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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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입니다. "왜 나만 불행할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나치게,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요. SNS에는 친구들의 웃는 모습, 맛있는 음식, 멋진 장소를 찍은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더 큰 행복을 목격할수록, 무언가 이겨내려는 의지가 약할수록 '불행'에 대한 투덜거림은 계속됩니다. "왜 나만?".

 

  책 속의 꼬마들은 학교에서 괴짜로 잘 알려져 있는 친구들입니다. '부적응자 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이 꼬마들은 남다른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고, 똑똑하지만 외적인 모습이 조금 다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사소한 나쁜 일들은 헤쳐나갈 만한 정도의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이 기러기 떼처럼' 그들에게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행복에 대한 기대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립니다. 꼬마들은 묻습니다. "왜 우리야? 왜 또 우리냐고?"

 

  꼬마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마냥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부적응자 클럽의 '에르완'은 '불행을 평등하게 나눠주는 기계'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불행에 견디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가지는 친구 에르완을, 남은 친구들은 말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말리고 있는 남은 친구들 마음속에서도, '정말로 평등해졌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들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 기계는 정말로 잘 개발되어 쓸모 있는 것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모든 세상의 불행과 행운이, 평등하게 사람들에게 주어질까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기발한 청소년 소설. 행복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다르지요. 누구에게는 이런 행복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저런 행복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행복이 됩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는 자신만의 기준이기에, 남들의 행복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요. 저도 예전에는 '왜 나만...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가장 한심하다는걸, 세상 모든 불행과 행복을 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는 것이 나의 행복을 가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면서도, 가끔은 투덜대긴 하지만요) 마냥 행복하고 잘 나가는 듯 보이던 누군가도, 나름의 아픔을 겪고 있었으니까요. '옮긴이의 말'의 마지막 부분에 쓰여 있던 말이 생각납니다. ''부적응자 클럽'에는 의외로 숨은 회원이 많다.' 우리는 이렇게, 불행을 견뎌내고 행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가능한한 빨리 친구들을 불러 피자를 한 판 데운 다음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를 본다. 한두 편, 가끔은 세 편을 연달아 보기도 한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슬픔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관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자세와 열정이 필요하다. 마음에 드는 역설이다. (나는 내가 역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4p)

 

삶은 해마다 달라진다. 새로운 해는 새로운 형태의 슬픔과 굴욕을 발견할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슬픔과 굴욕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라면 나도 내 친구들도 평생 일하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슬픔 보석 부자 따위는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피곤하고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질 수가 없다. (65p)

 

나는 미트리다트 왕 이야기를 생각했다. 현명한 왕이었던 미트리다트는 아버지가 암살당했기 때문에 자신도 독살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날마다 독약을 조금씩 마시면서 자기 몸을 독약에 길들였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슬픔과 포기에 스스로 길들도록 교육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몸과 우리의 정신은 점점 그 독에 익숙해져서 끔찍한 일이 닥쳐도 마침내 더는 반응할 수 없기에 이른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삶에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슬픔과 우울은 더는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것, 정상적인 것, 우리의 일상이 된다. (66p)

 

"행복과 불행을 평등하게 나누어 주는 게 딱 하나 있구나. 바로 시간이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십 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거든. 정말 재미있는 걸 만들어 내는 애들은 제일 괴짜인 녀석들이지. 물론 시간이 걸릴테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되더라고." (104p)

 * 짧은 청소년 소설인데, 재치있고 기발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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