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 <사이퍼펑크 - 줄리언 어산지, 제이컵 아펠바움 외>

 

 

 

 

 

 ​ After Reading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양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정보까지 개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시체제'에 놓이게 되었다. '구글링(Googling)'이라는 명칭은 유명하다.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 정보를 구글은 찾아준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예전에 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구글링 해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정보가 다른 국가의 페이지에서 나온다며 깜짝 놀라며 나에게 내 이름도 찾아보라 했다. 다행히 내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어느 곳에는 있었을지 모를..) 세계 곳곳에서 어디선가 내 정보가 떠돌아다닐 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Wikileaks)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때가 있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은밀하게 정부나 기업을 감시하고, 그것을 폭로하던 위키리크스, 당시 많은 관심은 없었지만 그때 폭로된 정보의 신뢰성과 비밀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도 간혹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후 위키리크스는 정부 체제 안에서 수사를 받고 사이트 자체에 대한 검열과 서비스 중단으로 응답했으며, '보안 위반'이라며 그들이 남긴 자료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였다. 그리고 현재 은신해있는 위키리크스의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는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새롭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이퍼 펑크. 사이퍼 펑크 (Cypherpunk)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 기술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80년대부터 유래한 이 '사이퍼 펑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해커나 크래커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지지만, 이 책에서의 핵심은 우리 곁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감시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연구하는 것에 있다. 줄리언 어산지를 중심으로 모인 사이퍼 펑크 지지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시 체제의 형태, 그리고 민간 기업에 의한 감시, 검열 등에 대하여 토론한다. 그 토론의 내용이 책 <사이퍼 펑크>에 그대로 담겨있다.

  ​그들에 의하면 현재 대규모의 감시 기술은 엄청나게 정교해졌으며 비용 또한 낮아지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감시 또한 증가했고, 감시 기술의 수출은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감시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암호 기술'은 금지되어 있다. 인터넷에 수많은 국민들의 개인 정보가 떠돌지만, 직접 검열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개인에게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기업과 정부에 대한 정보는 검열되고 제어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웹사이트에 다는 정치적 댓글들은 간혹 삭제되기도 하고, 메인페이지에 뜬 기사들은 순서가 뒤바뀌며 여러 정보를 가리곤 한다. 세계의 정부, 그리고 기관들은 사람들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도 "우리에게는 그러할 권리가 있다"며 비판에 변명한다. 토론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러가지를 내놓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할 때, 자신만이 해독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강력한 암호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그 기술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통제해서는 안되며,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보편적인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세상에서 수집된 모든 정보들이 공개된다면, 힘의 역학 관계는 변화할 것이며, 우리는 세계적인 문명의 차원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의 토론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정보를 보호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함이 앞선다.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이 사회, 우리만의 새로운 세계인 사이버 공간에서 감시의 눈이 쳐다보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까. 얼마전 있었던 은행권의 대량 개인 정보 유출 사태까지 생각이 나면서 오싹해진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Underline                                                                                                                                             

 

 

 

  ​제레미 : 이는 정부 지원의 감시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의 문제, 즉 제삼자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과 그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실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문제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을 쓰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정보를 기꺼이 페이스북에 넘겨줍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정보와 공개적인 정보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계나 정치계 혹은 언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공개적인 형태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누구든 정보 공개만 설정하면 잠재적으로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공개>는 무언가를 공적인 형태로 놓아둔다는 말이며, 이는 세상이 자신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입니다. (70p, 민간 기업의 스파이 활동)

  줄리언 : (...) 미래의 감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대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자제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역사적인 비유로 인류가 손을 씻게 된 과정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손을 씻기까지는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 등장하고, 그리고 그 이론이 널리 알려져야 했습니다. 손에 묻어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질병을 옮긴다는 다소 편집증적인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형성되고 나서, 기업들은 그러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잇는 비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그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88p, 물리의 법칙으로 전면적 감시에 맞서다.)

  제레미 : 모든 기업이 그랬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등장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든 것들이 몇 년, 아니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음번 혁신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혁신이 등장하는 속도는 정책이 등장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리고 다양한 기업과 주체 사이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미 강력한 힘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면, 더욱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진입자들의 등장을 차단하게 될 겁니다.

  줄리언 : 시장의 규제는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거죠.

  제레미 : 물론 독점과 맞​서 싸워야 하고, 악의적인 시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업들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책이 사회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 바람직한 정책은 문제를 바로잡고, 세상을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실 속으로 파고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산업 주체들이 정책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때, 우리는 절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144p, 인터넷과 경제)

  제이컵 :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검열에 관해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마치 <동쪽 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으로 여기죠. 하지만 우리가 미국에서 구글로 검색을 할 때, 법적 요건에 따라 일부 검색 결과가 생략되었다는 메시지를 그냥 넘겨 버려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 일을 수행한 방식, 그리고 방식과 이유, 지역에 관한 사회적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문제의 중요한 부분은 아키텍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인터넷 전반에 걸쳐 아키텍처는 분명히 분산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차원에서 중국 방식의 검열 작업을 수행하기는 힘듭니다. (157p,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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