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최유진 외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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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최유진, 장재혁 / 다산에듀

'질문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그곳의 수업방식

 

​  주변에 있던 수많은 학교가 하나같이 벗어나고만 싶은 지루함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 때는 생각조차 못 했던 '인성' 중심의 학교. 지금 와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다녀보고 싶은 학교가 있다. 아쉽게도 미국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 학교의 이름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다. 생소한 이름의 이 학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최고의 학교라고 손꼽은 고등학교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 세계적인 작가 '댄 브라운', 현재 엄청난 열풍을 몰고 오고 있는 한국계 작가 '이창래'라는 인재들을 배출해낸 곳이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흔히들 명문이라고 불리는 고등학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명문고로 대표되는 곳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마치 자유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모이는 단체나 모임 같기도 하다.

  "질문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학생들은 '하크네스'라고 불리는 테이블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한다. 교사에게 이끌려가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가 되고 선생님은 어떠한 선에서 잠시 멈춰주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하크네스에 앉고 이야기를 시작함으로써 "교육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된다. 토론도 경쟁적으로 진행하진 않는다. 자유롭지만 예절을 지키는 선에서, 조화롭지만 열정적으로 진행한다. 단순한 질문들도 이 학생, 저 학생을 넘어 철학적인 질문이 된다. 수업 이외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예술과목과 스포츠가 있고, 학생들은 입시 경쟁으로 시간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유진, 장재혁 부부는 실제로 이 학교에서 교사로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책에서도 드러났듯이, 그들은 이 학교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인성과 성장에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교사들에게도 남다른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하는 토론을 똑같이 교사들 사이에서도 한다. (교직원을 포함해서 거의 2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이다.)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교무처장과 학생처장 같은 직위를 맡으며, 그들 또한 학교의 주체로서 학교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과 같은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학생들의 생활 전체를 관리하고 함께 하는 '어드바이징 제도'도 존재하고 있으며, 학생과의 유대감 또한 중시한다.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배움의 장이되는 학교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인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학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입시 경쟁 속에서 점점 그 목표는 흐려지고 있다. '명문'이지만 위화감이 들지 않는, 최고의 학교이며 1%의 창의적인 학생들을 배출해내는 곳이지만 꼭 한번 그곳에서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필립스 엑시터' 학교가 너무나 부럽다.

(우리나라에 이런 학교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학교가 명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명문 학교는 입시 성공률에 따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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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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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교수가 필립스 엑시터 신입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영어 수업의 첫 과제물로 제출한 단편 소설을 읽고 담당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은 기간 동안 다른 과제는 하나도 하지 않아도 좋아. 그러니 네가 쓰고 싶은 걸 쓰렴." 바로 이 순간 작가 이창래가 탄생한 것이 아니었을까.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학생과 그 재능이 꽃필 수 있도록 지지하는 교사! 바로 이것이 필립스 엑시터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될 수 있었던 힘이다. (37p)

존 필립스는 1781년 필립스 엑시터를 세우며 재산 기부 증서에 이렇게 썼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필립스 엑시터의 헌법과도 같이 여겨진다. 해마다 개학 후 첫 번째 어셈블리 시간이 되면 교장 선생님이 기부 증서를 주제로 연설을 한다. 이 전통은 필립스 엑시터가 개교한 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지켜져 왔다. (38p)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교사는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 학생은 내용을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계약 관계가 전부가 아니다. 단지 이런 관계 뿐이라면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우수한 교육 플랫폼을 통해 이미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습득하기만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가 직접 만나서 이루어지는 수업이든,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이든 근본적으로 교육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사와 학생이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때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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