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색 - 빛의 파편을 줍다
게리 반 하스 지음, 김유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빛의 파편을 주운 위대한 예술가 <피카소의 색 - 게리 반 하스>

 

 

 After Reading

 

 

  어렸을 때 '피카소'에 대해서 생각하면 '이상한 그림을 그린 예술가'라고만 생각했다. 조각나있는 형태의, 뭔지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은 나중에 '입체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카소의 그림이 이런 '입체파' 말고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게 피카소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름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친구들이랑, 이상한 그림을 그려놓으면 '피카소 같다'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하기도 했었던 기억도 난다.

 

 

 

(왼쪽부터, <삶 1903> <파이프를 든 소년 1905> <아비뇽의 처녀들 1907>)

 

  유명한 화가들의 생애는 그림이 변화한 시기에 따라서 각자의 이름이 붙여진다. 물론 사후에 붙여지는 것이겠지만 참 다양한 이름이 붙는데, 피카소의 경우에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온통 파란 그림을 그리던 '청색시대(1901-)', 사랑하는 여인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만나면서 시작된 장밋빛 시대 (1904-), 그리고 깨진 듯 조각난 자신만의 화풍을 획득한 입체주의 시대(1908-) 로 구분되어 있다. 피카소의 생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 그림들은 굉장히 큰 반전적 변화가 있음을 그림에서 알 수 있다.

 

  <피카소의 색>은 이렇듯 다양한 변화로 천재적인 그림을 만들게 된 '파블로 피카소'의 생애를 소설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원래 이북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종이책으로 다시 출간하게 되었는데, 시기와 장소에 따른 피카소의 생애를 재밌게 담았다. 스페인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된 유년시절과,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 시대 '피카소라는 인물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 끝까지 화가의 길을 걸었으며, 선배 화가들의 그림을 줄줄 꿰고 있고,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존심이 컸던 당당한 사람, 그리고 또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을 그렸던 사람, 천재라는 수식어만큼 수많은 노력도 함께 했던 위대한 예술가..  

 

 

 

 

  책 속에는 시대와 장소, 사건이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그렇게 어떠한 사건과 연결되는 그림은 그 당시 피카소가 느꼈던 감정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표현된 그림은 마치 그 그림이 피카소의 분신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보이는 것처럼 그려내기보다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는 화가"라는 찬사는 그런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닐지.

 

  연표와 따분한 글로만 봐왔던 피카소의 생애를 소설적으로 표현한 이 책은, 물론 재미 면에서는 좋았지만 간혹가다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약간의 픽션을 더해 더욱더 재미난 소설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또한 획기적으로 생각했던 QR 코드는, 읽다 보니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중간 중간 읽다가, 핸드폰을 들고 계속해서 QR 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은 조금 따분하고 귀찮게 느껴졌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대신에 조금이라도 그림이 들어갔다면, 아니면 아예 없었다면 조금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의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지만,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보지 않을 한 화가의 생애를 이 한 권의 책으로 훑어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Underline

 

 

 

   - 파리는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성장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파블로는 미래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도전의 설렘과 두려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이 도시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뚜렷하게 드러낼 장소가 될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확신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 파블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57p)

 

  - "두 작품 모두 전혀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죠. 형식이나 추상성을 배제한 역동적인 힘과 생명력 같은 게 느껴졌어요. 당신은 소재를 선택할 때 특별한 의미를 두고 선택하나요?" 파블로는 거트루드의 칭찬에 기분이 약간 좋아진 것 같았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 흥미를 끄는 소재를 선택해서 그릴 뿐입니다. 저는 미술을 감성적인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숨겨진 의미가 있다면 그건 보는 사람의 해석에 달린 거죠." 레오 스타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당신은 이런 양식을 계속 사용할 생각인가요?" "저는 저 자신을 과학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을 발견할 때까지 끊임없이 탐구를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제가 과학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물을 분해해서 그것을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는 것뿐이죠." (119p)

 

 

  - 그녀는 파블로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비애와 고뇌에 찬 모습이지만 미묘하게 시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페르낭드는 파블로의 화가로서의 심오한 영혼을 엿본 것 같아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 페르낭드는 카를로스의 그림을 들어 올려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림은 파블로가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림이었다. 파블로는 이 그림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47p)

 

 

  - "나는 내가 느낀 걸 그대로 그려요. 화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이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지만."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꼭 절망을 그려 넣을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그림을 사고 싶어 하지 않나요?" 파블로는 단숨에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카를로스의 그림이 놓여있는 이젤 옆에 잔을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나는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사람들이 결정해 주기를 기다리지는 않아요.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거든." (148p)

 

 

  -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파블로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파블로는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만 행동했다. 그때 파블로는 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작은 쐐기 모양으로 부서진 작은 유리 조각이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깨진 유리 파편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바로 이거야! 타불라 라사!" (192p)

 

 

Add...

 

 

소설은 '아비뇽의 여인들'을 전시회에 발표하는 시점에서 끝나게 됩니다.

중간 중간 유명한 화가들도 등장하네요, 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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