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개정판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남인숙 / 위즈덤하우스

남자들이 알면 불편해하지만 여자들은 꼭 알아야 할 것들

 

 

 

 

   ​어떤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수긍이 가는 제목의 책.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사실 살아가는데 나만 괜찮다면 무조건 남자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주의여서 (그렇다고 독신 주의자는 아니다) 제목을 보곤 살짝 흠칫했지만, 일반적인 연애지침서와 비교해서 가볍지 않은 느낌이어서 쭉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랑(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하고 주장할 수 있는 류의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연애보다는 '남자'라는 종족에 대한 심리 관련서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남자를 유혹하는 '여우'를 만드는 책이라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남자를 포용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뜻이다. 연인들 사이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겠다.

 

  꽤 따끈따끈한 책이라고 느껴질 만큼 발매일이 현재와 가깝지만 이 책은 몇 년 전에 절판 후 재출간된 책이다. 절판이 되기 전 여자들이 알지 못하는 '남자' 모습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많은 표본과 설문조사로 얻어진 확실한 해답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모양인데,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남자들의 감정,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벌어지는 싸움과 오해를 막기 위한 이야기가 꽤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짐작되는 부분은 줄글로 쭉 늘여놓은 지침이 아니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과도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의 고전 소설 <금병매>이 줄거리와 캐릭터의 이름까지 (역시 읽다 보니 이름이 특이하더라니.) 차용해서 남자와 여자 생각의 차이를 소설처럼 보여주는 동시에 그 행동의 분석을 덧붙이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들의 '썸' 그리고 만남부터 결혼까지, 그리고 자식을 얻게 되고 남자가 가장의 노릇을 하기까지의 내용으로 물 흐르듯 흘러가기 때문에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남자와의 문제'는 이 책에 나와있지 않을까.

  목차에 나열된 소제목들을 보자면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칸트주의자인 여자, 벤담 주의자인 남자', '왜 모든 여자의 로망은 게이 남자 친구인가', '남자답지 못하느니 나쁜 남자가 되는 게 낫다.', '왜 남자들은 철이 들지 않을까' 등....... 물론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이 책에 나와있는 행동 분석대로 움직일지는 만무하지만, 작가의 설명과 조언들은 꽤 쓸모가 있어 보이고 설득력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래도 남자는 귀엽다"로 귀결되는 이 책은 중요한 한 가지를 주지시킨다. "우리가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에 그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구 상의 그 누구보다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책의 많은 내용을, 여자들이 키득거리며 읽고 배운다는 것을 안다면 남자들이 불편해하겠지만, 어쨌거나 남자들과 공존하기 위해, 그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읽으면서 <어쨌거나 여자는 필요하다> 편으로 여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책이 나오면 책은 꽤- 아주 꽤 복잡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속닥속닥 ㅋㅋㅋㅋ)

  

어떤 여자들은 남자들이 양육받은 것과 정반대의 성향인 다정함을 요구하면서도 그들의 편향적 취향을 무조건 비난한다. 자신의 취향을 없애고 스스로를 남자들의 판타지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지만, 이제까지 그들을 형성한 생물학적, 문화인류학적 배경을 무시하고 전체를 '마초'로 몰아세우는 것은 그들로서도 억울한 일이다. 모든 미디어에서 긴 머리에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자를 진실된 여자로 그리는 마당에 드라마의 악녀들이 주로 입는 세련된 차림으로 나타나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하니 그들도 헛갈린다. 외모만 밝히는 단세포라고 취급받는 그들은 여자들과는 사물을 다르게 보는, 보이지 않는 안경을 하나 덧쓰고 있는 셈이다. 그 안경이 사물을 어떻게 비추는지 여자들이 이해할 수만 있다면, 초점을 달리해 정확히 볼 수 있도록 남자들을 유도할 수도 있다. (35p)

여자들은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과거에 구체성이라는 살과 뼈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요즘 괜찮은 남자들치고 연인에게 과거를 미주알고주알 캐묻는 사람은 없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과거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럴 때에는 구체성을 띠지 않고 희미하게 답을 하는 게 최선이다.

​ "너 만나기 전에 한두 명 더 있었어." 이 정도가 좋다. 그를 만나기 전에 마흔네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면 '그냥 좀 있었어' 정도로 애매하게 말하는 것이 연약한 남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배려이자 예의이다. 또한 아무리 상대방이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거의 연인과 스킨십이나 육체관계가 있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과거와 관계된 말은 그게 무엇이든 아끼면 아낄수록 좋다. 어떤 말이든 하면 할수록 구체화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숫자나 상황, 사물, 이미지 등이 좋지 않은 최악의 이유는 그것이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110p)

여자들이 남자와 다툴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유리 큐브 때문이다. 이 큐브는 여자를 화나게 한 행동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구차한 변명으로 여기게 하기도 하고, 대화를 요구하는 여자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기 싫다, 그 어떤 말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망치를 들고 큐브를 깨서 그에게 다가가려 들면 그는 여자를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남자들의 유리 큐브는 아주 어려서부터 만들어졌으며 거의 일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와 함께하며 점점 견고해졌다. 그것은 남자들을 가두어 두는 몹쓸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보호하는 갑옷이기도 하다.

이런 남자들의 유일한 산소통은 여자다. 남자들이 달팽이집처럼 지고 다니는 그 유리 큐브의 열쇠는 남자가 아닌 그의 파트너인 여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밖에서 문을 열어 주어야만 잠시나마 자신의 약한 자아를 대면하고 용서할 수 있다. (144p)

남자들이 '버럭'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밖으로 배출해야 살아갈 수가 있는데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화를 낸다는 것, 헐크처럼 감정을 폭발시킨다는 것, 활화산처럼 감정을 일순간에 뿜어낸다는 것...... 말만 들어도 어딘가 남성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엉뚱하게 분노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 (229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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