넘겼다. 기적에 갇혀버린 사람.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천국에서 들려오는 몇 마디는 지상에서 들려오는 온갖 말을 하찮게 만들었다. (23p)

축복이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선택받은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전화할 때마다 치유의 비을 느꼈지만 도린은 애석하게도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느꼈던 커다란 기쁨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 밀려났다. 바로 더욱 커진 슬픔. 심지어 우울.

그녀는 추수감사절 아침에 부엌에 서서 저녁식사를 몇 인분이나 준비할지 생각하다가 이런 슬픔을 깨달았다. 이름들 - 두 아이인 루시와 랜디, 그녀와 멜-을 불러보다가 그녀는 마치 로비가 정말 찾아올 것처럼 그까지 포함시켰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전화하기 전에 그녀는 상처를 덮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멜과 땅 위로 올라왔다. 멜은 지난 2년 동안 이렇게 투덜댔다. "그만해.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해."

이제 그녀는 뒤로 끌려가고 있었다. 로비가 다시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일부? 처음에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느꼈던 기쁨은 불안한 불만으로 변했다. 그녀는 하나뿐인 아들과 다시 연결되었다는 느낌 대신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만큼 또렷하게 상실감을 느꼈다. 여기저기에서 예상하지 못한 통화? 간단한 대화? 처음 나타날 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질 현상? 끔찍하게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로비는 결코 집에 오지 않을 것이다. (21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