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 민음사

 치밀하고 꼼꼼한 우화 + 신비스러운 판타지

 

 

 

 

 

  ​세상에 가지각색 다양한 소재를 가진 책들이 있는데, 꽤 많은 책들을 접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계속해서 특이하고 개성 있는 책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비슷한 설정은 있다.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형식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 속의 나라가 소국, 즉 난쟁이들의 나라처럼 보이는 것은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몇 가지 장치가 있었지만, 『밤의 나라 쿠파』는 그것들을 떼어놓고서도 너무나 특별하고 개성 있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일단,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되고 방황하고 있는 '나'라는 한 남자인데,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고양이 '톰'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나라가 '철국'이라는 나라가 침략당해 8년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의 나라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숲에 살고 있는 '쿠파'라는 삼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더한다. '쿠파'는 움직이는 삼나무, 물리쳐야 할 대상이다. 고양이 '톰'의 나라, 그 작은 나라에서는 쿠파를 무찌르기 위해서 병사들을 뽑아서 숲으로 보낸다. 그러나 쿠파를 무찌른 병사들은 몸이 투명해져서 돌아온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죽는 것은 아닌데 투명해진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병사들, 대체 무슨 일일까. 정체불명의 신비한 나라, 강력한 철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고양이 '톰'의 나라와 '쿠파'의 존재는 소설의 판타지를 더욱더 부풀려 놓고, 그 진실은 소설의 끝에 밝혀진다.

 

  그저 동물들의 본성만이 아닌, 동물이 인간의 습성 - 말과 행동, 사회를 이루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 을 가지고 소설 속에 등장했을 때, 대부분 인간 사회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우화의 특징을 갖게 된다. 『밤의 나라 쿠파』 또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듣는 주인공 '인간'이라는 비교적 특별한 전개로 시작하지만, 쿠파의 이야기 속에서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우화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가령 철국이 그보다 작은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라든지, 말할 수 있는 쥐가 등장하여 자신을 잡지 말아 달라며 간청하며 계약을 한다든지, 복안 대장이 말한 "시키는 대로 하든가, (...)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든가"라는 부분들이든지, 그들은 인간 사회에서의 권력과 지배, 사람들의 행동들을 떠올리게 한다.

 

 

  『밤의 나라 쿠파』는 신비스럽고 독특한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지만, 아주 치밀하고 꼼꼼한 우화이기도 하다. 그 독특함에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기는 솔직히 어려웠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아 꽤 고생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정말 빠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듯하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고 읽은 결과 소설의 비밀을, 작가가 중간중간 놓은 인간에의 비유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표지의 '고양이'가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놀라움이 생생하다. 특별하고 신기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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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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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설명하는 쿠파의 이야기, 쿠파의 병사로 뽑힌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그 얘기에 나오는 '나'란 실존 인물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직 젊은데도 쿠파의 병사로 뽑히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나'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고양이에게 묻자 그는 혀를 내민 채 무심하게 보이기도 하는 그 커다란 눈동자를 포함해 '왜 그렇게 열심이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바보 취급을 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화를 내 봤자 의미는 없다. "글쎄, 옛날부터 부모가 자식에게 전해 주던 옛날이야기 같은 거라서 정말로 있었던 인간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어." (92p)

쥐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벌레의 존재를 개달은 눈치였다. "어제 너희가 우리를 잡을 덫을 만들 때 식물을 썼잖아. 그러면서 흙에서 뿌리를 뽑을 때 아마 이 벌레의 집이 부서진 거라고 보는데." 앞에 있는 쥐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게 어쨌다는 말씀입니까."

"억지로 잠을 깬 이 벌레들이 입은 피해를 너희는 신경이나 썼냐?"

눈치가 좋은 건지 '중심의 쥐'는 곧 "아,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쥐가 저희에게 있어 벌레 같은 거라고 하고 싶으신 거군요."

"바로 그거야. 누구든 자기보다 작은 존재에 관해서는 의식이 흐려지기 마련인지도 몰라. 배짱을 부리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우리도 너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누구나 자기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218p)

톰은 내 걸음걸이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다가 "그건 왜, 철국의 애꾸눈 병장이 말한 게 다니까, 아마 위협하려고 거짓말을 한 거겠지." 하고 아까와 똑같이 대답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나는 말했다. "뭐?"

"만에 하나 너희 나라가 그 이야기처럼 철국보다 훨씬 작은 나라였다면?" 심술을 부리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요즘 나의 심경에서 보면 '자신이 옳다고 믿어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에 관해서도 의심을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믿어 마지 않았던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염두에 있었다. 우리부부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건 내가 그렇게 믿고 있었을 뿐이었다. 더 말하자면 나는 고양이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믿고 살아왔다. 둘 다 이제는 무너진 사실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문제가 있었고 고양이와도 말이 통했다.

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에 하나." 하고 말했다. "만에 하나 우리 나라가 작다면, 혹시 그렇다면."하고 말헀다.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전쟁은 왜 8년이나 간 걸까."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옳다고 믿었던 것도 의심해 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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