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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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교육은 그야말로 '과잉'의 시대다. 아이들의 최종 목표인 '입시'를 위하여 많은 엄마들이 자식 교육에 매달린다. 영어 유치원, 조기 유학, 과외와 학원... 그리고  가장 큰 과잉은 부모의 '애착'이다.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 했던 것을 아이에게 바라거나, 자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열성 엄마들의 지역'에서는 몇 가지 화제가 되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가장 최근에 본 것은 '현대판 뒤주'다. 엄마는 옷장만 한 붙박이장에 책상을 설치하고 공부하는 공간을 만든다. 그곳은 아이 하나 딱 앉을 만한 공간이다. 그리곤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건다. 아이는 그 속에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시간 동안 오로지 공부 만을 위해 갇혀있는 것이다. 심하게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부모들의 자식 교육은 일단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기본이지만, 그 기본적인 질문마저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나쁘게 변질되어 가는 교육의 모습에 '정말 부모 맞나?'하는 물음까지 던지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렇게 아이를 닦달하기 원하지 않는 부모들도 덩달아 흔들리게 된다. '내 아이도 저런 학원에 보내야 되지 않을까', '사교육에 돈을 더 투자해야 되지 않을까'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들을 해결해줄 사교육 기관들은 서로 경쟁한다. 경쟁하고 경쟁해서 보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힘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학교보다도 더욱 활성화되고 재미난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을 더 선호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교육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부모들이다. 사교육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부모들은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게 된다. 점점 부모들의 지원을 강하게 받는 아이들만 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연적으로 명문고나 특목고를 바라보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 입시에는 역시 돈이 따른다.) 일반고는 '슬럼화'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사회와 가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절제, 욕심, 냉정, 긍정'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자식에게 환상을 적용하지 않고 아이의 홀로서기를 지원하고, 무조건 포용하려 들지 않고 살짝 부족하게 키우는 것, 가끔은 냉정해야 하고 긍정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는 것. 아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고 부모가 원하는 공부가 아닌,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쉬워 보이는 해결책이지만, 생각보다 그것을 따르기는 어렵다. 부모의 바람과 욕심이 자신도 모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선택한 것'은 절대 붙잡고 놓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몹쓸 사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런 사회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사회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깊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 책의 기본 논지도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고,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잘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꿈으로 만들어가게끔 도와주는 것. 만약 높은 성적과 공부를 아이가 원한다면 능력껏 끌어줘야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이것저것 아이에게 적용시켜보는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성향이 있다. 무조건 닦달한다고 모두가 달라지지도 않고, 무조건 공부를 시킨다고 다 잘하지는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지 않듯이, 그들의 꿈도 다르다. 이제는 아이를 밀어주면서 성장하는 것 대신에,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함께 걷는 성장이 필요한 듯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인생도 이제는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을 썼지만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물론 경제력이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유학을 가서 방탕과 향락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그래도 돈이 있는 집 아이들은 한국에서 안 되면 미국 등 외국에 가서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말하자면 '가진 자'들의 '패화 부활전'이라고 할까. 이런 경우를 보면 자식교육에도 돈의 위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49p)

 

  그러고 보면 부모란 죽을 때까지 자식을 걱정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무리 잘해 주어도 별로 칭찬받지 못하는 존재 말이다. 전 교사는 아직 늦둥이 아들 교육이 남아 있다. 그는 두 딸을 키우면서 긴 터널을 통과한 느낌이라면서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 데는 이제 베테랑처럼 여유를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탈무드에 나오는 이 말처럼 언젠가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이 모든 일들은 다 지나가고 부부만 덩그러니 남게 될 것이다. 그래도 자식을 키울 때가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는 시절이라고 한다. 살아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140p)

 

  주역에 '직방대(直方大)'라는 말이 있다. 자연히, 스스로, 본능적으로 아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삶은 기본적으로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서 누구나 삶을 위한 준비가 저절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익히지 않아도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동네 김밥집 아주머니의 말은 주역의 이 말과 통하는 것 같다. 그는 힘든 세월을 통해 엄마가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녀로 인해 마음고생 하는 엄마들에게도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마다 자기 몫의 인생이 있답니다." 자식농사는 부모가 필사적으로 달려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147p)

 

  우리나라 엄마들 대부분은 자기계발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자녀교육에 전념한다. 그것이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자면 엄마는 마치 기숙사의 '사감'과 같은 얼굴을 자녀에게 보이게 된다. 엄마와 자녀와의 관계는 늘 학생과 사감처럼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 자녀도 꿈을 키워주고 이끄는 역할 모델이 필요하지만, 어머니도 자녀교육의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182p)

 

  꿈을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성향에 맞춰 꿈의 '상수'를 정해 놓는 게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꿈의 상수는 '변화'였다. 매일 똑같은 일이 아니라 매일 변화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직업을 신문기자로 선택한 것은 매일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꿈의 상수는 재능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변화'였는데 이런 상수들에는 도전, 모험, 봉사, 헌신, 사랑, 명예, 권력, 실용, 평화 등등 수많은 키워드가 있다. 자신의 성향에 맞춰 하나 또는 두 개 정도 정하면 된다. 그리고 의사나 변호사, 엔지니어, 기자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즉 직업은 꿈의 '변수'에 해당한다. 하고 싶은 일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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