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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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멀고 먼 중국, 정글 속으로 들어가라 <정글만리 2,3 - 조정래>

 

 

 

 

 After Reading

 

 

 

   아직까지도 화제되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 빈둥빈둥대다가 드디어 세권을 다 읽게 되었다. 완독하고서의 느낌은, 그냥 그런 느낌?

  1권을 읽고 '정글만리'의 첫부분을 맛본 뒤, 다음 편에서의 좀 더 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될거라 기대했지만 2,3권의 느낌도 1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알면 알수록 뒤통수를 치는 굉장히 특별한 중국의 문화를 인물들의 상황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게 주된 내용이며, 그 속에서 정글처럼 살아가는 비즈니스맨들의 사투가 굉장히 재밌고 스릴있다. 꽌시(관계)를 중요시하며 '런타이둬(사람이 너무 많아)'를 반복하는 중국의 사회는 이상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포함하고 있다. <정글만리>는 이처럼 너무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병폐와 그에 반한 놀라운 성장등을 다뤘다. 그 이야기 속에는 중국에 인접한, 그리고 가장 많은 관계를 맺고 있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 책으로 '조정래' 작가를 파악하기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놀랍고도 방대한 취재력이지만 우리나라 대표작가인 '조정래'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뭔가 읽고나서 밍숭맹숭한 기분이었다. 재밌게 읽긴 했지만, 그닥 크게 남는게 없달까.. 특별한 큰 사건이 없이 비즈니스의 일상등을 다루고 있어서 소설에 큰 굴곡이 없다는 것도 살짝 아쉬운 점.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마치 직접 여행하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는 점, 실제 중국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정보와 대화 속 이야기다. 그리고 직접 가보고는 알기 힘든 것들을 다뤄준다는 것에서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매체의 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중국, 그리고 국제적 관계, 문화 등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그리고 재밌게 읽힐 수 있을 듯한 이야기 때문에 좀더 폭넓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국제 관계 속에서 더욱 높이 뻗어나갈 중국의 힘,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을 통해 중국과 많은 교류를 맺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앞으로도 더욱 커나갈 중국의 땅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더욱 궁금해진다.

 

 

 Underline

 

 

 

   - 그녀는 다른 조선족들처럼 한국을 '모국'이라고 분명하게 구분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을 자기들의 '조국'이라고 했다. 그들의 그 명백한 태도는 처음에 한국사람들을 얼마나 당황하게 하고, 실망시켰으며, 심지어는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가. 영원히 갈 수 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과 어느 날 느닷없이 수교가 되고, 그 물결을 따라 만주의 조선족과 남한의 한국 사람들은 일순간에 한 덩어리로 뒤엉켰다. 잊을 수 없는 슬픈 역사, 민족이 강제로 이주당해 짓밟힌 땅, 독립투사들이 피 흘려 싸운 땅 만주, 거기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 민족의 성원, 독립투사들의 후손......, 이런 피의 이끌림과 역사의 책무감까지 겹쳐진 감상으로 한국사람들은 조선족들을 덥썩 껴안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 "대한민국은 나의 모국일 뿐이고, 나의 조국은 중국이다." 이 말이 자극한 감정적 배신감을 이성적 논리로 소화해 내는 데 한국사람들은 몇 년을 소모해야 했다. (2권, 247p)

 

 

  - '아하, 중국! 그것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중국.......' 전대광은 또다시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중국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새로운 사실들로 가득찬 수천 페이지짜리 백과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기분이었다. 살아갈수록 끝도 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나라, 그래서 살아갈수록 그 실체가 알쏭달쏭 모호해지는 대상. 그래서 중국 생활 6개월이면 중국 전체에 대해서 아는 척하고, 1년이면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척하고, 10년이 넘으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2권, 302p)

 

 

  - 그 구조적인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각 개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었다. 그 '개인문제'가 이름 하여 '자유경쟁'이었다. 그지없이 아름다운 것 같은 이름인 '자유경쟁'. 그것은 '그 누구의 제재나 간섭을 받지 않고 서로가 맘껏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아주 고상하고 정직한 의미 같지만, 그것은 오로지 능력 있는 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 적자 생존의 처절한 정글게임이었다. 그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졸업반 학생들은 폭염을 무릅쓰며 방학인데도 도서관살이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3권, 171p)

 

 

  -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비로소 그 실체를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찾고 싶어 한다. 그것은 마치 공기처럼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퍽 지혜롭게 말했다. 불행하지 않은 때는 다 행복이라고. 그러나 그 말은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성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는 현재 겪고 있는 절실한 체험을 통해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날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영자신문을 그야말로 광고까지 샅샅이 다 읽었다. 그래도 시간은 남았다. 매일 오전에 일일 보고서를 제출하러 공안에 가서 눈치를 살폈지만 금족령을 풀어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아쉬울 것 없는 일을 기대하는 것처럼 큰 어리석음은 없었다. '그래, 만만디에 이기는 방법은 더 만만디 하는 것 뿐이다.' (3권, 240p)

 

 

 

 Add...

 

 

 근데 정말 무섭긴 합니다. 그야말로 정글 같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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