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 사이에서, 삶의 지도를 찾아라 <청춘인문학 - 정지우>
After Reading
청춘을 말하는 책, 수도 없이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들 중에서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해답을 준다. 어렵고 난해한 말로 지식을 주려고도 하지 않고, 되려 감성적인 위로를 주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청춘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현실적인 책과 이상적인 책 딱 그 중간의 책을 바라왔다면 바로 이 책이 제격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
가장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청춘에 대한 이미지 정의다. '청춘'은 언젠가부터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정말 고달프고 아픈 청춘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버리고 있는 시간 또한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드라마, 영화나 게임, sns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청춘들, 깊이없는 시간때우기로 보내고 난 뒤에 오는 공허감과 갑작스러운 걱정들, 그 걱정들에 순식간에 사로잡히는 청춘은 자신의 과거는 뒤로 한 채, '아픈 청춘'이라고만 느낀다. 또한 타인들로 인해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자기'는 더이상 순수한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사회가 바라는 것, 남들이 바라는 것을 따르는 우리들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청춘, 현대인들이 '삶의 우위'를 가지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것은 모든 보이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진정한 나 자신의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현실 속의 장애물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한계점을 만들어 포기하는 적이 많다. 삶의 극적인 변화를 바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바람을 접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현실을 무조건 포기하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리잡힌 '의식'이라는 것이다. 조금씩 자신의 관심을 넓혀나가는 것, '허세'로만 치부되는 삶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해보는 것, 기존의 삶을 조금씩 거부해가면서 여러 관계와 장소에서 배워가는 것. 그것들을 주체적으로 실행할 때, 우리의 삶의 복권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책 속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삶을 자기 안에서 지켜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결정할 때, 타자의 눈을 의식하고 있는데, 취업, 학교, 결혼, 패션, 많은 것에 있어서 그렇다. 물론 사회 속에서 '타자'와의 공존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우선이지, '타자' 쪽으로 더 기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나 또한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를 걸어가고 있고,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쯤 이 책을 읽었다. 좋아할지도 모르는 것과 확실히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고, 조금 느릴지 몰라도 후자를 선택했다. 현실에 어느정도 맞추었고, 조금은 힘들지만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꿈을 찾아나가고 있는 현재. 이 책을 보고 '나'의 진정한 바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고 보다 더욱더 자율적으로 많은 것을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가끔은 위로가 되는 에세이도 좋지만, 냉철하게 진지하게 삶을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책도 나와 같은 청춘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Underline
- 우리가 어디에 정말 '만족'할 수 잇고,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탐색하는 일이 반드시 직업적 목표를 찾는 일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자기의 '행복'이나 '만족'에 대해 아는 일은 자기 삶에서 단순히 지루함과 쾌락의 반복이 아닌, 어떻게 자기가 자신만의 주체적인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오히려 '진정한 취미'의 문제에 가깝다. (35p)
- 그 가운데 대학 역시 돛대 잃은 배처럼 이 사회를 떠다니기 시작했다. 대학은 더 이상 저항의 상징, 모든 게 비록 상업화되고 속물화되어도 끝까지 '지성을 중심'에 두고, 지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버티고 서서 시대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상징성을 잃어버렸다. 대학 스스로도 앞서서 경영화, 상업화, 업적화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청춘이 학생일 수밖에 없고 학교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과거처럼 학교와 일체된 청춘을 누리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72p)
- 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끊임없이 현실을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 때만 누릴 뿐 다음 순간이면 사라지는 '가상의 현실감'만이 남은 시대의 인간이 현대인이다. 경제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몰락과 성장을 반복하며, 아무리 투표를 열심히 해서 정권을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점점 정치와 경제, 사회라는 보다 큰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대신 방 안에서 컴퓨터를 통해 접하는 가상의 네트워크 세계만을 접하게 된다. 현실에 대한 요구는 때때로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 시위 같은 형태로 터져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109p)
- '삶'은 수치화하고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을 즉각적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구축해가는 것이고, 보거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만의 삶의 견지에서 인생을 산 사람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 그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자체에 자아 정체성을 모두 투여해서 여행하는 삶을 산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현실의 논리에 따라 가이드 일을 하거나, 그 때 그 때 나라에서 요리사로 일하거나, 책을 쓰고 번역을 하는 식으로 필요한 일들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현실적 일은 정확히 '삶'과 연관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이것은 삶이 현실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경우로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인생을 살아야 하거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삶이 중시되어 삶의 견지에서 직업까지 선택하고 온전히 살아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164p)
- 현재는 더 이상 다만 지나가는 시간이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비록 현실적인 요건들에 붙잡혀 있다고 하더라도, 의식만큼은 현재에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깨어있음'의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끊임없이 현재에 깨어있으려는 시도는 미래의 환영을 벗겨내고, 점차로 우리가 되찾아야할 시간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만든다. 계속해서 꿈꾸고, 계속해서 깨어있는 일은 점점 우리가 속해있는 현실과는 별개로 우리가 진정 살아야 할 삶을 무엇인지 느끼도록 종용한다. (178p)
Add...
글자 크기도 비교적 크고, 책도 너무 두껍지 않고,
딱딱 정리된 내용에 확실한 해답을 찾기 위한 마음가짐을 주는.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왠지 찾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