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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지음, 신미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평점 :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 열린책들
라틴 문학의 시한폭탄, '볼라뇨' 문학에 중독된 사람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표지를 본다면, 독특한 글씨로 꾸며진 디자인과 '감염자'들이라는 단어 때문에 혹 스릴러 소설인가 오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볼라뇨'라는 단어가 작가를 지칭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놀랄지도 모른다. 맞다,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최고의 작가라고 추앙받는, 라틴 문학의 시한폭탄이라고도 불리는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에서 이 작가에 대한 버즈북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를 출간하고, 또한번 작가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출판사 내에서도 '볼라뇨'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볼라뇨의 작품 컬렉션 - 전 17권 - 으로 책장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2,666원이라는 상상 못할 가격. 그러나 이런 터무니없어 보이는 숫자는 '볼라뇨'와 연관되면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볼라뇨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집필했던 미완성의 유작의 제목이 『2666』이기 때문이다. 사실 『2666』은 출간 소식을 듣고 사놓은지 오래였지만, 아직도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이기도 하고 (5권이다), 일단은 작가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인 『야만스러운 탐정들』 조차도 그 위엄에 눌려 아직 읽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출간된 그의 여러 작품들 중 아직 두 권밖에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볼라뇨'에 대하여 뭐라 말하기가 어렵기는 사실이다. 일단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독특하며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굳이 끙끙 앓으면서까지 이해하고 싶은 매력을 풍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내가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음... 냄새만 맡은 격이라고 할까.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은 말그대로 볼라뇨 문학에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았는데, 이는 프랑스 잡지 『시클로코스미아』 3호의 내용과 국내 필진의 글을 가져온 것이다. '볼라뇨'라는 작가에 대한 찬사, 비평과 에세이, 오마주 작품들을 담고 있다. 다소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은 오마주 작품들보다는 (볼라뇨의 작품을 모두 읽은 후에 접한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찬사와 비평들이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발췌해보자면, 그의 작품 세계를 탐색하다 보면 "모든 것이 동시에 쓰였고, 지금 읽는 것은 이미 예전에 읽었으며, 여기 쓰인 것은 새로운 글쓰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투명한 공간 너머로』 안토니오 베를리)"라는 부분이다. 그의 모든 작품들이 문학적 우주 안에 있고, 그것의 결말은 다시 또 다른 작품의 시작으로, 그리고 끝으로, 마치 돌고 도는 행성들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의 가치는 대체 얼마만큼인걸까.
수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남기는 이 작가를, 그 찬사에 대해서도 (작품을 다 읽지 않아)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살짝은 답답하기도 하다. 언젠가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그의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나 또한 볼라뇨 전염병에 감염될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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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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