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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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삶이 반드시 순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알맹이가 있다면

 

 

 
 
   작가의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영화로도 흥행이 되면서, 그와 딱 비슷한 느낌의 신작도 함께 나왔다. 표지부터, 좌충우돌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또다시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으로 돌아온 작가의 신작은 마치 '100세 노인'과 쌍둥이 같은 느낌인데, 읽어보니 이 작가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데 정말 탁월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양로원 창문에서 뛰어내린 100세 노인의 이야기도 경악했지만, 폭탄을 이고 다니는 까막눈이 여자의 이야기도 기상천외하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에 공통점이 있었으니,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고 자유를 갈망해서 떠난다는 점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못 견디고 엄청난 연세로 창문을 뛰어넘어 모험을 시작한 노인의 행동이 얼마나 통쾌했는가, 분뇨통만 나르던 똑똑한 꼬마가 탈출했을 때 얼마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시작될지 두근거렸는가.
  놈베코 - 까막눈이 여자 - 는 흑인의 빈민촌에 살았고 부모님은 없었다. 분뇨 나르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흑인에 대한 차별로 사고를 당해 부당한 노역을 행하기도 했다. 불행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인생을 살아남도록 만들어준 건, 남들보다 비상한 머리였다. 제목에 있는 '셈을 할 줄 안다'를 넘어서 '셈이라면 간단할' 정도로 '수에 관해서' 똑똑했던 놈베코는 어떤 위기 상황에 닥치면 빠져나갈 잔머리가 있고, 행동을 함에 있어서 대담하고, 당황스럽게 많은 일에 연루되면서도 분노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 살아날 구멍을 찾는 것이다. 그 비상한 머리 때문에 분뇨 수거인에서 관리인이 되고, 어떤 사기꾼을 만나 그의 죽음으로 우연히 다이아몬드를 얻게 되지만, '검은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노역을 하게 되면서 어이없게도 핵 폭탄을 지니고 다니게 된다. 그러나 역시 그녀가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남달랐으니 이야기는 허구 같은 우연, 상상초월의 사건들이 반복되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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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속에는 주인공을 비롯하여 '뭔가 남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는 독특한 성질의 사람들이 모여서,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실재했던 인물도 과감하게 등장시켜서 이야기에 맛깔스럽게 넣어준다. 탄탄하게 쓰인 역사적 배경 안에서 풍자와 블랙 코미디가 함께 하지만, 역시 단순히 웃고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에 엄청난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주위에 모인 개성 넘치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다독이며, 복잡하게 바뀌어 버린 세상을 제대로 돌려놓는 놈베코. 꽤 똑똑하고 비상하다고 생각했던 이 소녀는 생각보다 진국이다. 불행과 다행, 우연을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비록 허구의 소설이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이렇듯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유쾌하지 않을까.
  한 부, 한 부가 넘어갈 때마다 나오는 책 속의 교훈 중 ​"삶이 반드시 순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안에 어떤 알맹이가 들어 있기만 하다면.(리즈 마이트너)" 이 마음에 들었다.단순히 등장한 교훈이 아니라,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이야기에 들어간 작가의 생각을 총합하는 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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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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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베코는 공동변소 관리소장으로서 이 개탄스러운 동료들도 관리해야 했지만, 또 위생국 직원 피트 뒤토잇도 다뤄야 했다. 놈베코가 소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그는 예산상의 문제로 새 위생 변기 네 개를 설치하지 못하고 단 한개만 설치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놈베코는 나름의 방식으로 복수했다. 「이건 아무 관계도 없는 얘긴데요...... 담당관님께서는 탄자니아의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줄리우스 니에레레의 사회주의적 실험은 실패하지 않을까요?」「탄자니아?」 「네. 현재 곡물 손실이 거의 백만 톤에 이르고 있어요. 문제는 만일 국제통화기금이 없다면 니에레레가 과연 무얼 할 수 있는가예요. 아니면 담당관님께선 이 IMF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고, 소웨토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디뎌 본 적이 없는 여자아이가 물었다. 이 질문을 받은 담당관은 지배 엘리트의 대표자요, 대학까지 나왔지만 탄자니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날 때부터 허여멀겋던 위생국 직원의 얼굴은 소녀의 조리 있는 말 앞에서 백지장이 되었다. 열네 살 먹은 까막눈이 계집애에게 모욕당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 건방진 계집애는 자기가 위생 시설에 책정한 예산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34p)

평생 과로에 시달려 온 사람이 마침내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날, 그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올라갔다. 수도의 명소 스투레바데트 스파에서 목욕을 한판 때린 뒤, 스투레호프 레스토랑에서 식초에 절인 청어를 곁들여 슈납스를 한잔 걸칠 계획이었다.

문제는 그가 그 북적대는 대도시에 지난번에 왔던 이후로 자솓차 통행이 우측 통행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는 점이었다. 그네스타에서는 거리에 차가 많지 않아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비르예르 야를스가탄 가에서, 그는 엉뚱한 방향을 쳐다보면서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인생아, 내가 간다!」그는 외쳤다. 대답한 것은 죽음이었다. 그는 곧바로 버스에 치여 즉사했다. 「너무 슬픈 일이야.」소식을 접한 홀예르 1이 혀를 찼다.

「맞아. 그리고 우리한텐 잘된 일이야.」홀예르 2가 대꾸했다. (204p)

홀예르 2는 쌍둥이와 함께 쓰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상태가 훨씬 한심한 맞은편의 아파트에 혼자 들어가야 했다. 정말이지 이 삶이란 구덩이는 그 밑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톡홀름 북쪽에 있는 웁란스 베스뷔의 난민 수용소에 배달차 가게 되었다. 창고 앞에 차를 세운 그는 거기서 약간 떨어진 벤치 위에 한 젊은 흑인 여자가 앉아 있는 걸 보았다. 그는 인도해야 할 베개들을 창고 안으로 날랐다. 그리고 다시 나왔을 때, 아프리카 아가씨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예의 바르게 대답해줬고, 이에 감동한 그녀는 당신 같은 남자가 존재한다는 게 정말 놀랍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 말이 홀예르 2의 마음에 얼마나 깊이 꽂혔던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문제는 내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죠.」만일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그는 입을 놀리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십 리 밖으로 달아났을 것이다. (208p)

이 어처구니 없는 하루는 대체 언제야 끝나려나? 넘버 2는 베개로 꾸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방금 궤짝에서 기어나와 나란히 앉아 있는 세 여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놈베코는 떠나온 이후로 중국 자매들을 걱정해 왔다. 펠린 다바의 보안 조치는 한층 강화될 게 뻔했다. 그러면 자신이 겪어야 할 운명이 대신 그녀들 위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홀예르가 물었다. 「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어.」 놈베코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삶이란 원래 이런 식인 것 같으니까....... 하지만 방금 일어난 일이 뭔지는 알겠어. 그것은 큰 소포와 작은 소포가 뒤바뀐 이유를 우리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야. 멋지게 빠져나온 걸 축하해,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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