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한 잭과 콩나무 ㅣ 애덤 기드비츠의 잔혹 판타지 동화 2
애덤 기드비츠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위험한 잭과 콩나무』 애덤 기드비츠 / 아이세움
무시무시하지만 교훈을 주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로
어렸을 때 봤던 동화들이 제가 알고 있던 실제 스토리와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선, '잔혹동화'라고 불리는 책들을 찾아본 적이 있었어요. 그림형제의 이야기가 대표적이었는데, 결말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었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상상하면 너무나 무서운 장면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조금씩 각색되고 모아지게 된 어린이들의 동화는 실제 이야기들과는 많은 부분 달라졌죠. 제가 읽어본 잔혹동화들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란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직 꿈과 환상과 즐거움을 주는 동화만 보여주는 것도 좋진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제목을 보면, 어느 정도 잔혹동화라는 느낌이 들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와 '전해지는 잔혹동화'의 중간 정도 되는 책이에요. 두께는 어린이가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약 500페이지) 무시무시하지만, 단편인 듯 장편인듯싶은 구성이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아 술술 읽힌답니다. 각 장마다 어디서 본 듯한 동화들이 가득 등장하지요. 『벌거벗은 임금님』, 『잭과 콩나무』, 『개구리 왕자』같은 동화들이 작가의 손길로 변형되어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각 이야기들은 주인공 '잭'과 '질', '개구리'를 중심으로 장편의 소설로 이어집니다.
역시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 만큼, 작가가 개입하여 '이 이야기에서 생각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주시해야 하는지'와 같은 힌트들을 제시해줍니다. 역시나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게, 어느 정도 배울 점이나 교훈들을 넌지시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 나는 너희가 잭과 질처럼 행동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거야."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에 대해서도 너무 진지하지는 않게, 구연동화처럼 (대화체로) 실감 나게 전달하고 있지요. 그리고 약간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나올 때에는 미리 언급을 주어서 살짝 긴장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 주인공의 모험이 가끔은 위태위태하고 무시무시할 때도 있어,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너무 어린아이들 보다 어느 정도 행동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초등생들에게 알맞은 책인 것 같습니다. 어두운 장면들은 '왜 이렇게 나오는 걸까' 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요. 사실 어른들에게도 재밌는 책이기도 한데... 몇 시간 동안 책을 쭉 읽어내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읽히니까요. 어쨌든 이 귀엽지만 무시무시한 판타지 동화책은 작가의 재미난 상상력이 보태져,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독립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 시리즈로 되어 있네요. 전편은 『사라진 헨젤과 그레텔』.
동화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각색하는 작가의 솜씨가 일품!
Copyright ⓒ 2014. by Rinny. All Rights Reserved.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덧글과 공감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실은 말이야, 이런 옛이야기와 전래 동요에는 진짜 아이들에 관한 진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 두 아이가 암흑세계에서 분투하고 나서 그 세계를 헤치고 나올 때는 더 강해지고, 더 용감해지고, 그리고 보통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지. 이 책은 그런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야. 잭이라는 소년과 질이라는 소녀. 맞아, 두 아이도 이야기의 어느 지점에서 언덕에서 굴러떨어져. 그리고 잭이 머리가 깨진다는 것도 맞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 콩나무 한그루가 나와. 거인들이 나와. 인어도 한두 명쯤 나올 거야. 이 이야기는 무서워. 역겨워. 무시무시해. 이건 내가 들었던 옛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해. 하나 더 말하면 아름다워. 달달하지 않아. 귀엽지 않아. 벽난로에 남은 회색빛 재와 황금빛 잉걸불처럼 아름다워. 아니면 말라 가는 핏자국의 어두운 적갈색처럼 아름다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게 진짜 이야기야. (14p)
"너희는 혼동하고 있는 거야. 완전히, 순전히 혼동하고 있는 거야.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걸 절대 찾지 못할 거야. 그게 지금 여기 있어도." 잭은 얼굴을 찡그리며 주변을 돌아보았어. 질은 고개를 숙인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까마귀들을 보았지. 첫째 까마귀가 말했어. "남이 소원하는 게 아니라, 너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때......." 둘째 까마귀가 말했어. "너희가 `타인`들의 눈에서 너희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을 그만둘 때......." 셋째 까마귀가 말했어. "너희 자신의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때......." 까마귀들은 다 같이 읊조렸어. "그때, 너희는 너희가 진실로 구하는 것을 찾게 될 거야." 잭과 질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어. (238p)
질은 궁금했어. `어머니가 뭐라고 말할까?` 잭도 궁금했어. `마리와 그 소년들이 뭐라고 말할까?` `도롱뇽들이 어떤 바보 천치 같은 말을 할까?` 개구리는 마음을 굳게 먹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애썼지. 집으로 가는 그 옛날 길을 걸으면서도 잭과 질의 마음은 여전히 헤매고 있었어. 어떤 생각인지 말하기 힘든 간질간질한 무엇인가가 머릿속에 있었어. 이 무시무시한 여행에서 알게 모르게 얻게 된 지혜, 새로 얻은 그 지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지. 내내 잘못된 것을 찾고 있었을 거라는 깨달음도, 아직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어.
이건 아주 지혜로운 생각이야. 하지만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변하기 위해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 넓고 거친 세상으로 나갈 때는 조심해야 해. 지혜는 얻기 힘들지. 일단 얻는다 해도 잃기 쉬워. 특히, 넓고 거친 세상으로 떠난 사람이 자기가 달아난 곳으로 돌아올 때에는. (377p)
"뭐야? 뭐야?" 하지만 질은 여전히 눈동자만 굴렸어. 잭의 눈길도 미친 듯이 돌아가는 질의 눈동자들이 보고 있는 곳을 따라갔어. 잭도 촛대를 보았어. 그리고 벽을 보았어. 그리고 자기들이 서 있는 계단도 살펴 보았어.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오려 했으나, 잭은 입을 다물고 속으로 삼켰어. 촛대, 벽, 계단까지 모두 사람 뼈로 만들어져 있었던 거야. 개구리가 외쳤어. "도망치자! 도망쳐!" 잭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개구리의 입도 막았어. 잭과 질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어. 그리고 가만히 서 있었지. 좋아.
너희가 다른 사람 집에 방문했다고 상상해 보자. 친구 집 같은 데 놀러 갔다고 말이야. 잠깐 친구가 사라졌고, 친구를 찾으려 다니는 일이 일어났어. 너희는 온갖 곳을 뒤져 보겠지. 그러다 지하실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야. 그 지하실이 전부 사람 뼈로 만들어진 걸 알아냈다고 생각해 봐. 이런 상황에서 나는 너희가 이성적인 행동을 하길 바라. 할 수 있는 한 빨리 도망가는 거지.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너희가 잭과 질처럼 행동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거야. (39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