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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6월
평점 :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이용한 / 북폴리오
고양이와 함께, 놀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관심 밖의 일들은 생각보다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은 채, 그렇게 흘러간다. 우리 곁에 항상 있었을법한 모든 것들이 그렇다. 이전엔 그리 마음을 쓰지 않았던 동물들도 요즘은 참 잘 보인다. 고양이도 그중 하난데, 얼마 전엔 운전 연습을 핑계로 엄마 차를 몰다가 드넓은 차도에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를 거의 칠뻔했다. 같이 타고 있던 언니는 얼마 전 로드킬 당한 고양이 시체를 봤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사람인 우리에게 아늑한 보금자리인 아파트 단지는 그들에게 잠시라도 죽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차가운 보도블록과 더러운 쓰레기통이 있는 이곳, 고양이들도 자신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서식지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그들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관심이 생기니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양이에게 지극한 관심 (이경우엔 관심의 정도보다는 중독이라 볼 수도 있겠다)이 있는 저자는 그들의 사소한 모습까지 기가 막히게 잘 포착해낸다. 어느 날 같은 곳을 여행한 친구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고양이랑 잘 놀다 왔다."라는 저자의 말에 친구는 "고양이 못 봤는데"라고 답했다. 저자의 책을 꽉 채워버린 수많은 고양이들은 그의 큰 '관심'으로 특화된 넓은 레이더망에 당연히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걸려들 수 없었던 곳이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는 모로코, 터키 이스탄불, 일본, 인도, 라오스의 고양이들을 만난 기록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편안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챙겨주는 먹이를 먹으며, 상냥하게 발라당 - 애교를 떨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국가의 특색과 문화가 고이 배인 마을 속에서 거기 사는 사람들과 천천히 어우러지며 살아간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현실에 저자는 감탄하고 또 감동한다. 길냥이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나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모르던 '애묘인'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만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활동의 특성상 많은 불만을 들었을지 모른다. 그가 다른 나라의 편안한 '고양이 세상'을 보고 남긴 글들의 이면에는, 고양이들이 천대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선도 담겼다.
그가 중독된 '고양이'에 관한 많은 책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애묘인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선물인듯하다. (고양이 책을 사 모으는 이웃님이 생각이 난다.)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고양이 사진들의 향연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한 말장난으로 시작됐을지 모를 '고양이하라'라는 제목의 한 구절에 묘하게 호감이 간다. 고양이하라 - 고양이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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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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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노래하고 고양이하라. 이곳에서만이라도 고양이를 누려라. 여기서는 그 누구도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준다고 타박하는 사람이 없다. 먹을 것을 주면 고양이 꼬인다고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없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니 고양이들은 쓰레기를 뒤지지 않는다. 이스탄불에서는 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학대가 없으니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애교를 부린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고양이를 쓰다듬고 껴안고 장난을 친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맘 놓고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사랑해도 된다. (128p)
해변의 고양이들이 사는 방식은 방파제 고양이들이 사는 방식과 똑같다. 바닷가에서 파도에 떠밀려온 물고기 사체나 음식 쓰레기를 먹고 사는 것이다. 녀석들은 소라와 조개류는 물론 해초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실제로 이곳에 사는 고양이 배설물에서 우뭇가사리 같은 해초가 발견되기도 한다. 해변에 생선 비빔밥을 내놓은 사람은 아마도 이런 고양이들에게 측은지심을 느꼈으리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그것을 느꼈다. 측은하지만 갸륵한 그들의 묘생을. (202p)
인도에 가면 보게 될 터이지만, 거리에는 개나 염소, 닭과 소는 물론 고양이까지 온갖 동물이 함께 살아간다. 고양이에게 인도는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길거리 생태계를 지배하는 개들 때문이다. 고양이는 개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고양이는 느긋하고 평화롭기까지 하다. 인도에서는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고양이를 못살게 구는 행위가 거의 없다. 이건 고양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동물이 공평하다. 인도에서는 골목마다 길거리 동물을 위해 밥을 내놓곤 한다.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바로 그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동물에게 나누고 베푼다는 것. 사실 경제적으로는 우리가 인도 사람들보다 훨씬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베풀 줄 모른다. 손에 꼭 쥔 것들을 요만큼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없이 사는 사람들이 없이 사는 동물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일까. 인도에 가면 이 지구가 인간만이 사는 별이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곳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도의 고양이는 한국의 고양이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3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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