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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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별』 도진기 / 황금가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안달나게 만드는 소설

 

 

 

 

  '이단'과 '사이비'라는 말은 종교계에서나 그 밖에서도 꽤나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믿고 있는 신이 다르다고 해서, 종교적 행사가 다르거나 특이하다고 해서 단순히 '이단'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이비'라고 공공연하게 부르는 몇몇 종교들에는 다른 종교인, 혹은 그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에게도 갸우뚱할 정도로 이상한 행동들이 목격된다.(물론 그들은 이미 '그분'의 말씀에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을테지만. 책에는 여러차례 "우리는 따르기만 하면 된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세상에는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당장의 우리나라에서 꽤나 문제가 되고 있는 어떤 종교, 그리고 그와 관련되 있다는 소문의 '오대양 사건', 그리고 서양에도 '태양의 사원 사건'이나 '인신 사원 사건'등 '광신'으로 인한 집단 자살 시체가 발견되었던 기록이 있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광경을 만들어낸 이 사건들이 모두 종교와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과거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또 있었다. 바로 '백백교'라는 종교의 기록이다. 백백교는 세계 10대 사건에도 선정될 정도로 기묘한 종교였다. 동학의 한 갈래로 나온 백백교는 1930년대, 많은 교도들을 이끌었지만, 재산 갈취와 강간 등의 수많은 범죄를 일으키고 교도들을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유다의 별』은 이 기상천외한 종교 '백백교'와,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다는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의 두개골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가 전작에서 여러 번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를 만들어낸 '고진'이라는 재미난 캐릭터와 콤비가 되는 이유현 경감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이 '백백교'와 관계되어 있음을 알고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일단은 '백백교'라는 것 자체가 비밀을 가득 품고 있고, 수많은 신도들이 별 의심없이 따른 종교이기 때문에, 그 진상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소설의 첫부분부터 생겨난다. 특히나 작가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서) 흥미로운 '현직 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범죄 심리와 사건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을 거라는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끝까지 작가를 따라가 보니 역시나 꽤 많은 떡밥과 "이게 될까?"싶을 정도의 기묘한 트릭으로 재밌게 소설을 만들어냈다. 꽤 복잡하고 치밀하게 줄기를 펼쳐놓은 소설이어서 마지막에 그 복잡한 범죄의 진상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야 하니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과 결말들이 터지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끝날 때가 되었지만 남아있는 페이지를 보니 또 뭐가 나올 듯 싶어서....... 끝까지 나를 안달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그래서인지 2권이 역시 정말정말 재밌었다는.)

  왜 제목에 '유다'가 나왔나 싶었더니 종교와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상 나왔다고 감히 짐작해볼 수밖에 없겠다. 특히나 작가님의 집필과 이 소설의 출간 날짜가 어떻게 맞아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을 지금 읽는 사람들이 현재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를 오르내리는 그 종교를 다들 떠올릴 거라 생각을 하니, 참 시기도 적절하게 탄 작품이라고 생각도 든다. 소설의 재미는 물론이지만,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순간 씁쓸해지기도 한다. 극악무도하게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사람들은, 비열하게 재산을 긁어모은 사람들은, 지금도 어딘가에 잘 살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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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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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그분'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분의 말씀을 한참 학습하다 보면, '그분'이 인간을 넘어선 '선각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그분'은 '예언자'였고, 결국에는 인간을 넘어 세상을 구원할 깨달은 자, 혹은 '구세주'가 되었다. '그분'의 위치는 점차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갔다. 최후의 전쟁이 일어나면 '그분'을 받들어 어둠을 파멸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가랑비에 몸이 젖어 가듯 요한의 생각은 날마다 조금씩 변해 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신이 몽땅 바뀌는 지점에 도달했는데, 자신은 알지 못했다. 깨달아야 할 정신이 이미 사라져 버린 때문이었다. 두 달 전의 자신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예전 자신의 인생은 마치 불을 발견하기 전의 인류쯤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요한은 '그분'의 절대적 힘을 믿게 되었는데, 그런 자신이 신기하지도 않았다. '나'의 생각은 필요 없다. '그분'이 판단하고, 말씀한다. 그것만 믿고 의지하면 된다. (1권, 23p)

"내가 백백교니 뭐니 주문을 읊어 대는, 무속인도 못 되는 서푼짜리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시나?"

"뭐?" 이유현은 당황했다.

용해운은 햇빛이 비치지 않는 우물 바닥 같은 검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때때로 말이오, 확실한 심상이 안개 속 등불처럼 떠오를 때가 있어. 그리고 그건 모두 현실로 드러나지. 느리지만 확실한 천체의 움직임처럼. 계시인지 신탁인지 사기인지 믿고 싶은 대로 믿으시오. 지금 내게 확실히 보이는 한 가지만 이야기해 드릴까? 이유현 경감, 당신은 언젠가 머리가 온통 하얀, 미치광이 같은 인물에 의해 무참하게 죽임을 당할 거요."

백발? 광인 같은 인물......? 이유현은 움찔했지만 곧 공이 튀듯 목청을 울렸다. (1권, 341p)

"킬러도 이런 킬러는 처음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살인 패턴을 구사하고 있거든요. 보통 연쇄 살인자는 선호하는 살해 방법이 있죠. 잭 더 리퍼가 독약을 써서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독극물 살인으로 유명한 보르지아 가문에서 칼로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는요? 살인에도 일정한 기호나 취향이 이다는 거죠. 그런데 -은 온갖 살해 수단을 자유자재로 쓰고 있어요. 마치 입식 타격과 그래플링에 다 능한 격투가랄까. 물론 범행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살인 취향의 문제는 넘어서 있죠. 어떤 수를 써서든 목적을 달성하고야 마는 정확한 범죄 기계, 아니, 차라리 범죄계의 술탄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2권,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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