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 관찰기 - 다윈의 안경으로 본
마크 넬리슨 지음, 최진영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Review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솔직하고 조금은 발칙한 행동생물학" 

  생명의 역사는 너무나 오래되었고, 종의 개수도 무지하게 많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이전의 사람들은 각각의 종들은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다윈은 인류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뒤바꾸었다. 자연에 따라 변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다른 종으로 진화해간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그 시대 정말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진화 단계를 보고 있으면, 초기의 인간은 동물과 비슷한 형태이며,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이 책은 동물의 일종인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 모든 생물종 중에서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발칙한 질문을 던지며,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다윈의 안경 - 인간이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응하며 진화해 나간다는 - 을 쓰고 살펴보는 인간의 모습들은 재밌고 일상적인 주제 안에서 다뤄지면서 어렵지 않게 전달된다. 인간의 행동들.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는가"의 궁금증 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재밌게 살펴본다.

  ​몇 가지 재미있게 봤던 주제를 살펴보면, 첫째로 "왜 부자보다 유명인에게 관대할까"라는 물음이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경우 어떠한 잘못을 해도 비교적 빠르게 면죄부를 얻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돈 많은 사업가의 경우 징역살이를 해도 동정표를 얻지 못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조직 내 구성원 간의 지배관계에서 비롯된 결과인데, 돈이 많은 사업가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지배적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반대로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은 항상 매체를 통해 우리 눈에 띈다. 그들은 우리에게 조금은 친근한 존재가 되어, 자연스럽게 관대한 대상이 되어간 것이다.

  두 번째로 "웃음의 진짜 정체"는 웃음과 미소의 차이를 파악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미소와 웃음은 근원과 기능부터 다르다. "미소는 공격성에 제동을 거는 기능을 하여 인사할 때 좋은 수단이 된다. 반면 웃음은 장난을 치려는 데서 비롯했지만 한편으로 공격적 요소를 포함하므로 인사하는 수단으론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글은 한 과학 월간지 <에오스>의 개인 블로그 시스템에 기재된 글들을 한편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점점 이과와 문과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비전공자들에게는 과학이 너무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접하는 과학적 지식이 반가울 뿐이다. '과학'이라는 소재이지만 가볍고 위트 있게 쓰여있어서, 각 주제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보일 때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우리들에게는 심리학 측면과 관련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일단은 글 자체에서 과학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포섭하려는 노력으로 '위트'와 '유머'를 더한 듯 보이고, 인터뷰나 상황 예시 등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과학을 전달하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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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말하는 마음 들여다보기는 실수와 잘못된 선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밖에 모든 행동도 현미경 아래에 두고 살펴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에서 우리가 특정 행동을 하는 이유, 또는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면 할수록 좋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을 찍은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화성인조차 그것을 보는 데 중독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그 흥미진진한 쇼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도 연기 중에는 그 장면의 재미를 못 느끼지 않는가. 강단에 선 가녀린 소녀도 어두운 강당 안의 관객만 바라볼 뿐, 부끄러워하는 자신의 귀여운 모습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재차 강조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쇼 안에서도 자신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다. (8p)

  발걸음, 움직임, 눈 깜빡임까지 젊은 연인의 모습은 우리가 하는 사회적 행동의 기본 요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 표정과 몸의 움츠림, 어깨를 늘어뜨리는 모습까지 모두 사소하지만 분명한 우리의 행동 레퍼토리 중 하나이며, 이는 타인에게 공격성이 없음을 나타낸다.

  미소도 거기에 포함된다. 모르는 사람은 그 미소를 친절함의 표현으로 여기겠지만, 이는 공격 억제 신호의 첫번째 단계다. 보통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잘 웃기 마련이다. 말실수하고,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힌 경우 등등. "바보짓을 저질렀네요. 죄송합니다." 라거나 "규칙을 어겼네요. 죄송합니다" 또는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질렀네요. 죄송합니다." 라는 말로 사과할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나쁜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상대에게 전달되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일도 없다. (...) 그런데 우리가 합리적이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저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새겨진 행동 시스템을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다. (96p)

  우리는 매일 미디어를 통해 영화감독, 운동선수, 기업가들을 본다. 그래서인지 마치 그들이 우리 거실에 함께 앉아 있거나 개인적으로 아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해주는 매체인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은 우리 조상의 시대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존재다. 우리 조상에게 '본다'는 것은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여 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신은 폴란스키와 함께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한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중 누군가를 존경하는 반면 누군가의 실패를 고소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 매우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 뇌는 아직 현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35p)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변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 관심사는 35년 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다윈주의와 같은 몇몇 이론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역시 현재에 맞추어 변화했다. 그 밖에도 전체적으로 관심사가 달라지거나 완전히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내가 어렸을 때는 경제학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경제학 서적의 매력에 내 에너지를 온통 빼앗길까 봐 되도록 경제학 관련 서적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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