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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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쌍쌍바』 박상 / 작가정신

 누구나 한 번쯤 미친 듯이 아름답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산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세상의 시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들의 시선 따위에 관심갖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자신의 기준대로 남을 판단하려는 사람들을 무시하긴 쉽지 않다. 무엇을 하더라도, 뭔가 특별한 일을 하더라도, 남들이 모두 그것을 할때 그것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순 없을까? 삶의 목표는 행복이지. 행여 다른 것이 될 것이라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

 "당신은 '일반'인 인가? 아니면 선수인가?"

  그는 대학입시가 재미있는 승부도 아니고, 공평하지도 않은 승부라고 생각했다.  최종학력을 고졸로 찍고, 가족들의 엄청난 눈치를 못 이긴 채 세상으로 나왔다. 먹고사는 일은 해결해야 하지만 아무 일이나 하고 싶진 않았다. 무엇인가 일을 찾을 때, 고만고만하게 건드려보곤 하는 보통 '알바' 대신에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세차장 일을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선수'가 된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강력한 스뽀오츠 정신으로, 남들보다 엄청난 스피드를 내세우며, 세차 시간 기록을 하나씩 깨나갔다. 역동적으로 손걸레를 차에 날리던 그, 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가 『예테보리 쌍쌍바』의 주인공 '광택'이다.

  기껏해야 멋진 일도 아닌, 배달 일이나 세차 일을 하면서 스뽀오츠 정신을 들먹이며, 강한 정신적 에너지를 받는 그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똘끼 찬 백수, 4차원, 약간은 병맛이 느껴지는 이 젊은 청년은 흔히 말하는 '잉여'다. '잉여'. 말만 들어도 어감이 좋지도 않고,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렇게 화사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잉여 같은 인간, 주인공 광택에 입에서 '프레데릭 라르손'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프레데릭 라르손의  『예테보리 쌍쌍바』다. 20년간 결투를 하며 결국엔 동질감을 느껴 싸움을 그만두고 쌍쌍바를 나눠 먹는 친구가 되는 주인공 둘은, 광택의 눈에 '진정한 선수'로 보였다. 광택은 예테보리에 가기를 꿈꿨다. 미친 듯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  다시 한번 질문을 고쳐 묻는다. "당신은 선수인가? 아니면 선수가 되고 싶은가?"

  세상의 모든 가치를, 힘이나 돈, 명예 같은 번듯해 보이는 가치 대신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과 행복을 찾아나가고 싶진 않은가? 그렇다면 선수가 맞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가든지 간에 행복을 찾아나가고 있다면 모두 선수다. 피 튀기고 각박한 그라운드에 남아있는 우리니까. 미친 듯이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아보자. '예테보리'라는 아름다운 곳에서 쌍쌍바는 그때 나눠먹는 걸로 -

 

 

 

- 읽다보니, 천명관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도 떠오르네요.

그보다 양도 적고, 살짝은 가볍지만, 유쾌하고 똘끼넘치는 소설이에요.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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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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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경기를 하며 살아간다. 승자와 패자를 감별하기 좋아하고,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록을 깨고, 포기해야만 할 것 같던 승부를 뒤집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기꺼이 경쟁 속에 투신한다. 나쁠 것도 없다.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투지만 있다면 잘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누가누가 술 마시면서 오래 버티나`라는 승부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기록 보유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술집 주인들이 미쳐버릴 때까지 시합을 벌인 선수들도 많을 것이다. 단순한 투지와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멋진 승부를 펼치는 사람들을 나는 이렇게 부른다. 선. 수. (14p)

처음에 배달 일을 하며 무조건 속도만을 좇던 시절을 떠올렸다. 인생이 속도였고, 속도 아래 세상이 있었고, 속도가 세상이 지배하는 이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내가 가진 속도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래서 가소로웠고 나는 세상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거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배달 가는 곳의 사람들이 사는 다채로운 풍경을 관찰하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령 열 군데를 배달 가면 열 개의 각기 다른 공기와 흥미로운 표정들을 만났다. 기쁘다, 슬프다, 바쁘다, 한가하다, 쾌활하다, 무겁다, 촉촉하다, 메마르다, 똥 마렵다, 싸고 왔다 하는 그들의 표정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또 다른 재미를, 혹은 의미를 발견할 수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속도 말고도 다양한 가치를 좇고 있는지도 몰랐다. 업무의 성취, 정치적 야망, 경제적 안정, 사회적 명예, 사랑과 결혼의 행복, 가정의 안위, 이 세 육아, 맛있는 맥주, 세계 여행, 딱지치기, 맛있는 요리 등등. 인간의 삶을 보람 있게 만들 수 있는 가치는 정말 많아 보였다. 내가 좇는 속도라는 건 너무 일차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곤 했다. (80p)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를 하면 매니저의 말을 껌처럼 곱씹었다. 최후의 승자는 아티스트라. 나는 파이터로 승부욕을 부리며 이기려고만 살다가, 기술을 배웠고, 그래도 졌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 건가. 내가 그런 어마어마한 존재가 될 수 있을가. 어쩌면 여기에 인생의 법칙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아티스트의 경지에 올라 있으면 현희가 설거지하는 나를 보더라도 조금 덜 부끄럽지 않을까.

나는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 발씩 나가면 된다. 한 번에 되는 건 세상에 없다.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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