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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중 야구부
김형주 지음 / 책에이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원동중 야구부> 김형주 / 책에이름
꼴찌들의 반란, 실화여서 더 아름다운 아이들의 기적

한때 몇몇 스포츠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영화는 이전까지 많은 관객들을 끌어오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영화들은 큰 성공을 맛봤다. 그들의 레파토리는 거의 비슷하다. "어리숙한 사람들이 팀을 꾸려 때로는 패배를 맛보기도 하며, 기적처럼 승리를 맞이한다. 그들의 승리는 극 속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극 밖에서의 관객들에게 동시에 희망이 된다." 이 비슷한 레파토리를 보고, 우리가 식상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혹은 배제하고 큰 감동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실화'를 통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놀라운 현실은 생각보다 곳곳에 존재하는 거라는 생각을 종종 들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 영화의 범주에는 들지 않았지만 소설 <원동중 야구부>의 이야기도 그렇다. 경남 양산에 위치하고 있는 원동면은 원래 비옥한 땅과 물길로 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폭이 넓어지면서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이전하고, 아이들이 가득한 학교마저 비어가면서 원동중학교는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때 양산의 희망은 '야구'였다. 양산 야구 대표 팀과 리틀 야구단이 많은 성과를 올려가고 있었고, 중학교 야구부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허구연 해설위원은 크나큰 결정을 하게 된다. 원동중을 '야구 특성화 학교'로 만들겠다는 것. 전교생이 38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를 야구협회에 등록시키고 한화의 신민기 선수를 영입하여 감독을 하게 하고, 그나마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을 뽑아 훈련시켰다. 야구라면 그저 즐겁기만 했던 아이들은, 고된 훈련 속에서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차츰 성장해 나간다.
공부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원동중은, 모범학교를 만들기 위해 성적에도 제한을 두었다. 점수가 낮은 학생들은 시합에 나갈 수 없었고, 부족한 아이들은 아침 보충을 들어야 했다. 고된 훈련, 그리고 공부까지 놓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두 배 혹은 몇 배나 더 힘들었지만, 야구에 대한 집념과 팀의 결속력으로, 서로를 다독여가면서 결국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다.
소설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흘러가지만, '야구'에 빠지고 자신의 소속감을 찾아가며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뻤다.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참 예뻤다. 각각의 사정이 있던 친구, 선후배들을 서로 보듬어가며 이해하고 팀을 위해 노력하던 모습이 소설 속에서 표현된 것보다도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다. 꼴찌들의 반란과 여러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난 뒤의 승리가 퍽 스릴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우리가 수많은 실화 원작 영화를 보고 느꼈던 큰 감동처럼, 이 책도 실제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한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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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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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야구인들은 야구를 흔히 인생에 비유한다. 야구의 이닝이 9이닝이듯이 우리의 인생을 90으로 보는 거지. 너희들은 지금 십대니까 1회 초에 해당하는 거고, 이제 막 인생의 경기가 시작된 거야. 생각해봐라. 앞으로 끌고 가야 할 경기가 8이닝이나 남았는데, 기본기가 막장이면 무슨 수로 버틸 건지 말이다. 살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성공을 해야 인생이 재미있어지듯이 야구도 마찬가지다. 기본기를 살려서 3루타도 치고 홈런도 쳐야 야구할 맛이 나지 않겠니? 도루하다가 잡히고, 파울볼이나 치고, 병살타나 맞는 야구를 할 수는 없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기본기 훈련이 지겨워도 이겨내야 한다. 내가 확신하는데 1년 후에는 기본기는 물론이고 너희들이 해야 할 운동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큰 발전이 있을 거야." (62p)
아이들은 다시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모두 바닷물 속으로 몸을 풍덩 담갔다. 아이들은 목까지 바닷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다 같이 어깨동무를 했다. 차가운 물속에서 서로의 몸이 밀착되자 약간의 온기마저 느껴졌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큰 소리로 악을 쓰듯이 외쳤다. "원동중 야구부 파이팅!!!" "원동, 원동, 아자, 아자, 아자!!!"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생전 처음 진한 동료애를 느꼈다. 아버지와 어머니, 선생님과 친구들은 절대 대신해줄 수 없는 동료애. 이제 아이들은 추운 겨울 바다에서 느꼈던 동료애를 영원히 기억할 터였다.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바다 위를 비추는 태양보다 강하게 빛났다. (146p)
"훈이, 파이팅! 젖 묵던 힘까지 다하래이!" 관중석의 응원에 힘입은 훈이가 3루를 지나 홈까지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우샤인 볼트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홈인! 5대 4로 원동중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프로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더니, 내 살다 살다 이런 극적인 장면은 처음인기라. 원동중 야구부! 7회 말 2아웃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아이가." 시의원이 놀랍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학부모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를 끝낸 아이들도 이내 하나로 뒤엉켰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산 구덕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가 되었다. (234p)
아이들은 각자의 포지션으로 돌아가면서 서로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하면 된다는 거을, 그리고 값진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번 게임을 최선을 다해서 뛰어볼 생각이었다. 비록 연습게임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이번 게임도 또 하나의 실전이었다. (2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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