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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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경계에 대하여, 색다른 스릴러를 만나다 <영혼의 심판 - 도나토 카리시> 

 

 

 After Reading

 

 

 

 

   "이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두 번의 만남 속에서 탄생되었다."

 

 그 두 번의 만남은 첫 번째, 바티칸의 내사원과 사면관, 사제 프로파일러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한 사제와의 만남. 그리고 두 번째는 카멜레온 연쇄살인범(신원을 빼앗아 범죄를 저지르는)이라고 불리는 N.N이라는 범죄자와의 조우였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범죄학자로 유명했던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이러한 두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 <영혼의 심판>을 써냈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을 자주 읽는 독자라면 그의 전작인 <속삭이는 자>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전작도 이번 <영혼의 심판>과 마찬가지로 많은 범죄 사건에서 경찰에 분석과 자문을 제공하던 범죄학자로서 지니던 기본 지식과, 새롭게 접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써내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수상 경력도 굉장히 많은데다가, 출간되기도 전에 20여 개 국가에서 판권을 사갔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의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을 덮는 순간 바로,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미제 사건을 중심으로 세 주인공의 시점을 반복해서 진행된다. 작가가 실제 사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바티칸의 사면관, 그 허구의 인물인 '마르쿠스', 그리고 르포 사진기자였던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산드라', 그리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뒤쫓는 누군지 모를 '추격자'.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시선을 제외하고, 산드라와 마르쿠스의 시점에서 등장하는 배경과 사건들이 교묘하게 얽히면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범죄사건의 비밀이 하나하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한 줄에서 그 세 개의 이야기가 만나게 되는 순간, 여태껏 가려져 있던 비밀이 풀리며 소름이 쫙 흐른다. 수도 없이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을 접해본 독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독자인 나에게는 굉장히 강렬한 반전이었다.

 

  바티칸의 사제와 그 장소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움과, 가끔씩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추격자'는 이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는 소재였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범죄사건을 등장시키고 비밀을 알려주는 작가의 솜씨가 굉장히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작가는 또한 소설 속 우연히 행하게 되는 누군가의 '선택'과 소설의 제목인 '영혼의 심판'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생각의 여지를 준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연쇄살인범'에게 복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악'의 그 자체였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관점,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얻은 바티칸의 어마어마한 범죄에 대한 정보와 그것을 이용하는 '사면관'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소설을 읽고 나서 판단해볼 수 있었던 이러한 문제들은 왜 소설 속에서 그렇게 '빛과 어둠'이란 단어가 등장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의 스릴러라고 하면 조금은 낯설지만, <영혼의 심판>이라는 색다른 작품을 통해 내 머릿속에는 작가의 이름이 강렬하게 새겨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탄탄하고 치밀한 전개와 계속되는 긴장감과 색다른 소재, 그리고 무거운 메시지까지. 아마도 이 작품은 스릴러를 엄청 좋아하는 독자도, 좋아하지 않은 독자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만 같다.

 

 

 Underline

 

 

 

 

   - 사실, 궁극적으로 그들이 찾고 있는 건 이상 징후였다. 정상적인 골조에 생긴 대수롭지 않은 균열 같은 것. 일반적인 경찰 수사가 따르고 있는 논리 전개를 가로막는 사소한 장애물 같은 것. 그렇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결함 속에 종종 무언가 다른 게 숨겨져 있기도 하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전혀 다른 차원의 진실로 들어가는 통로 같은 것. 그들의 일은 바로 그 이상 징후가 만들어놓은 통로에서부터 시작된다. (1권, 28p)

 

 

  - 먹잇감은 그에게 철저한 규칙과 자기희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놈은 철저하게 환경에 적응해나갔다. 제아무리 불리한 조건 속에 있다 해도, 마치 빛도 닿지 않고, 인간이라면 추위와 압력으로 인해 도달하기도 전에 죽어버릴 심해의 맨 밑바닥에 기거하는 생물과도 같았다. 그곳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존재 그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었다. 추격자가 쫓는 먹잇감이 바로 그랬다. 어떤 측면에서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궁극적으로 먹잇감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권, 103p)

 

 

  - 우리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일들을 '단순한 우연'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다고. 그런데 정반대로, 우리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우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징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이 징조라는 것을 우주, 아니면 저 높은 곳에 있는 절대자가 우리를 유일한 수신자로 간택한 뒤 보내주는 신호라고 여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런 징조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는 것이다. (1권, 260p)

 

 

  - 이 세상에는 빛의 세계가 어둠의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모든 일이 비롯됩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어둠의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일들 말입니다. 우린 그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간혹 그 경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존재들을 다시 어둠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2권, 33p)

 

 

  - "또 다른 어떤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는 게 정말 반갑고 기뻤다는 겁니다.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인간이 한 짓은 끔찍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죽음을 즐기게 만들었으니까요. 자신처럼 말입니다. 남의 죽음 앞에서 기뻐할 수 있는 건 괴물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속으로 저 자신에게 이렇게 주문을 걸었습니다. 저 인간이 죽어버리면 또 다른 피해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만 되면 다른 무고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느껴버린 쾌감, 누가 우리를 거기서 빼내줄 겁니까?" (2권, 144p)

 

 Add...

 

 

 

 

작가의 전작인 <속삭이는 자>는 이탈리아 스릴러의 대표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영혼의 심판을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그 전작은 또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지 !_!

위시리스트에 쏙 넣어놔야겠어요.

 

p.s 작가님 왠지 스릴러+액션 영화에 주인공 할 것 같은 비주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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