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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닥터 슬립』 스티븐 킹 / 황금가지
반복되는 역사와 공포를 벗어던지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 후속작이라는 이번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영화 『샤이닝』을 보았습니다. 책으로 읽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났고 일단은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지요. 공포 영화를 못 보는 편이어서 걱정했지만, 못 참을 정도로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제 뭐 나올 거야-"하고 예고해주는 식이어서 적당히 몸 사릴 수 있었지요. 오히려 피가 난자하는 스릴러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공포감을 주는 음향이라던지 분위기는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 『샤이닝』과 영화는 조금 다른 면이 있겠지요? 영상으로 표현되는 '샤이닝'의 구체적인 것들이 많이 언급될 것이고, 주인공들의 내면도 조금 상세하게 다뤄질 것도 같고, 결말도 조금 다르다고 들었어요.
『닥터 슬립』의 앞부분에서 소설 『샤이닝』의 결말을 거의 내보이고 들어가기 때문에, 전작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지만 이 소설은 단독으로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영화에서 유령을 보고 소리 지르며 달아났던 앳된 아이였던 '댄'이 성장한 모습을 담고 있지요. '샤이닝'이라는 독특한 소재 - 남들과 다른 것, 이를테면 유령 같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 - 또한 『닥터 슬립』에 와서 너무나도 강력하고 초능력에 버금가는 능력으로까지 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댄'은 샤이닝이라는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호스피스의 죽음을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닥터 슬립'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 그에게 어떤 소녀가 샤이닝을 통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트루 낫'이라는 집단이 '샤이닝'을 할 수 있는 아이를 죽였을 때 나오는 스팀 (=정기)을 먹기 위해 소녀의 주변의 한 아이를 죽였고, 다음 타겟을 삼기 위해 아이들을 탐색하고 있었던 거죠.
소설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반복되는 역사'입니다. 뭔 소린가 하면, 댄은 중년에 이르러 술에 의존하며 아빠와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고통스러울,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가진 그는 견디기 어려웠을 테죠.) 또한 오버룩 호텔 그 장소와 샤이닝이라는 능력이 만들어낸 '예지', 갑자기 등장하는 '레드럼'은 전작과 관계하여 주인공 '댄'에게 과거의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나오는 '아브라'라는 소녀와의 관계는 전작에서 나왔던 '할로랜' 아저씨와 소년 '댄'의 사이와 유사하게 발전합니다. "아저씨는 내 친구였어요."라고 말했던 '댄'의 말처럼 말이지요. 후에 등장하는 아브라의 행동들과 가족들을 보면 그들의 연결고리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리고 『닥터 슬립』은 전작의 공포감을 많은 부분 환기시키면서, 이들의 정서적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됩니다. (아브라라는 캐릭터는 정말 당돌하고 귀여웠어요.)
책을 읽기 전에 겁먹었던 것만큼 이 소설이 무섭지도 않았고, 생각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댄'의 일대기는 어느 정도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끔찍한 기억을 상기시키는, 그에게는 짐이었던 '샤이닝'이라는 능력과, 그에 따라 반복되는 역사와 공포를 벗어던지면서 소설은 끝으로 갈수록 따뜻하게 변해갑니다. 공포스러운 장면이 가끔은 등장하지만, 판타지를 가미한 따뜻한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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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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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잠깐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조그만 새들이 (대니의 어머니는 '삐약이'라고 불렀다.) 파도 사이로 들락거리며 달렸다. "필요하다 싶을 때 내가 그런 식으로 등장하다니 신기하다는 생각 안 해봤니?" 그는 대니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안 해봤겠지. 왜 그랬을까? 그때 너는 어린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나이를 먹었지. 어떤 면에서는 아주 많이 나이를 먹었다고 할 수도 있고. 내 말 잘 들어라, 대니. 이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어.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이런 옛말이 있지. 학생이 준비 되어 있으면 선생님이 등장하는 법이라고. 내가 네 선생님이었어." "그 이상이었죠." 대니가 말했다. 그는 딕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는 내 친구였어요. 아저씨가 우리를 살렸고요." (1권, 24p)
우리가 보는 모든 것 혹은 겉으로 내보이는 모든 것은 꿈 안의 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 모자는 진짜였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모자였다. 그는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면대 위 거울에 적혀 있는 글씨가 곁눈으로 보였다. 립스틱으로 적힌 글씨였다. 그걸 보면 안 된다. 이미 늦었다. 그의 머리가 돌아가고 있었다. 목의 힘줄이 낡은 경첩처럼 빠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슨 상관이겠는가? 뭐라고 적혔을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메이시 부인도 사라졌고 호리스 드윈트도 사라져 그가 머릿속 깊숙이 보관해 둔 상자 속에 꽁꽁 갇혀 잇었지만, 오버룩과 그의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울 위에 립스틱이 아니라 피로 적힌 글씨는 딱 한 단어였다. "레드럼" (1권, 132p)
"네, 나는 유령들을 보았어요. 아버지는 보지는 못했지만 느꼈고요. 어쩌면 아버지도 나름 샤이닝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적인 성향 뿐 아니라 많은 게 유전이 되니까요. 그들이 아버지를 꼬드겼어요. 아버지는 그들 (유령인간들)의 표적이 아버지인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죠. 그들이 눈독을 들인 건 엄청난 샤이닝을 갖춘 남자아이였거든요. 트루 낫 일당이 아브라에 눈독을 들이는 것 처럼."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가 속이 빈 악마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딕이 죽은 엘리너 울렛의 입을 통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네 어린시절 속에, 모든 악마들이 거기 살잖아. (2권,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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